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순유출만 2000억···민간 우주시대 앞당겨야"

[좌담회]전문가들, 프로젝트식 접근 지양·산업적 파급 등 강조
NEW SPACE 각국 경쟁 치열···"한국 이대로 가면 도태"
사회 : 김요셉 취재팀장, 정리 : 강민구 기자 botbmk@hellodd.com 입력 : 2017.05.19|수정 : 2017.09.22
바야흐로 'NEW SPACE' 시대다. 지난 1957년 스프트니크 발사로 촉발된 미국·구소련 간 경쟁은 정치적인 접근으로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OLD SPACE' 개념에서 'NEW SPACE'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 등의 민간 업체들이 상업적인 경쟁을 통해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우주에 더 빠르고, 값싸게 접근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각국의 우주산업 선점을 위한 쟁탈전도 본격화되면서 궁극적으로 인류의 화성탐사, 우주 식민지화 시대를 목표로 한 우주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설립, 1992년 국가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발사 이래 지난 30여년간 우주개발에 투자해 왔다. 국내외적으로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대덕넷은 국가 우주개발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우주강국의 연구산업 동향을 파악, 우주시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계획이다.

첫 시리즈로 국내 우주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개최한 좌담회를 보도한다. 이어 미국과 일본의 우주 스타트업 현장을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패널=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안형준 STEPI 부연구위원)<편집자의 편지>


국내 우주전문가들은 대덕넷이 마련한 좌담회에서 국가 우주개발에 대해 진단하며 진심어린 조언을 쏟아냈다.(왼쪽부터)(패널=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안형준 STEPI 부연구위원)<그래픽=박옥경 대덕넷 디자이너>국내 우주전문가들은 대덕넷이 마련한 좌담회에서 국가 우주개발에 대해 진단하며 진심어린 조언을 쏟아냈다.(왼쪽부터)(패널=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부장,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안형준 STEPI 부연구위원)<그래픽=박옥경 대덕넷 디자이너>

"새로운 우주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한국 우주 1세대가 2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고민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자칫하다간 그동안 일궈온 것까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우주산업실태조사 보고서 등을 보면 국가 주도 우주산업 개발의 한계점을 알 수 있습니다. 출연연 등에서 사용한 예산이 높은 반면 낙수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으로 순유출되는 비용입니다. 출연연과 민간업체에서 작년에 위성과 발사체와 관련해 지불한 금액만해도 약 2000억원을 상회합니다."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는 약 30여년. 국내 우주전문가들은 대덕넷이 마련한 좌담회에서 국가 우주개발에 대해 진단하며 진심어린 조언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우주불모지에서 인공위성, 한국형 발사체 개발까지 일궈 온 성과에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 한국이 처한 현실에 공감했다.  

◆ "우주개발 패러다임 전환···민간 주도 생태계 구축 등 절실"

전세계적인 우주개발의 흐름은 NEW SPACE에 맞춰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일본 등 우주강국에서 기술개발과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 

전문가들은 "세계 항공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6000억 달러 수준으로 최근 10년 동안 우주 산업 분야만 2배로 증가했다"면서 "민간 벤처, IT 기업들이 우주산업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하고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민간 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춰 한국의 우주개발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 중심 우주개발이 추진되다보니 종합적인 접근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방효충 KAIST 교수는 "한국의 우주개발은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면서 "각 프로젝트가 연계되고 포괄적인 협력과 논의가 필요한데 프로젝트가 끝난 후의 성과가 축적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방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안보, 산업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국익을 위해서는 부처 간 협력한다"면서 "이와 달리 한국은 과학, 기술, 우주탐사 등 분과별로 구분해 접근하며, 부처간 장벽이 있어 전체적인 접근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부연구위원은 "최근 국가 R&D 시스템 혁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반면 우주개발은 이와 별개로 추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우주기구(ESA)가 최근 내놓은 4차산업혁명과 연계된 새로운 형태의 우주개발 비전인 'Space 4.0'을 예로 들며 "우주개발이 R&D 시스템 혁신을 위한 국가 전략으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성동 의장은 "그동안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다목적실용위성을 비롯한 위성 개발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왔으며, 이제는 경제적인 리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가 우주개발은 하나의 전략으로 위성, 유인비행기, 무인기 등이 통합된 개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우리는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진단했다.

국가적인 전략을 기반으로 산학연이 협력해 공동의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방향도 강조됐다. 매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주관 연구기관으로 참여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간하는 '우주산업실태조사' 보고서도 하나의 예시로 언급됐다.

방효충 교수는 "한국보다 우주관련 예산을 훨씬 적게 사용하는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도 우주에 대한 상황이나 접근은 오히려 낫다"면서 "오는 2021년까지 화성탐사를 목표로 하는 두바이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주요 우주개발 기구에 두바이 전문가들이 포함되면서 국제화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이미 한국을 앞섰다"고 평가했다.

이어 방효충 교수는 "우주 관련 각종 보고서를 보면 우리는 인력 등 숫자에 치우치는 것 같다"면서 "산학연 위탁과제 수행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화학적인 협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동 의장도 "민간기업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수치화해서 보고서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실질적인 국가 우주산업 생태계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우주개발산업실태조사 보고서 등을 보면 기업 일부가 추가되고 고용창출 효과를 제시했지만 충분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면서 "외부용 자료라 불가피하다는 측면을 고려해도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분석과 복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김종범 항우연 부장은 "보고서를 보면 항우연이 산업체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차세대중형위성 1호는 산학연 공동설계팀을 구성하고 산업계 참여와 기술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위성과 한국형 발사체에 대한 산업체 예산 집행률이 각각 80%, 4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NASA(미국항공우주국)나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민간 이전 사례를 보면 기술 총괄은 민간기업이 해도 전체 총괄관리나 기술 검증은 정부출연연에서 담당한다"면서 "운영측면에서도 기업은 영업 이익 추구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우주산업의 전반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가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근본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주개발을 재정의하고 국가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방효충 교수는 "지난 30여년의 국가 우주개발을 통해 많은 것을 이뤄왔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 교수는 "우주기술은 인공위성 기술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항공우주산업 종사자 등은 우주개발 목적을 행위 자체만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우주개발의 근본적인 목표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STEPI 부연구위원은 "세계 우주개발의 지난 60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주는 과학과 탐험의 대상이자, 정치와 군사의 공간이었다"며 "앞으로 산업화가 지속되고 인간의 접근이 더욱 쉬워지면, 사회문화적인 요소가 덧붙여져 한층 복합적인 공간으로 변모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을 국가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우리 한국인에게 우주라는 공간은 무엇을 위한 대상이어야 하는지 뚜렷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범 항우연 부장은 우주개발 필요성을 국가 기반으로서의 국력주의, 유인탐사나 소행성 탐사 등 과학탐구주의, 기술개발과 산업적 응용을 강조하는 산업주의로 분류해 설명했다. 김 부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국가 안보, 과학탐구 등을 골고루 추구한다"면서 "한국은 산업적인 효과를 강조하는데 우주의 공공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주개발 주체들의 역할분담?···우주경제 시대 민간-국가 연계 필요

우주개발 재정의 노력을 바탕으로 연구성과 등이 산업 전반에 파급돼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무엇보다 우주개발 주체들과 관련, 항우연 등 정부주도 우주개발 구조를 재편해 민간이 주도하는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 산업계에서는 성공하는 우주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환경 조성 없이 성과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성동 의장은 산학연의 주체별 특성을 ▲정부나 출연연은 반드시 해야 할 것(Must do) ▲대학은 하고 싶은 것(Want to do) ▲기업은 할 수 있는 것(Can do)을 각 주체별 역할로 제시했다.

특히 박 의장은 민간 주도의 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연구개발 성과가 즉각적으로 사업과 연계되고 혁신 활동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우주가 과학인지 기술인지 분리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학은 장시간 정부가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반면 기술 관점에서 보면 정부 개입 보다는 민간 기업을 육성해 투자 활성화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형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우주산업의 영역은 크게 위성, 발사체 등 하드웨어를 개발, 제작하는 상류(upstream), 위성을 운용하거나 데이터 송수신을 하는 중류(midstream), 그리고 이미지나 데이터를 처리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하류(downstream)로 구분된다.  

안 부연구위원은 "보통의 우주개발은 위성이나 발사체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주경제(Space Economy)의 가치사슬에서 상업적 수익의 60%는 소비자 서비스 영역인 하류가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박성동 의장은 "출구전략이 중요한 스타트업 특성상 한국에서 상·중류 공략은 어렵다고 보며 하류 부분에서는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3차 우주개발중장기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도 반영돼야 하며, 전문가와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효충 교수는 "내부적인 개혁보다는 근본적인 체질 개혁에 나서야 한다"면서 "우주는 백화점식 전략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적합한 것을 찾아 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범 부장은 우주개발의 공공적 측면을 강조했다. 김 부장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을 비롯한 선진 각국 뿐만 아니라 후진국에서도 대통령 직속으로 각종 위원회와 정부 우주개발전문기관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우주산업은 정부 참여와 경영방식이 중요한 산업으로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 1차, 2차, 3차 산업을 포함해 전산업에 지대한 파급영향을 미치는 공공재적 성격의 기간산업"이라고 역설했다.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위험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최첨단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국가적 공익 차원에서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 "현 환경서 '엘론 머스크' 안 나와···우주 인식 문화 확산 필요"

국가 우주개발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대국민 우주산업 인식(Space Awareness) 제고와 장기적인 우주개발 전략 수립 등도 필수적인 요소로 꼽혔다. 특히 문화 전반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종범 부장은 "선진국의 우주개발에서도 국민적 요구나 지지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외국에서는 국민 인식도 제고를 중시하기 때문에 국가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서도 국민 인식도 향상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효충 교수는 "외국인들은 도전과 개척의 DNA를 기반으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열정과 관심을 갖고 컨퍼런스 등에 활발히 참석한다"고 분석했다.

안형준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NewSpace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우주분야 스타트업 CEO 4명 가운데 3명이 지난 2004년 세계 최초 상업용 우주선 스페이스쉽원 성공 현장에서 큰 영감을 받고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안 부연구위원은 "우주개발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제시하기 위해 교과서에나 나오는 외국의 사례가 아니라 지난 30년의 우주개발 노력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한국만의 구체적인 성공사례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동 의장은 "엘론 머스크는 유년시절부터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꿈을 갖고 우주개발에 나선 반면 한국에서는 유년시절부터 우주에 대한 꿈을 갖고 접근한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한국에서는 관련 산업에 정부 간섭이 존재하기 때문에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 등이 나서기 어렵고 우주 관련 문화도 조성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런 가운데 국가 우주인배출 사업 이후 주목할 만한 우주 2세대 일부가 나오고 있는 추세다.

안형준 부연구위원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2008년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보며 꿈을 키운 '이소연 키즈'가 등장했다"면서 "기업가정신, 모험심 있는 벤처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 민간 차원에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동 의장은 "과학기술자 중심에서 벗어나 정책학, 언론학, 경제학 등 인문학적 배경을 갖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우주개발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증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우주 2세대 중에서도 주목할만한 창업가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올바른 국가우주개발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효충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기술개발과 창업을 부러울 정도로 쉽게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힘들게 느껴진다"면서 "우주개발은 대량 생산이 아니라 인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 육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또 투입된 자금이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고 기술개발에 기여하는지 살펴보면서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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