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文 정부 '과학 실종' 국정운영 우려

과학기술 보좌관·부처 장관 ICT 전문가들 유력 거론
새 정부의 인선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과학기술계 핵심 인사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에 김현미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도종환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김영춘 의원, 행정자치부 장관에 김부겸 의원 등 더불어 민주당 출신의 의원들 중심으로 주요 부처 인선을 발표했다.

이에 비해 과학계는 4실·8수석·2보좌관 체제로 청와대 직제 개편시 차관급 과학기술보좌관을 두는 것만 확정된 상태다. 보좌관과 부처 수장으로는 과학계 인사 보다 ICT 중심의 인사들이 거론되며 연구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학과 ICT는 분명히 다르다. 과학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ICT는 비교적 성과와 상용화가 빠른 분야다. 무엇보다 ICT는 기술 주기가 짧아 속도전이 필요한 분야다.

미래창조과학부 시기 과학과 ICT가 합쳐지며 하나의 잣대로 평가됐다. 연구현장은 성과 창출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중장기 미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는 멀어졌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의 유행 속에 점점 더 갇히는 양상이다. 우수한 해외 인재들이 국내 연구현장으로 들어오기를 꺼리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문 정부의 탈 권위와 적폐청산, 소통 행보에 연구현장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현재 과학기술 보좌관으로 유웅환 전 인텔 수석 매니저를 비롯해 ICT 중심 인사들이 거론된다. 유 박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삼성, 현대 자동차 등 국내외 굴지의 기업에서 활약한 반도체시스템 엔지니어 출신이다. 과학보다는 ICT 전문가에 가깝다.

과학기술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4차 산업정책을 제도화하는 역할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간사위원도 겸하게 된다. 과학계에 대한 이해와 혜안이 필요한 자리다.

차기 과학기술계 부처 수장으로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역시 ICT 중심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변 의원은 경선 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4차 산업혁명 추진위원장을 맡아 ICT 정책을 총괄했다. 그는 정보통신부 시기 차관 출신으로 ICT 분야에 정통하다.

국정기획자문회의의 과학계 인사로는 호원경 교수가 유일하다. 하지만 호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그는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정부 청원을 주도하면서 두각을 보였지만, 실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연구현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현장에서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지금 상태로 진행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 국정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국정운영을 펼칠 인사가 부재해 보인다. 때문에 연구현장에서 자칫 과학이 빠진 국정운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이 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과학계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운영 철학과 긴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명확한 과학 철학을 갖춘 인선이 이뤄질 때 긴 안목의 과학분야 로드맵과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현장도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구 지속성을 통해 원천적 기술 성과가 제2, 제3의 부가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과학적 안목과 철학을 가진 인물로 인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한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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