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산자부 개편 불가피 전망· · ·각 부처 만반의 준비태세
연구자들 "성급한 조직개편 금물· · ·실제 권한 현장으로"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10일 공식 취임선서를 마치고 곧장 일정을 시작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지명하는 등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인 신분을 갖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절차를 거치는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결이 이뤄지며 인수위 없이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공직 선거법 제14조 1항 '궐위로 인해 선거가 치러지는 경우 대통령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임기 시작 후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라고 당부했다. 가장 먼저 내린 업무 지시는 공약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뤘던 일자리 창출 분야였다. 

정부조직 개편 폭은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정부조직개편 폭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위가 없는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영속성을 위해 당장 큰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해석에 따라서다.

그런 가운데 과학기술과 산업분야 관계 부처들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행보에 주목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려는 분위기다. 몇몇 개편 작업은 이미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의든 타의든 변화가 예상된다. 정책 전문가에 따르면 산업부의 중소기업 관련 업무는 중소벤처기업부로 일부 이전될 전망이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도 중소벤처기업부로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최소한의 조직 개편 정책 기조 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업무를 외교부로 복원, 외교통상부를 회복키로 했다. 미국 문제 등 통상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공약집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 관련 기능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 해 정책 수립과 제도를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래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 이외에도 업무가 축소될 것으로 알려진다. 방송통신을 별도로 빼고 미래부에는 과학기술과 IT를 남기는 정도의 개편이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가 중기쪽으로 가는 등 원포인트 개편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래부는 방송통신도 빠지고 과학기술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부는 부처 축소를 막기위해 출연연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연구회를 중심으로 출연연의 행정조직을 통합하겠다는 이야기도 많다"면서 "이전 사례를 봐도 정권 교체시마다 당시 과기부처는 성과를 보이기 위해 두 연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공약에서 각 부처에 흩어진 연구개발 예산 배분을 한 곳으로 모으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산 작업이 시작된 이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처럼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예산구조는 제자리 걸음 상태에서 정부는 기초연구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때문에 응용과 산업분야 연구개발비를 줄여 기초연구 투자를 늘리는 방안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미래부 관계자는 "예산작업은 기존 프로세스대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후 대통령이 국정방향에 맞게 지침을 내린다면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예산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팅하고 내년도 예산배분을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진행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오전에 간부회의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공약과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과학기술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미래부에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술창업에서 시작된다. 때문에 과학기술과 ICT는 같이가야 한다. 역할을 누가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밀실 정책, 협의 채널 줄이고 공개적 논의 필요"

"H/W적 개혁을 지양하고 S/W적 개혁을 지향하는 과제는, 개혁의제 형성 경로의 민주화와 개방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수집단, 행정전문가 집단 중심의 밀실 정책 협의 채널을 축소, 폐지하고 공개적 논의의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에 따르는 시간과 혼돈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관건이다."(과학정책 전문가)

"거버넌스가 자주 바뀌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미래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합친 것은 좋았으나 방송통신과 규제까지 섞은 것은 좋지 않았다. 성격이 맞지 않기에 방송통신과 규제는 미래부에서 뺐으면 좋겠다."(이상목 전 과기부 차관·과학기술과사회발전연구회장)

연구현장에서는 거버넌스가 자주 바뀌는 것과 밀실정책 채널을 우려했다.

한 젊은 과학자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음에 안타까워 했다. 그는 "과학기술정책에 있어서 비전문가, 행정직 등 모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현장에서 근무하는 연구인력들에 참여가 최대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출연연의 통폐합 문제,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등이 매번 화두로 던져지지만 연구학생, 박사 등의 목소리는 전혀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거버넌스 해소에 대한 정책들 뿐이다. 그 결과 지금의 과학기술정책은 현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행정적인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회장은 미래부가 제대로 된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합친 것은 좋았으나 방송통신과 규제까지 섞은 것은 좋지 않았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과학기술은 산업과 연결된다.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필요하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지능형 산업으로 가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조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중기벤처 정책 한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 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와 인식도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규제와 감사제도를 바꾸려면 경제학자와 법학자가 같이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 전문가들은 세법이 어려워 이해 못하고 세무전문가들은 이야기 없으면 바꾸지 않는다. 같이 논의해 바꿀 세법을 현장에서 제안할 수 있어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부현 캠온 전무는 "과학입국에 걸맞은 부총리급 과기부를 부활시켜 연구예산의 총괄관리를 기획재정부로부터 이관해야 한다"면서 "작은정부, 작은 국회, 하부 공무원의 양적, 질적 확대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헌준 한국화학연구원 정책팀 연구원은 급진적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번 행정부 집권 초기에 항상 바뀌었던 과기분야 거버넌스는 효과에 비해 행정적 비효율을 수반해 왔다"면서 "이전의 상설 국과위 체제와 같이 기획, 예산 기능이 결여된 조정기능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키워드에 특화된 부서명은 지양해야 한다. 해외교류시에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처명이 필요하다"면서 "과기계 컨트롤타워에 예산 배분권을 일정부분 이관해 이에 따라 기획, 조정, 평가도 선순화 구조로 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연석 UST 교수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과학기술과 ICT의 적절한 분리는 맞다"면서 "과학기술을 총괄하면서 출연연의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책 한 전문가는 "국정 운영의 과학화가 이뤄져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진실이 정확하게 밝혀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끝까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가 운명을 타인 손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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