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에 제동

에너지 전문 과학자들은 8일 고리 1호기 퇴역기념 심포지엄에서 새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에 우려를 표했다.<사진=한국원자력학회>
에너지 전문 과학자들은 8일 고리 1호기 퇴역기념 심포지엄에서 새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에 우려를 표했다.<사진=한국원자력학회>
"유럽은 전력망이 다 연결돼 있어 독일이 원전을 중단하더라도 프랑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우리는 고립된 전력망 형태로 모두 중단할 경우 자칫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은 소수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전문가의 논의를 통해 10년, 20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공약에 따라 신고리 5, 6기 등 신규원전 8기의 건설을 중단하는 등 성급한 정책 결정에 과학계 에너지 전문가들이 지난 1일에 이어 다시 제동을 걸었다.

한국원자력학회(회장 황주호)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한국원자력산업회는 8일 서울대학교 38동 5층 시진핑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퇴역 기념 심포지엄을 통해 '원자력 안전과 편익 대국민 설명서-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를 발표하며 일방적인 탈원전에 우려를 표했다.

설명서에 의하면 원자력 과학자들은 원자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부끄러운 모습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탈원전 정책이 입안된 기저에는 원자력에 관한 여러 사실이 왜곡되고 위험이 과장 돼 있었지만 이를 적극 시정하지 못했다"고 자성하며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를 들었다.

원자력 과학인들이 말하는 원전 필요 이유는 ▲안전성을 실증한 오랜 가동 이력 ▲지진에도 강건한 원전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및 처분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료 ▲ 준국산이라 에너지 수입액 절감 ▲기술자립으로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걱정없는 환경보호의 주역 ▲에너지 안보의 주역 ▲원전의 지속적 이용은 세계적인 대세 등 9가지다.

성풍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유럽과 달리 우리는 전력 섬이다. 탈원전이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에너지 안보에 큰 위기가 올 수 있고 블랙아웃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고리 5,6기 등 신규 원전 8기 건설을 중단하고 만료 원전 11기 폐지시 20.7GW의 전력 공급 설비가 줄게 된다. 탈석탄 정책이 더해질 경우 국내는 2029년 27.5GW의 전력공급설비가 축소되고 예비율은 5.0% 수준으로 적정 예비율 22% 대비 17%가 부족하게 된다.

성 교수에 의하면 우리 국민을 5000만명 기준으로 볼 경우 매순간 평상시 필요한 발전량이 60GW다. 탈원전과 탈석탄 후에는 매순간 발전량을 채울 전력설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블랙아웃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에서는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이들은 전기료 인상, 새로운 발전 설비를 세우는데 필요한 공간, 비용 등 문제가 따른다"면서 "신재생에너지는 생산 전기에 비해 용량이 많이 필요하고 면적이 거대하게 요구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전력 안보에 구멍이 나고 블랙아웃이 올 수 있다. 또 천연가스는 역시 이산화탄소를 배출, 기후 변화 문제, 미세먼지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의 제동에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한걸음 물러난 모양새다. 신고리 5, 6기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발표에서 좀 더 확인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교류는 없는 상태다.

성 교수는 "신고리 5,6기 건설여부는 아직 최종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렇다고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참여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원전을 계속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게 아니다. 일방적인 정책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을 붕괴 시키고 관련 산업을 무너뜨릴 것"이라면서 "에너지 정책은 무엇을 하던지 전문가들이 모여서 같이 세워야 한다. 즉흥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해외 사례를 따라하다 전력 안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황주호 회장의 개회사와 한국전력공사의 이종훈 전 사장의 기념사,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의 박상덕 수석연구원의 고리 원전 1호기 약사발표,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의 설명서 발표로 진행됐다.

지난 1일 KAIST·서울대·부산대 등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이 원전 전문가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정에 성명서를 통해 '원자력 정책 재정립'을 촉구한 바 있다.

다음은 설명서 전문이다.

원자력 안전과 편익 대국민 설명서(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
2017. 6. 8. 한국원자력학회⦁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한국원자력산업회의

저희 원자력인들은 원자력의 결점없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원전 납품비리 사건, 고리1호기 정전은폐 사건 등에서 한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부 종사자가 도덕적으로 해이하고 규정 준수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우리 원자력계 모두가 공동 책임감을 갖고 대처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지진을 지켜본 국민들이 원전 안전에 대해 크게 불안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소시켜드리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한편, 탈원전 정책이 입안된 기저에는 원자력에 관한 여러 사실이 왜곡되고 위험이 과장된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못한 저희들의 잘못도 매우 큽니다. 그래서 원자력 40년의 공과를 기념하는 오늘 저희는 원자력의 안전과 편익에 관한 여러 사실들을 제대로 알림으로써 국민들께서 원자력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다소라도 덜어 드리고 그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1. 안전성을 실증한 오랜 가동 이력
1960년대 후반부터 가동된 원전은 세계 31개국에 약 580 기가 건설되었고 지금까지 약 50년 동안 거의 모든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되기 시작한 후 40년 동안, 25기의 원전이 단 한건의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운영되었습니다. 미국에는 현재 99개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데 88기가 60년 가동승인을 받았고 44기는 이미 40년 넘게 가동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미국의 원전 이용율은 92%선에 이르러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 운영이 장기적으로도 가능함을 실증합니다. 현재까지 대형 원전 사고가 세 번 났지만 우리 원전과 완전히 달라 격납건물도 없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난 사고를 제외하면 원전 사고 결과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후쿠시마 사고를 포함해서 없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어린이 갑상선암 발생률의 증감을 일본 정부와 WHO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발생률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 우리 원전처럼 든든한 원자로 격납건물이 있는 미국 쓰리마일 원전 2호기는 핵연료의 3분의 2가 용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누출은 미미하여 인접한 1호기는 오늘도 안전하게 운전되고 있습니다. 다만,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주변 토양과 해수 오염으로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간에 걸쳐 우려되고, 일부 심각하게 오염된 거주지는 주민들이 아직까지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큰 불행입니다

2. 지진에도 강건한 원전
세계 원전의 누적 가동년 수는 17,000년을 넘습니다. 이렇게 긴 누적 가동 년 수 동안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 냉각 계통으로부터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사고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내진기준을 초과하는 지진이 발생한 경우가 일본과 미국에 수차례 있었습니다만, 이 경우에도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시에도 쓰나미에 의한 침수가 심각했던 후쿠시마 제1발전소를 제외한 다른 원전에서는 지진에 의해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나라 원전에는 다중의 사고 대처 설비가 갖춰져 있어 영화 판도라에서와 같은 허무맹랑한 사고 전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3.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및 처분
50년 이상 원전을 가동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또는 중간저장시설 등에 안전하게 잘 보관되어 왔습니다. 고밀도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의 결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발생량은 발전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전용면적이 85m2인 31평 아파트 면적에 20년치 정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가능) 그 모두가 안전성이 유지되는 한도 이내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심지층 처분은 우리 나라에서 몇 십년 뒤에 취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더 효과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은 향후 지속적인 연구에 따라 개발이 가능합니다.

4.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료
지난 5년간 우리나라 평균 전기료는 kWh 당 108원으로서 세계 최저 수준에 있습니다. 같은 기간 전력거래소의 원자력 전기 평균 구입가는 53원입니다. 판매가의 절반도 안되는 원자력 발전원가 (사용후핵연료 처분 및 폐로 비용 포함) 때문에 우리나라 전기료는 매우 낮게 유지될 수 있었고 이 낮은 전기료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과 서민의 에너지 복지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전력거래소가 생긴 2001년부터 지금까지 16년간 전력 판매가와 원자력 전기 구입가의 차이에 의해 전력거래소가 거둔 수익은 총 98조원에 이릅니다. 이 수익은 가스나 재생에너지 같은 비싼 전원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는데 사용됩니다.

5. 준국산이라 에너지 수입액 절감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에너지 수입액 1,626억 달러(1인당 370만원)중 우라늄 수입은 8.2억 달러(1인당 2만원)에 불과합니다. 에너지 수입액 중 0.5%인 우라늄 수입으로 전력의 약 3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30%을 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 연간 약 19조원의 LNG를 더 수입해야 합니다. (지난 5년 평균 LNG 수입가 기준)

6. 기술자립으로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
우리 나라는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UAE 원전 수출은 원전 수출 1기당 19조원 이상의 외화 획득(건설과 운영 포함, UAE 4기 수출 77조), 고용창출 연간 27,450명, 국내 중소기업 매출 4,7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음을 실제로 보여주었습니다.

7.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걱정없는 환경보호의 주역
전력생산 kWh당 이산화탄소 생성량은 석탄 약 1,000g, 가스 490g 인데 비해 원자력은 15g에 불과해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처에 아주 효과적인 전력원입니다. 아울러 미세먼지 발생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8. 에너지 안보의 주역
31평 아파트 면적만 있으면 100만 kW 발전용량 원전에서 20~30 년간 사용할 수 있는 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력은 연료의 장기 저장성이 매우 우수하고 연료가격이 발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해외 변동 요인에 의한 발전원가 변동이 미미하므로 국가 에너지 안보 확보에 원자력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9. 원전의 지속적 이용은 세계적인 대세
36기의 원전을 보유한 중국은 현재 21기를 건설 중이고 11개국에 30기 수출을 추진 중이며(6기를 이미 수출한 중국핵공업그룹사는 지난 5월 17일 아르헨티나에 신규 2기 공급 계약 체결), 인도 정부가 최근 10기 건설을 승인했고, 영국은 13기 원전 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일본은 2030년 원자력 전력 20% 확보를 위해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입니다. 탈핵을 선언한 나라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타이완 4개 국 뿐으로 이 네 개 나라의 원전 수의 합은 26기로 현재 가동중인 전세계 가동중 원전 449기의 5.8%에 불과합니다.

참고 자료
※ 2011-2015 에너지 수입액은 1626억 달러로서 총 수입액 평균5044억달러 대비 32%.
(에너지통계연보)
※ 세부별로는 석탄 139억달러, 석유 1214억달러, 천연가스 264억달러, 우라늄 8.2억달러
(에너지 통계연보)
※ 우라늄: 8.2억달러/년 X 1150원/달러 ÷ 5000만명 = 18,950원/년/명 (에너지 통계연보)
※ 우라늄은 전체 에너지 수입액의 0.5% 수준임. (에너지 통계연보)
※ 발전용 LNG: 113.75억달러/년 X 1150원/달러 ÷ 5000만명 = 261,625원/년/명 (에너지
통계연보)
※ 원자력 발전량:LNG 발전량 = 30.4%:22.6% (2011-2015 평균, 에너지 통계연보)
※ LNG 추가비용 = 261,625원/년/명 X 30.4/22.6 – 18,950원/년/명 = 33만2969원/년/명
※ 천연가스발전은 발전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수준임. 2배의 인상요인이
발생되면 발전원가는 70% 상승함.
※ 천연우라늄이 발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 내외로서 2배의 인상이 발생하더라도
발전원가에는 2% 내외의 인상요인만 발생함.
※ 1기당 수출 및 부가가치는 UAE 원전 수주액 기준
※ 독일의 경우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신재생을 보급 확대하여 전력의 30% 수준을
신재생으로 공급하고 있음. 그러나 탈원자력을 추진하면서 원자력을 석탄으로 대체하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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