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
"연이은 기술 수출, 韓 바이오산업 제대로 성장"

신정섭 KB 인베스트먼트 이사.<사진=김지영 기자>
신정섭 KB 인베스트먼트 이사.<사진=김지영 기자>
"우리나라가 바이오 선진국이 되려면 '연구'를 활성화 시켜야한다. 좋은 연구가 많아지면 '개발'단계에서 돈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올 것이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우리나라가 첨단바이오의약품 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연구 활성화를 강조했다. "바이오분야가 투자를 받기 어려운 분야지만 창의적 연구환경이 마련되면 좋은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바이오투자 전문가로 손꼽히는 신 이사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미생물학과 및 동대학원(석사)을 졸업 후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공장 근무에 자원하여 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바이오벤처에서 기획 업무를 맡았고, 이를 바탕으로 벤처캐피털에서 바이오 투자심사역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35개 기업에 약 900억 원의 투자를 진행했으며(대부분 초기 투자), 투자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지난 24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단(CoGIB)이 개최한 제6회 미니워크숍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 이사를 만났다. 그를 통해 최근 바이오벤처 동향과 전략, 투자 및 창업전략 등을 들었다.
 
◆ 유행 따라 투자 NO...'차별화된 기술' 투자자 이목 집중
 

"투자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특징은 차별적 기술이다. 일등이 아닌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느냐, 또 기업이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기업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자원 확보를 어떻게 하는지 등이 중요하다."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투자 시장 최근 동향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신 이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면역항암제가 뜨기 시작하면서 혁신적인 암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이와 함께 사용될 약물개발이 다수 진행 중이다. 또 휴먼 마이크로비옴(세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중요함을 시사)관련 논문도 10여 년 전부터 나오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신 이사는 "이것이 바이오 투자시장 동향의 전부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오는 워낙 분야가 넓어 어디가 뜨고 지는지를 투자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맞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투자시장 동향을 쫓기보다 차별화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개념검증과 제품 임상 등 약 20년간 공을 들여야 하는 바이오 연구개발 특성상 기업의 연구과제가 주목을 받는 분야로 갑자기 이슈가 됐다 할지라도 시장에 제품을 바로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차별화를 가진 연구개발로 사업적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에도, 투자자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차별화전략은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신 이사 역시 기업의 창업 이유와 차별적 기술이 있는지를 우선 본다.
 
그는 "우리는 글로벌 일등 기업을 뽑는 것이 아니다.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벤처기업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차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면서 "또 기업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쌓아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마일스톤(milestone,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단계적 목표’)을 달성할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개발팀, 사업팀, 자금조달을 위한 CFO 등도 중요하다"며 "기업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출 수 없으므로 이런 부분들은 함께 고민하며 투자자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신 이사는 마일스톤 투자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다. 한 번의 투자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아닌, 기업의 ‘사업개발 진척도’를 보고 추가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그는 대전 소재 레고켐바이오도 2007년부터 올해까지 5번에 걸쳐 투자를 집행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 정부, 좋은 룰 만들되 문제 일으키는 기업 퇴출해야
 
"규제가 과학의 발전속도를 따라갈 순 없다. 과도한 규제가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계속 진화하고 진보하는 과학에 맞게 규제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신정섭 이사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투자활성화와 성장을 위해 예측 가능한 룰을 만들어야한다고 피력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한 영국이 과도한 규제인 적기조례(Red Flag Act)로 인하여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이 한 예다.
 
그는 "바이오생태계에서 기업은 선수고 정부는 심판이다. 심판이라면 룰을 잘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시장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규제가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만큼 정부가 규제에 좀 더 많은 고민과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더 많은 기업들이 상장되어 민간자금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되,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은 강하게 퇴출시킬 필요도 있다”라며 "바이오는 데이터가 생명으로 시장의 신뢰와 직결된다. 잘못된 기업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one strike-out)로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연구자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는 사업을 고려 중인 연구자들에게 '전문 CEO 또는 COO가 꼭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와 사업가의 사고방식은 다르다"라며 "풀타임이 아니라도 좋다. 동업을 하든, Interim CEO(일시적 CEO)든 반드시 사업가와 동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1세대 바이오벤처들은 한 사람이 연구도 사업도 주도적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나 시행착오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어렵게 성공한 선배들의 길을 그대로 갈 필요가 있을까.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보며 우리는 좀 더 빠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0년 뒤 도출될 BT사업군 '정밀의료'…"병원과 친해져라"
 

24일 서울에서 '바이오, 창업에서 회수까지'를 주제로 제6차 미니워크숍이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24일 서울에서 '바이오, 창업에서 회수까지'를 주제로 제6차 미니워크숍이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CoGIB이 개최한 '바이오, 창업에서 회수까지(제6차 미니워크숍)'의 연사로 강단에 섰다.
 
CoGIB은 줄기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인 메디포스트, 신라젠, 제넥신, 코오롱생명과학주식회사 4개 기업의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 및 바이오 인류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한 연구지원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기업 육성 등을 위한 코디네이팅센터이다.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4개 기업의 임상 경험 및 노하우를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기업과 후발기업에게 공유하는 미니워크숍을 격월로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또 관련기업의 의견을 수렴하여 특별 주제로 미니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한다.
 
발표자로 나선 신 이사는 우리나라 바이오시장이 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많은 BT기업에서 글로벌 기술이전이 성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추가적으로 들어갈 임상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데이터를 믿고 기술을 사간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바이오업계의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기업인들에게 할 조언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는 “투자를 유치하고 싶은 기업인이라면 바이오 언어를 일반인의 언어로 바꿔 설명할 줄 알아야한다“며 ”그는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탓하기 전에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우리 사업을 이야기해야한다. 투자자들에게 모든 것을 이해시킬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는 알 수 있도록 일반인의 언어로 설명할 줄 알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그는 10년 뒤 도출될 산업 군으로 '정밀의료'를 꼽으며, 정밀의료의 수요자인 병원과 기업의 연계, 의사와 연구자의 관계 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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