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리 :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 학습 커뮤니티인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열립니다. ETRI 연구자들이 일반 국민과 선후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들을 탐색하고 고민해 주제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새통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전달드리고자 참가자들이 직접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미래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며, 이를 대비하는 연구원들의 자세와 각오는 어떠한지 글로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새통사 84차 모임은 ETRI 대표적인 에너자이저 허세영 연구원을 통해 '블록체인의 가치'에 대한 생각나누기 시간을 가졌다. 유기체적 세상을 지향하는 제4차 산업 혁명의 인위적인 추진이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의 중심지 중의 하나인 ETRI에서는 들불처럼 블록체인 아키텍쳐(Blockchain Architecture)에 대한 다양한 제안과 실험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아직 감감무소식 상태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Client-Server Architecture) 세상에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는 블록체인 아키텍쳐의 탄생이 세상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위기의식이 허세영 연구원을 강단에 서게한 이유이기도 함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1. 블록체인으로부터 블록체인의 정신 분리하기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왜 이런 개념들이 뛰어 나오는 것일까? 

제일 먼저 나온 쪽이 전자화폐 쪽이니 이쪽에서부터 더듬어 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은행이 발행한 화폐를 가지고 세상의 모든 가치교환을 대신하고 있다. 가치교환에 질서가 깨어지면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은행에 그러한 질서 유지를 믿고 맡기는 대신에 모든 금융거래를 은행을 통해서는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고 그런 틀 속에서 살아 왔다. 

그런데 정보유통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굳이 은행이라는 신탁관리자(Trustee)를 두고 가치교환을 해야 할 필요성이 약해진다. 가치교환의 거래에서 상대방을 정보유통의 속도에 의지하여 내 스스로 신뢰를 확인 할 수 있다면, 굳이 은행이라는 틀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내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거래를 하면 되니까. (비트코인은 더 속 깊은 이유가 있어 생략해야만 한다.)

'신뢰란 1%의 확인과 99%의 평판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어떤 상대방과 거래를 함에 있어서 남들이 '그 사람 믿을 수 있어'라고 말을 해도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다. 블록체인은 바로 그러한 개념을 알고리즘적으로 실현한 일종의 거래장부(ledger)다.
 
A와 B가 500원을 주고받는 거래가 있었다고 가정하자. 이 거래를 함께 지켜봐주기로 한사람들이 이 거래가 사실임을 확인해주면 하나의 거래 블록이 생성된다. 이렇게 시간순서에 따라 거래블록들을 연결한 것을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중앙집중식 신탁 관리자에 의견을 묻지 않고 peer들간의 일종의 평단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특정한 알고리즘에 종속적인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중앙집중식 확인 방식에서 동등한 위치에 있는 peer들이 구체적인 평판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중요한 질문들이 존재하게 된다.

2.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
 
(Q1) 많은 peer들이 가지고 있는 거래장부들을 확인하려면 너무 많은 계산량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A) 거래장부의 변조를 막으려면, 계산량이 많아져야만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것이 블록체인의 기본철학이다.
 
(Q2) 계산량이 많아지면, 거래의 속도에 부담이 생기지 않는가?

(A)현실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다양한 대안들이 도출될 수 있고 도출되고 있다. 거래 히스토리를 압축하여 계산량을 줄이는 머클트리(Mekle tree) 개념도 도입이 되기도 하고, 계산량을 최소화하는 컨소시엄 블랙체인(consortium blockchain) 개념도 나왔다. IBM의 하이퍼레저(Hyperledger)가 이런 개념이다.
 
(Q2-2) 소수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블랙체인은 블록체인의 초기 변조억제 방식과 다른 개념이 아닌가?
 
(A) 다른 개념이다. 원래 것은 거래를 증명해주는 Proof of Work(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많이 쓰이는 구조)의 방식을 사용하지만 하이퍼레저의 경우 Proof of Stake(
유저들의 코인 지갑이 블록을 만들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 형식)의 개념을 사용한다. 부정이 일어나면 컨소시엄 블랙체인의 존립에 문제가 생기는 점을 이용하여 각자의 지분(Stake)만을 확인해주는 방식이다.
 
(Q3) 많은 사람들에게 비밀스러운 것이 알려져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A) 중앙집중식 신탁관리자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한꺼번에 변조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지켜져야 할 가치'는 오히려 더 잘 지킬 수 있다. <익명성(?)>을 포기하는 대신 <가치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투명성>까지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익명성과 안전성> 효과를 동시에 얻는 방법으로는 참여하는 Peer들이 누구나 쓸 수 있는 분산컴퓨팅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 높은 시선이 요구된다.
 
이론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수입한 자들은 그것을 불변의 진리로 받든다.(최진석 교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이론을 직접 생산한 자들은 적용할 대상 환경이 바뀌면 적절한 변경을 가할 줄 알지만, 진리로 받드는 자는 불가능하다. 수입한 자가 생산한 자와 같은 수준으로 가는 길은 오로지 '그 본질'에 다가가는 것 뿐이다.
 
이론에 매몰된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게 된다. 지금 현재의 서버-클라이언트(Server-Client) 방식의 인증(Authentication)이 보안성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평판에 의존한 인증체계를 한번 시험해보자고 해도 안 된다고만 한다. 블록체인은 거래를 인정해주는 것이지 신분을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답답한 발상이라 말인가? 블록체인을 평판제공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신분인정에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통신에서는 ID를 부여하지 않고도 신분을 인정할 수도 있다. 지난 행동들(behavior history)을 아주 촘촘하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신분인정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해커들이 뚫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도 지난 행동들는 회계부정적발(fraud detection)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하면서 안 된다고 한다. 이론이나 개념의 노예들을 접하는 것이나 진배없어 보인다.
 
모든 중앙집중방식의 관리체계나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의 관리체계에 지속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 과감하게 다른 방식의 도입을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개방과 안전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을 만들 수 있고 또 그곳에 수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사람과 사물과 환경이 유기체적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다가온다고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신뢰연결이나 정보보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시도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남들의 개념이나 이론에 매몰되어 있는 노예이기거나 그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볼 수 없는 낮은 눈높이를 가진 것이 아닌가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4. (외부의 주문) ETRI에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에 대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세상의 모든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여 제시하고 국가사회 구성원 누구나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데 필요한 진입장벽을 제거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의 구축과 각 도메인에서 솔루션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도메인주도의 통합(Integration)을 제공할 수 있는 협업의 장을 제공하라.
 
세상의 모든 거래와 인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달라. 언제까지 누구나 아는 취약점을 죽어라 막는 방식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것인가?
ETRI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당장 솔루션 제시 문서(Survey paper) 몇 개만이라도 구해서 읽어보자. 그러면 세상 사람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우리 도메인에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수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무언가 새롭고 다른 개념을 제시 할 수 있을 때, 우리 주도의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시나브로 다가와서 우리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남의 손에 이끌려 변화를 당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우리 주도로 변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5. (내부의 소망) ETRI를 블록체인 오픈소스프로젝트(Open Souce Project)의 테스트베드로 만들자!
 
가장 앞서있는 IBM의 하이퍼레저부터 ETRI내의 구성원들이 집적참여 하여 오픈소스프로젝트를 한번 해보자. 함께 실험해보자. 3000여명이 실험해서 얻은 결론은 충분한 활용성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과제 받아와서 해야 하는 것인가? 수많은 응용브랜치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가 멋진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어 세상에 확산시키고 (이런 것을 요즘말로 블록체인 민주화라고 한다.)이 블록체인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특화된 칩셋 Blcokchian Processing Unit이나 확장 성이 뛰어난 네트워킹 플랫폼이나 컴퓨팅 플랫폼, 오픈 소스 기반의 블록 체인 소프트웨어 프레임 워크, 개발자 중심의 툴, 블록 체인 알고리즘 및 감사 장터 등의 일련의 산업생태계를 주도해 볼 수는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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