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KAIST KI빌딩서 '대선 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 열려
참석자들 길게 줄 질문·제안 끊이지 않아 "실패 원인 분석 필요"

대선캠프 과학특보와의 과학정책 대화가 25일 KAIST KI빌딩 1층 퓨전홀에서 열렸다. <사진=대덕넷>
대선캠프 과학특보와의 과학정책 대화가 25일 KAIST KI빌딩 1층 퓨전홀에서 열렸다. <사진=대덕넷>
"출연연은 정부 경제부처 하위 수단으로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과 사람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 출연연 백년대계를 설정하고 과학계의 재도약이 절실하다."

장미대선을 앞두고 정당별 대선후보의 과학특보들, 현장 연구자, 이공계생, 기업인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계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과학계 단체와 이공계대생, 과학언론인, 각 정당별 과학특보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오후 2시부터 KAIST KI빌딩 퓨전홀에서 '대선 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가 열렸다.

행사는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이 그동안 진행해온 '대선후보별 과학기술정책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과학특보들이 각 정당의 과학기술정책을 설명했다. 이어 과학특보들은 현장에 참석한 과학기술인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참석자들이 질문과 제안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을 보여 행사 예정시간을 넘겨서까지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날 과학정책 대화는 ▲과학계 컨트롤타워 ▲R&D 예산 배분 ▲전문연구원 ▲여성과학기술인 등의 주제로 활발한 질의응답과 과학계 현장의 개선·요청·제안 사항이 전달됐다.

과학정책 대화에는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송희경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오세정 국민의당 국회의원, 황영헌 바른정당 미방위 수석전문위원, 이성우 정의당 대전시당 위원장 등이(순서 기호순) 각 정당 대표로 나서 과학기술인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 50년  과기 역사 '과학기술부처' 평가는?

토론회에서는 과학계 컨트롤타워, R&D 예산 배분, 전문연구원, 여성과학기술인 등이 화두가 돼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사진=대덕넷>
토론회에서는 과학계 컨트롤타워, R&D 예산 배분, 전문연구원, 여성과학기술인 등이 화두가 돼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사진=대덕넷>
정당별 대선주자 과학특보와의 과학정책 대화에서 "과학기술부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공통 질문으로 대화의 포문이 열렸다.

오세정 의원은 과학기술부처 잦은 통폐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과학계 독립부처가 생긴 뒤 패스트팔로어 시대에 정부주도로 잘해왔지만, 퍼스트무버 시대에서 독립부처에 각종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부 등이 만들어지고 없어졌다. 다양한 정책 실패를 보여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ICT분야는 단기적 성과에 관심을 두고, 교육분야는 현안에만 관심을 두는 등 장기적 과학기술 분야에는 소홀히 해 왔다"라며 "부처의 통폐합을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우 위원장은 1996년도에 들어선 PBS 제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PBS 제도가 21년째 과학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라며 "한 예로 연구자들이 중소기업에 파견해 기술개발을 지원하려 해도 출연연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과제를 보장받지 못해 선뜻 지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부처가 연구자들을 지키지 못하는 정책을 펴나갔다. 출연연이 정부 경제부처의 하위 역할만 해왔다"라며 "과학기술 주무부처가 아무 힘 없이 표류하고 떠밀렸다"고 평가했다.

송희경 의원은 "과학기술 부처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고 정부는 민첩하게 행동하지 못했다"라며 "부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고 축적됐다. 민간과 사람 중심의 과학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각자의 성과에 자율적 보장이 가능한 과학시대를 열어야 한다"라며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을 꾀해야 한다. 융합만이 산업과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미옥 의원은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산업·경제 발전 위주 과학기술 정책이었지만, 이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새로운 시대의 부처 역할과 기능에 맞춰 재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문 의원은 "기초과학으로 기초체력을 충분히 단련해야 한다"라며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생산한다면 과학기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영헌 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과학기술부처는 연구자의 과제 집행에 1년~2년 걸려왔다"라며 "과학기술인들이 과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펀드 제도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과학계 컨트롤타워 부재?···"민간·현장 중심돼야"

과학정책 대화에서 정부 부처 간 R&D 예산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또 한 과학기술인은 그동안의 한국 과학계 컨트롤타워 평가를 요청했다.

문미옥 의원은 '정부 부처간 R&D 예산 통합'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는 "기초·원천 등의 연구자 주도가 필요한 연구는 과학기술부처에서 예산을 관리해야 한다"라며 "반면 산업·창업 현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기술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부처에서 예산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처간의 이견을 극복하고 협력 등의 수평을 위해 과학계 독립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 과학계가 축적해온 역사적 맥락이 반영된 체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위원장은 '컨트롤타워' 단어 자체를 지적했다. 마치 사령탑에서 지시하고 감독한다는 의미가 내재됐다는 것이 그의 속내다. 그는 '컨트롤타워를 과학기술 정책의 '종합조정기구 위원회'로 인식해야 한다"라며 "과학기술 현장의 대표자가 참여해 정부 정책을 심의하고 기획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부처별로 연구관리 전문 기관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분야별로 통합해야 한다"라며 "한편 관료들의 이기주의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정책도 많다. 대통령이나 정당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세정 의원은 정부 관리형 R&D 예산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R&D 예산 배분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출연연을 옥죄어 왔다"라며 "관료들의 성과평가 제도 때문에 이기주의가 발생한 것이다. 관료 평가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희경 의원은 "과학계 컨트롤타워는 예산 하나하나까지 컨트롤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장기적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주도적 연구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가 지속성을 위해 기초과학에 큰 판을 짜고 이에 따른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헌 수석전문위원은 "과학계 R&D을 기초분야, 산업기술분야, 공공분야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라며 "특히 산업기술분야는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놔둬야 한다. AV, VR 등의 단·장기적 시나리오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비 늘었지만 인력은 제자리 "정책위해 과기인 한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은 문미옥 국회의원(왼쪽부터), 자유한국당은 송희경 국회의원, 국민의당은 오세정 국회의원, 바른정당은 황영헌 미방위 수석전문위원, 정의당은 이성우 대전시당 위원장이 당별 대표로 나와 대선공약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사진=대덕넷>
더불어민주당은 문미옥 국회의원(왼쪽부터), 자유한국당은 송희경 국회의원, 국민의당은 오세정 국회의원, 바른정당은 황영헌 미방위 수석전문위원, 정의당은 이성우 대전시당 위원장이 당별 대표로 나와 대선공약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사진=대덕넷>
과학기술 인재 양성 문제도 나왔다. KAIST와 UNIST에 재학중이라고 밝힌 질문자들은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일방적 폐지, 학생연구원들의 4대보험 적용 정책이 맞는지 과학특보들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연구분야별 맞춤형 환경 조성으로 연구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황영헌 수석전문위원은 "아직 디테일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올해는 기존상황을 진단하고 분석해 방향을 잡는데 집중하겠다. 앞으로 정부도 바뀌어야 하지만 연구소와 대학도 바뀌고 장벽도 없애며 어떤 연구체제를 만들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미옥 의원은 전문연에 대해 최소한 현행 유지를 확답했다. 그는 "과기정책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각분야 전문가가 같이 참여해 판단하며 합리적으로 과학기술 결과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일자리는 연구개발에서 당장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서 연구개발 일자리가늘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술기반 창업을 지원하고 이공계 인력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술기반 인력 지원을 우선한다는 정책을 구체화 할때는 과기인이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희경 의원은 세금내는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문연 학생들이 이스라엘처럼 군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보다 세금을 내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 글로벌에서 투자받고 나가는 정책과 출연연의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성우 박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비는 늘었지만 인력은 증가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와 기관장의 의지 문제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관료 중심으로는 안된다. 현장에서 목소리 크게 내고 지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정 의원은 전문연제도에 대해 병력자원만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연제도 개선을 어느 한 부처에서 일방적으로 하지 않도록 부처 장관간 협의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면서 "학생들이 군대에 가서도 과학을 할수 있도록 하고 학연생의 산재 문제는 노동부와 조정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4만명 연구인력 양성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에 치중하면서 공공부분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현재 연구인력 2만명인데 4만명으로 늘려 민간에서 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해야하는 연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공약을 설명했다.

◆ "과학기술 정책도 제품, 수입품 대체 등 구체적 고민 필요"

기업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술창업한 한 벤처인은 연구원, 대학 재임시보다 지금이 가장 힘들다면서 과학기술 정책도 어떻게 제품을 만들수 있는지,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미옥 의원에게 "사회 방향은 다양화 민주화쪽으로 가고 있다.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겠지만 관계부처 중 20개 부처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돼 있다"면서 "관련 부처간 협조 문제를 어떻게 끌고 갈것인가"를 물었다. 또 그는 오세정 의원에게 "과학기술 정책을 창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과학기술은 창업부터 연구개발을 거쳐 먹거리 창출이 중요하다. 이같은 라이프 사이클 관점에서 봐달라"고 강조했다.

과학특보별 답변도 이어졌다. 문미옥 의원은 균형이 무너진것을 인정하며 "에너지와 미세먼지, 핵발전안전문제들은 종합적으로 고려되고 있고 정책적 약속이 있다. 과학기술은 독립적인 기술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균형적인 조정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정 의원은 "인공지능이 부각될때 미국은 정부의 할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보고서가 있었다. 즉 정부의 역할이 제시된것 "이라면서 "우리는 생명과학으로 나가고 있지만 신약개발은 안되고 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하는데 우리는 성과를 미래부에서 신약은 보건복지부로 넘어가면서 연계가 안된다. 컨트롤타워는 이같은 부처간의 조정과 감시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햇다.

여성인력의 인력정책, 경력단절 문제 등 정부차원에서 여성과기인 문제를 해결하고 육성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미옥 의원은 "우리의 정책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질병도 남성 중심의 표준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정책이 아니라 국민과 인류를 위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할때 결함과 오류를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성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재능과 관심을 발휘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당하게 보장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송희경 의원은 경력단절 여성의 현황을 들며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력단절 여성인력 중 여성과기인이 19% 수준"이라면서 "국가를 이끄는데 양날개가 필요하다. 여성과기인이 일터로 돌아올수 있으려면 육아문제를 해결하는 그라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연연의 한 과학자는 과학특보들에게 실패 원인 분석을 촉구했다. 그는 "대선캠프의 과학정책에 대해 민간 중심, 자율성, 중복성 인정, 과정중심 감사가 정말 좋은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많은 정책을 실행하면서 실패했을 경우 원인을 분석하지 않았다. 연구성과가 산업과 연계되지 않는데도 왜 안되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PM 제도, SBIR 제도 등 다양한 제도도 도입됐지만 겉만 빌려오는 구조로 실제 전문가는 들어갈 수 없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정책이 많은데 전문가가 중간 역할을 어떻게 할지 임파워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별로 내세우는 과학정책 공약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참석자들. <사진=대덕넷>
당별로 내세우는 과학정책 공약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참석자들. <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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