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CCS 2020사업 통해 CO₂ 전환 ‘포름산’제조기술 개발
파생기술로 화학벤처기업 창업···'기후변화대응 신산업' 창출한다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는 윤성호 국민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는 윤성호 국민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연구하는 만큼 기술 개발 결과가 국가 발전에 반드시 기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항상 연구를 시작함에 있어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점이 우리가 '포름산'에 주목한 이유다. 온실가스 주범으로 쓸모없이 버려지던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얻어내고 이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

개미나 곤충, 일부 식물에서 발견돼 '개미산'이라고도 불리는 '포름산'은 가죽이나 섬유 가공, 동물사료 항생제 대용품 등에 쓰인다. 다양한 곳에 활용되는 만큼 세계적인 수요가 크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어려워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고가의 수입품이지만 연료전지, 소형항공기 구동의 연료로 사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어 포름산이 필요하다보니 수요는 점점 늘 것으로 예상된다.

포름산을 저렴하게 제조할 방법은 없을까.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다. 윤성호 국민대 교수다.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만드는 기술은 새로운 것은 아니나 상용화에 몇 가지 난제가 있었다. 그는 한국이산화탄소포집 및 처리연구개발센터(KCRC) ‘Korea CCS 2020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에서 난제를 극복, 포름산 생산 촉매 및 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하는 등 새로운 기후변화대응 산업을 창출하는데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생된 기술로 지난 5월 1일 화학벤처기업 '신켐'을 창업했다.
 
창업으로 한창 바쁜 윤 교수를 만났다.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과학자들의 역할, 연구 상용화를 위한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온실가스잡고 고가 포름산 제조 '일거양득'

"연구 초기부터 포름산 제조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 먼저 이산화탄소 포집연구를 했고, 해당 개념을 확장해 포집한 온실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연구로 범위를 확장했다."

이산화탄소로 포름산을 생산하는 연구를 하기 이전, 윤 교수는 KCRC과제를 통해 출연연 연구자와 함께 자연모사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연구를 했다. 그는 모기나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능력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 후 물에 녹여 화학적 작용을 통해 저가의 카보네이트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1단계 연구를 마친 그는 출연연과의 공동연구를 확장해 자연모사 포집개념을 활용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전환하여 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을 위한 2단계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목표를 도중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노, 균질계 촉매, 계산화학, 반응화학 등 다양한 기존의 연구 경험을 접목하여 새로운 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 연구 추진이 가능했다. 그렇게 시작한 2단계 연구가 포집한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고가의 포름산을 얻어낸다니 그야말로 일거양득 연구다.

윤 교수팀 실험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윤 교수팀 실험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윤 교수가 포름산에 주목한 이유는, 소비가 많은 만큼 많은 이산화탄소를 소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에서 많이 쓰는 물질이면서도 연간 1만 톤 이상의 소비제품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포름산에 주목하게 됐다"면서 "사회에서 포름산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이산화탄소도 많이 쓰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1년간 저감해야하는 이산화탄소양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로 포름산을 제조하는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정제된 포름산을 분리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 기술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윤 교수는 촉매기술을 변형시켰다. 또 균질계 촉매로 포름산을 만들었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비균질계 촉매화를 시켰다. 이를 통해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버티면서도 쉽게 침전이 일어나게 하는 등 액상분리를 통해 포름산 유도체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난제도 있었다. 포름산 정제를 위해 필요한 촉매로 이리듐을 사용했는데 고가의 귀금속계로 경제성이 좋지 않았다. 그는 "촉매는 재활용도 중요한데 이리듐을 재활용하니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값싼 촉매로 경제성 높은 생산에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팀은 이리듐을 대체할 촉매 '루테늄'개발에 성공했다. 이리듐보다 3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재활용해도 효율이 유지되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그는 "루테늄 촉매로 충분히 경제성이 나오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저렴하면서도 효율이 좋은 촉매 개발을 하는데 힘쓸 것"이라며 "향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광덕박사 연구팀과 더불어 실험실 파일럿 수준의 제조공정을 만들 예정이다. 먼저 하루 1~5kg의 포름산을 생산해 1년에 약 1톤의 포름산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촉매담체개발 경험으로 '창업'…"연구자들 시간·인력·비용 줄인다"

"균질계를 비균질계화로 전환시키는 담체제조법을 논문에 자세히 기술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우리에게 계속 문의를 한다. 노하우와 경험이 없이 쉽게 따라 하기가 어려운 만큼 담체 공급 벤처를 세워보자고 결심했다."

포름산을 제조하는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였던 '균질계->비균질계' 전환 담체개발은 포름산 제조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에서도 필요한 노하우다. 많은 연구자들이 담체를 만드는 법을 윤 교수에게 문의하는 이유다.

그럴 때마다 상세하게 적어놓은 논문에서 힌트를 얻길 바랐지만 노하우와 경험은 글만으로 전수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1년 안에 담체 만들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담체를 공급하는 업체가 있다면?' 불현듯 스친 생각에서 윤 교수는 창업을 떠올렸다. 연구자들이 하나의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촉매담체를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빠른 트렌드 변화에 연구개발 속도도 더욱 빨라지는 지금, 담체를 개발하는 시간을 줄인다면 연구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촉매 담체 시장은 연 100억 달러 이상이며 매년 3%의 성장률을 가져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후변화원인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이산화탄소 전환연구에서 파생된 기술을 가지고 스핀오프 해보는 것이 또 다른 목표가 됐다"며 "벤처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말도 많지만 학교실험실벤처는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고 교훈 삼아 여러 활동을 태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단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광덕 박사와 공동으로 확보된 포름산 제조 촉매 기반의 포름산 제조공정 연구를 추진하여 CO2를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제조공정 실증을 통해 기술사업화의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윤성호 국민대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
윤성호 국민대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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