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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바란다②]"연구현장 자주 찾아 소통 했으면"

"과학계 적폐 청산 기회···자율성 확대" 기대
연구현장 관계자들 평가체계·기관장 선임 구성원 참여 등 필요성 제시
"선진국의 항공우주국은 지사만 있어도 활성화되는 반면 대덕의 출연연은 20여개가 모여 있어도 정체되어 있다.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1만8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출연연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집행을 해야 한다."

"새정권이 국가 적폐 청산을 내걸었다. 과학계도 적폐가 만만치 않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과학계 적폐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연구현장과 정권 핵심인사들간 소통이 활발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연구 현장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임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탈권위주의, 파격적인 인사행정 등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 현장에서는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만큼 기존의 적폐를 청산하고 연구자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다양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장 연구자들은 평가제도 개선 등을 통한 연구몰입 환경 조성, 연구 자율성 확보, 과학계 기관장의 참여형 인사 등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이들은 연구자 사기 진작을 통해 출연연 활성화에 나서야 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대통령이기를 기대했다. 
 
◆ "연구자 사기진작 필요···현장 밀착 소통해야" 한목소리
 
현장 연구자들은 행정부담, 평가제도 등을 연구 몰입환경을 저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또 연구 자율성 측면에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 목표를 설정·실행하고, 소속 기관장 선출 등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4차 산업혁명시대의 철저한 대비를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만큼, 과학기술을 배제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국가혁신체제를 정비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H 연구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다양성과 창의성인데 지금의 과학계 구조는 탑다운 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탑다운 형식에서 다양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국가아젠다 연구는 탑다운으로 하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바텀업형태의 과제, 독립된 과학정책을 많이 만들어야한다. 이는 곧 4차 산업혁명발전과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창조적 연구와도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연 B 박사는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는 추격형 연구와 달리 선도형 연구에서는 자율성이 주어져야 가능하다"면서 "연구자들이 스스로 연구 목표와 내용을 정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연구사업과제는 과학정책담당 부서가 아닌 지경부, 사업부 등 각 정부기관의 영향을 받는 경향이 많다"면서 "기본적으로 과학정책 담당 독립부서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곳에서 관료들을 최대한 배제한, 과학자들로 부서를 구성해 바텁업형태의 과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공계 대학 K 교수도 "우리는 정책을 만드는 부서와 연구조직의 거리가 멀었고 이로 인해  선진국의 알파고, 뇌지도, 포켓몬고 등 정책을 보고 따라가는데 급급했다"면서 "더 이상 멀어져선 안 된다. 정책부서와 연구조직의 밀접한 관계는 우리현실에 맞는 정책과 연구, 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연구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출연연 I 박사는 "과거에 비해 출연연의 연구환경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열악하다"면서 "협소한 연구공간, 연구재료 구매를 위한 복잡한 행정절차와 시간 소비 등이 연구몰입을 위한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연구자는 "선도형 연구는 기존의 연구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스스로가 목표를 잡고 수정해 가야 한다"면서 "이처럼 정답이 없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매년 평가를 받고 연구성과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평가와 관리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철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는 "출연연의 연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독립법인으로서 출연연은 보장된 정부의 출연금을 정원, 연구주제, 비용, 연구 환경 개선 등에 구성원과 기관의 미션을 고려해 조절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경쟁력이 발휘된다"고 역설했다. 
  
출연연 A 박사는 "연구원들은 자신이 속한 기관장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출연연 연구원들과 5년간 함께 할 기관장인 만큼 원장선임에 연구원들의 지분율을 50%를 주고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한다. 현장 직원들의 투표가 진행되고 그 의견 일부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희망했다.
 
◆ 박사가 너무 많다? "올바른 인재양성 해야"

 
대학, 출연연에서의 인력양성 부분도 개선해야 할 부분 중 하나로 대두됐다. 노환진 UST 교무처장은 현재의 과잉 박사 배출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 교수들은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제를 지속적으로 수주하고 박사과정 학생을 뽑지만 이들이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없어 백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일로 논문만 양산하고 사회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환진 처장은 연구중심대학 지정을 대안으로 꼽았다. 노 처장은 "미국은 전체 대학 7% 정도가 연구중심대학이다. 우리나라도 연구중심대학을 10개 정도로 확대해야 하지만 다른 대학의 반대로 못하고 있다"며 "연구비 나눠 먹기식 연구는 이제 그만하고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져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인재양성을 위해 문화 확립도 필수적 요소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중견과학자는 출연연과 대학을 연계한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와 대학 연계처럼 출연연과 대학이 서로 자유롭게 인력을 주고받을 때 과학분야 인재양성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출연연과 KAIST, UST 등이 거버넌스 관련 융합이 돼 전체 큰 캠퍼스 개념 안에서 학생과 교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연연 등 연구현장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진 연구자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출연연 A 박사는 "출연연의 우수한 젊은 인력이 입사한 이후 대학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며 "인재채용 과정에서 여전히 학연·지연·인맥 등으로 선발하는 폐해를 없애야 제대로 된 인력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연연 B 박사는 "출연연 연구현장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변화하는 흐름에 빨리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신진 연구자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C 박사는 "현재 출연연은 젊은 연구원이 편안하게 연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본다"면서 "신진 연구자를 적극 양성해야 하며,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 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과 출연연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신진 연구자 지원 정책과 함께 연구자 정년 환원 등을 통해 연구현장 사기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이상목 과학기술과사회발전연구회장은 정년 축소가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학과의 교류를 막는 폐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회장은 "연구소, 산업체 등 산학연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데 정년문제로 연구소와 대학 간의 교류가 떨어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유럽, 중국 등은 우수인재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연구자의 사기를 높이고 있으나 우리는 거꾸로 정책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A 박사는 "연구자들은 50~60대가 돼도 은퇴로 불안해한다. 이들이 임금피크제, 우수연구원 제도에 민감해지면서 신진 연구자를 경계하게 되고 세대 간 갈등으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 단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은퇴 과학자의 활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현장을 직접 찾아 과학계 현장을 둘러보고, 출연연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인재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출연연 C 박사는 "그동안 대통령은 과학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 선출됐다"면서 "새로운 대통령은 과학계를 자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중견과학자는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해 기업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하고 정부는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 기업, 출연연, 대학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협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틀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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