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국진 자연의힘 연구소장, 도움말: 장현록 튼튼마디한의원 분당점 원장

'토끼와 거북이'는 누구에게나 줄거리가 익숙한 우화다. 둘이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발 빠른 토끼는 자만해 중간에 잠을 자버리고, 결국 느리지만 꾸준히 달린 거북이가 승리하게 된다. 

이 우화의 교훈은 '느리게 가더라도 성실함을 지켜라'는 것이다. '빨리빨리'를 외치던 우리 사회가 토끼였다면, 요즘 우리 사회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삶의 여유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건강에서는 더욱 '느림의 건강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때 마라톤이 인기였다면 요즘은 둘레길 등을 천천히 걷는 것이 인기이고, 음식에서도 사찰음식이나 발효식품 등 기존의 패스트푸드에 반하는 음식들이 인기다. 

왜 사람들이 다시 옛날처럼 먹는 것, 입는 것, 움직이는 것을 느린 생활습관으로 바꾸고 있는 것일까? 시간이 주는 건강한 선물, 느림의 건강함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최근 한 지인이 화장품을 선물 받았다며 자랑했다. 사케(일본 술)를 담그는 술 장인들의 얼굴은 주름이 많아도 손은 마치 아기 피부처럼 보드라운 점에서 착안해 개발된 제품이다.

그 화장품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좋아 요즘 여성들에게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화장품이 천연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분을 이용한 효모 화장품이란다.  

음식과 생활에 이어 이제는 화장품에서도 효모처럼 느림을 통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효모는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식생활에서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빵, 술, 각종 장류는 이 효모를 통해 이루어지는 발효의 과정을 거쳐 깊은 맛과 영양을 지니게 된다. 

안전한 먹을거리, 친환경적인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발효'는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는 키워드다. 발효란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말하는데 사실 발효반응은 얼핏 보면 부패반응과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발효는 주로 탄수화물이 미생물의 무산소호흡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며 부패는 단백질이 미생물의 산소호흡을 통해 분해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고 하고 악취가 나거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할 수 있다.

간혹 TV나 신문 같은 매체에서 국내외의 유명한 장수마을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장수마을의 주 식단이 발효식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장수마을에서도 최고령이라는 분들을 보면 어김없이 그분들의 밥상에는 된장과 김치가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한 낫토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김치와 된장을 비롯해 일본의 낫토와 중국의 두시, 스위스의 치즈, 위구르의 요구르트, 스페인의 하몽, 중국의 쭈퍼로우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장수식품이자 발효식품이다. 발효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김치와 된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도 '다시 옛날처럼 먹을 것'을 강조한다. 세계적인 위장 내시경학 권위자인 신야 히로미 박사는 "위나 장이 좋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효소를 많이 함유한 식품을 먹고 있다는 것"이라며 "위나 장이 나쁜 사람들은 효소를 많이 소비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장현록 튼튼마디한의원 분당점 원장.
장현록 튼튼마디한의원 분당점 원장.
효소나 미생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효소를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생명체뿐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효소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한 발효식품에는 각종 효소가 아주 많이 들어있다. 소화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발효식품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의학계에서는 요즘 발효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발효의 방법을 이용해 한약을 만드는 '발효 한약'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장현록 튼튼마디한의원 분당점 원장(경희대 한의학박사)에 따르면 발효 한약은 말 그대로 한약재를 미리 유용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킨 것이다. 장내에서의 분해 과정 없이 장과 조직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약리 성분을 보다 쉽게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약을 발효시키면 한약의 유효 성분 추출이 일반 탕전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체내에 유용한 미생물인 유산균, 납두균, 효모균(선옥균)의 작용에 의해 장의 기능 증가와 한약의 장내 흡수율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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