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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권, 왜 과학은 보좌관인가? "위상강화 필요"

"정책 전반 과학기술 기반, 협력위해 지위격상 필요"
연구현장 "사람의 역할 중요 보은인사 아닌 기여할 인물로"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개편된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 공개 등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다시한번 의지를 밝혔다. 과기정책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분야는 철학과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개편된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 공개 등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다시한번 의지를 밝혔다. 과기정책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분야는 철학과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정부가 최근 기존 3실·10수석 체제를 4실·8수석·2보좌관 체제로 청와대 직제를 개편한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를 보좌관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일자리 창출 정책 등 전반적인 정책 실현의 핵심에 과학기술이 기반이 되는 사실을 간과한 개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보좌관은 참여정부 시기와 비슷한 개편을 연상시켜 자칫 철학이 빠진 상태에서 과학기술 정책과 조직이 답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피어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비서실, 정책실, 국가안보실, 경호실 등 4실이다. 비서실과 정책실 산하에는 8개 수석을 배치했다. 비서실장은 정무·민정·사회혁신·국민소통·인사 수석을, 정책실장은 일자리·경제·사회 등 3개 부문 수석과 경제·과학기술보좌관을 관장한다.

정책실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기 운영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된 바 있다. 이번 정부에서 정책실을 부활하고 역할을 강화한 것은 국가 정책 실현을 위해 체계적으로 정책을 점검하고 관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는 차관급 보좌관 지위로 그쳤다. 참여정부 시기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자리를 도돌이표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에는 과학기술부의 부총리 부처 승격과 차관급 혁신본부 등을 설치, 현재보다 과학기술의 거버넌스 위상이 높았던게 사실이다.

과기정책 한 전문가는 "정책과 안보 등 최근 이슈와 현안에 따라 각실과 수석의 역할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4차 산업혁명 등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는데 기능을 축소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정책의 모든 분야에 과학기술이 들어가는데 보좌관의 위상으로 가능할지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과학기술 역할 커지는데 역할과 기능 축소?

"정책실의 과학기술 분야를 과학기술보좌관으로 배치했다는 것은 자칫 과학기술 분야를 소홀히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차관급이긴 하지만 실제 추진 동력이 없는 경우로 앞으로 전체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과 협치를 어떻게 주도할 지 걱정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상당수는 과학기술과 연관된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스마트 코리아를 구현하겠다는 공약과 일자리 창출과 창업국가를 조성하겠다는 정책 등 주요 정책 대부분이 과학기술 기반이다. 경제, 국방, 일자리, 미래먹거리 등 어느 분야에서도 과학기술을 빼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예산은 2017년 기준 19조400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 전체 예산 400조7000억원 중 5%를 차지하는 것으로 단일 규모 예산으로는 교육 56조4000억원, 국방 40조3000억원, 사회간접자본 21조8000억원의 뒤를 잇는다.

과학정책 전문가는 "문재인 정권의 많은 조직이 참여정부를 생각하는 것은 당시의 향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참여정부 시기 연구개발 예산은 9조원이었다. 지금과는 굉장한 차이가 있는데 그 시기보다 못한 조직개편으로는 과학기술 분야를 제대로 이끌수 없다. 위상도 세우기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시 부총리 부처와 차관급 혁신본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R&D 관련 부처들과 조율을 통한 새로운 체제를 정착시키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었지만 실패했다"면서 "그 결과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성과 위주 환경이 더욱 심해졌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게 사실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 4월 21일 과학의 날 "과학기술 혁신과 발전, 사람에게 투자해 이루겠다"며 "과학기술분야 독임부처 설립으로 연구 자율성과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국정 지속성을 이유로 조직개편을 최소화 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정부조직의 개편보다 유지를 선택했다. 따라서 미래창조과학부는 부처개편이 아닌 창조경제 업무, 방송통신 등의 업무는 관련 부처로 이관하고 과학기술 지원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권위와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변에 과학기술 분야 핵심 인력이 없다는 우려도 크다. 조직개편에 따른 수석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과학기술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상당수는 선거에 따른 보은인사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과학계 한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탈권위주의와 투명, 소통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과학기술분야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철학이 기반해야 한다. 정책 반복으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은인사가 아닌 과학계를 위해 기여할 인사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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