KISTEP, '대한민국 우주개발, 위기인가 기회인가' 주제 포럼 개최
민간 산업 육성, 백화점식 개발 개혁, 선진 연구예산 투자 등 필요성 강조

"이제는 민간주도 우주개발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계획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합니다. 우주개발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구축돼야 하며 핵심 기술 개발 예산 투자, 평가 방식 개선 등에 대한 변화도 요구됩니다."(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백화점식 우주개발을 지양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키우고 아닌 것은 버려야 합니다. 초소형 위성 개발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이동훈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그동안 위성 갯수 확보에만 너무 치중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핵심 부품은 외국에서 아직까지 사오고 있고, 국내 산업 생태계도 거의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위성 올린 것 외에는 남는 게 없었던 것이죠. 선도적 기술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양자통신 위성 등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는 고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우주 패러다임에 주목하면서 선도적 연구에 나서야 합니다."(양상진 KTSAT 위성서비스 본부장)

국가 우주개발에 적합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 정립, 산업계 지원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임기철)은 19일 '대한민국 우주개발,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64회 KISTEP 수요포럼'을 개최했다.

임기철 KISTEP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스페이스X가 재활용 발사체 시대를 여는 등 민간 우주기업들을 중심으로 우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한국형 발사체 시험 발사 연기 등 국가 우주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 역할 정립 등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통한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민간 산업 생태계 육성, 항우연 중심 우주개발 탈피 등 필요"

이날 행사 연사자로 나선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우주개발 의미, 역사, 향후 발전을 위한 제언 등을 발표했다.

허환일 충남대 교수는 "해외 전문가가 평가한 한국은 오는 2020년까지 자력 발사체 개발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하며 "한국은 선진 우주 강국 대비 우주개발을 늦게 시작했는데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을 총동원해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허환일 교수는 올해 말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언급하며 국가 우주개발계획의 장기적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한국형 발사체, 달탐사에 대한 예산은 증가한 반면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결국 일정이 연기됐다"면서 "단기간 내 국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다보니 관계없는 핵심 기술은 배제되고, 선제 기술 개발 등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국가 우주개발은 10년 목표 설정, 5년 점검 등을 반복하며 프로그램 방식의 장기적인 접근을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정토론에서는 민간 산업 생태계 육성, 백화점식 우주개발 개혁 등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양상진 KTSAT 위성서비스본부장은 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과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고려한 선도연구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양상진 본부장은 "재활용 로켓 등이 기존 발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발사체 개발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최근 위성업계에 통신업계 ICT가 결합되는 추세"라며 "다목적 위성, 정지궤도 위성 등 모든 것을 집중하기 보다는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R&D를 집중하고 핵심 부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예산 자료를 제시하며 "한국의 발사체, 위성 등 우주개발 투입 예산은 인도, 일본, 중국 대비 2~10배 수준인데 비해 실제 활용 위성수, 발사체를 살펴보면 격차는 5~20배로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예산을 늘린 것이 불과 3, 4년 전으로 그동안 인프라 확충에 집중돼 왔다"면서 "현재 우주개발계획을 살펴봐도 현재 기획을 갖고서는 횟수 등에서 경쟁국가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우주 프로그램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위성 분야에서 한국은 항우연과 KT 2개 기관이 있는 반면 인도는 9개, 중국 29개, 프랑스 8개 등으로 기관 다양화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한 기관에서 다양한 연구에 도전하다 보니 예산은 작아지고 성과가 부족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전략본부 정책협력부장은 ▲인력 확충 ▲우주 탐사 등 대국민 홍보 강화 ▲선행 기술 예산 투자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종범 부장은 "지난 17년간 예산은 증가했지만 인력은 확충은 거의 없었다"면서 "현재 300여명의 인력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1인당 연구비만 8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대적인 부담감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부장은 "단기적 이익 보다 선행기술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하며, 우주 탐사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대, 3차 기본계획서에 대한 합리적 논의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자유토론에서 조명희 경북대학교 항공위성시스템전공 교수는 위성정보활용 등이 항우연에 집중되어 있어 부처 간 협력이나 산업분야 활용에 저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희 교수는 "항우연에서 위성 개발부터 발사, 정보 활용까지 모두 전담하고 있어 업무 집중 문제, 위성 정보에 대한 부처·민간 활용, 생태계 활성화 저해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농림부, 국토해양부 등 각 정부 부처가 위성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에 무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위성 정보활용에서 만큼은 각 부처에 위성 활용 교육 실시, 위성활용 산업 생태계 구축, 지도자료와 공간정보가 결합된 위성 정보체계 구축 등을 통해 국민의 실제 생활에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우주개발,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KISTEP 수요포럼이 진행됐다.<사진=강민구 기자>
'대한민국 우주개발,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KISTEP 수요포럼이 진행됐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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