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연우회, 지난 26일 UST서 '출연연 혁신방안' 토론회 개최
"일 안하는 연구자 과감히 내보내라···개혁에 뼈깎는 고통 따라야"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주제 정책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정순용 화학연 부원장 ▲양동열 KAIST 前 부총장 ▲이정순 연우연합회 수석부회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김왕한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수석부회장 등이다.<사진=박성민 기자>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주제 정책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정순용 화학연 부원장 ▲양동열 KAIST 前 부총장 ▲이정순 연우연합회 수석부회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김왕한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수석부회장 등이다.<사진=박성민 기자>
"출연연 연구자만큼 순수한 사람 없다. 녹색경제·창조경제·4차산업혁명 등 정부가 하라는 대로만 한다. 정권이 바뀌면 동네북이 돼 두들겨 맞는 곧이 출연연이다. 때로는 집단반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스스로 힘을 키우자." 

과학기술연우연합회(회장 채영복)는 지난 26일 오후 4시 UST(총장 문길주) 사이언스홀에서 현직연구자·고경력과학기술인 60여명을 초청해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가한 과학기술인들은 자유토론을 통해 "수긍에 익숙한 출연연 성격을 탈피하고 정부나 언론의 잘못된 목소리에 반발하며 힘을 키워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자유토론에는 이정순 과기연우회 수석부회장이 좌장을 맡고 양동열 KAIST 前 부총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김왕환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수석부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양동렬 KAIST 前 부총장은 출연연 혁신을 위해 각 연구소의 '공동연구소'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너지가 없는 융합은 진정한 융합이 아니다"라며 "출연연 융합을 관찰해보면 '연합'에 불과했다. 연구소 내부에 젊은 사람이 모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공동연구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양 前 부총장은 원천기술을 '샘물'로 비유했다. 그는 "연구단지에 샘물이 과연 몇개나 되고 여건과 조건이 마련돼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라며 "샘물이 생겨 시냇물을 만들고 강과 바다로 흘러갈 수 있는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연에는 과학자·공학자뿐만 아니라 기술자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장에는 기술자들이 많이 없다"라며 "연구자들은 아이디어 제안부터 개발·구현·상용화 등까지 모든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를 기술자가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입장에서 본 출연연 시각도 언급됐다. 김왕환 수석부회장은 "중소기업에서는 연구단지를 섬으로 표현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99%이고 국민 88%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과학이라면, 연구자들이 발벗고 중소기업인들과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봉 대표는 출연연 '유연성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문서상 출연연이 25개로 묶여있지만, 물리적 위치로는 묶여있지 않다"라며 "대덕에 위치한 KAIST·ADD·한국타이어 등은 출연연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뭉쳐져 있는 연구원과 연대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 발제 이후 플로어 토론도 이어졌다. 장인순 대덕원자력포럼회장은 '객관적 평가 시스템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연구단지 정규직은 철밥통이다. 이를 깨지 않으면 혁신이 없을 것"이라며 "일 안하는 연구자는 바로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연구소 평가 시스템은 주관식 평가로 객관성이 없다. 아는 사람과 이쁜 사람에게 점수를 많이 준다"라며 "객관적 평가시스템으로 일 안하는 연구자를 내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출연연 혁신? '문서' 아닌 '실행'으로 보여줄 때"

정순용 부회장이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주제로 '출연연 혁신위원회' 추진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정순용 부회장이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주제로 '출연연 혁신위원회' 추진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주제로 정순용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이 강단에 올랐다.

정순용 부원장은 출연연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출연연 혁신위원회' 추진 경과를 고경력과학기술인들에게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혁신위원회는 올해초 출연연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기관별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2월 출연연 혁신 방안을 확정했다.

출연연 혁신방안은 '누가 할 것인가?'(Who), '무엇을 할 것인가?'(What), '어떻게 할 것인가?'(How) 등의 3가지 전략에 6대 의제로 도출됐다.

첫 번째 전략은 '조직·인재 경쟁력 혁신'이다. 수월성을 중심으로 우수인재 확보와 조직중심 청렴한 연구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세부 의제로는 ▲그룹중심의 조직문화 구축과 엄격한 연구윤리 정립 ▲우수인재 유치·육성을 통한 개방형 혁신 가속화 등이다.

다음 전략은 '연구경쟁력 혁신'이다. 미래 대응을 위한 대형 연구성과 창출 강화가 목표다. ▲미래 프런티어 원천연구 집중 ▲국가·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SD) 확대 등이 세부 의제다.

마지막 전략은 '시스템 경쟁력 혁신'이다. 출연연 주도 융합·협력 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세부 의제로는 ▲출연연간 융합·협업 체계 고도화 ▲산업혁신을 위한 산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등이다.

출연연 혁신위원회는 도출된 혁신방안이 촉진될 수 있도록 ▲공동연구센터 ▲산·학·연 공동 연구협의회 ▲R&SD 기획위원회 설립·운영 등을 본격적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정 부원장은 "아직 혁신방안 내부 구성원 공감대 형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라며 "혁신위 차원을 넘어 개별 기관 차원에서 적극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문서가 아닌 행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정순 연우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출연연이 어쩌다 보니 자기주도 혁신방안까지 내야 할 단계까지 왔다"라며 "출연연 혁신방안이 거대한 담론이 아닌 실천할 수 있는 개혁·혁신안이 되도록 힘을 보태자"고 말했다. 

정책토론회에는 현직연구자·고경력과학기술인 60여명이 참가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정책토론회에는 현직연구자·고경력과학기술인 60여명이 참가했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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