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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의 실패학⑤]빗물은 돈···"하늘서 130조원 떨어져"

에너지연 곽희열 박사 ·서울대 한무영 교수 연구팀 기술 주목
빗물·해수담수 실증 가뭄 해결한다···"빗물 재활용 제도·정책 만들어져야"
빗물관리 연구를 하고 있는 한무영 서울대 교수팀.<사진=한무영 교수팀 제공>빗물관리 연구를 하고 있는 한무영 서울대 교수팀.<사진=한무영 교수팀 제공>

"태양열을 이용해 해수담수화 실증에도 성공, 기술 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매일 3~4톤의 물이 해수담수처리 되고 있죠. 설계상 1일 10톤까지 가능합니다."(곽희열 에너지연 박사) 

"빗물을 흘려보내지 말고 저장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빗물 재활용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가뭄피해를 충분히 예방할 방법입니다."(한무영 서울대 교수)
 
사상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6월 중순 간만에 단비가 내렸지만 논과 밭을 흠뻑 적시기엔 많이 모자랐다. 메마른 하천, 갈라진 논과 흙먼지가 날리는 밭에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가뭄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해수담수화' 시설과 '빗물을 제대로 관리해 재사용'하며 물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과학자가 있다. 해수담수화의 주인공 곽희열 에너지연 박사와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교수다.

◆ 별도 에너지없이 매일 3~4톤씩 해수 담수 중

여수 대경도에 설치한 태양열 해수담수화 실증 플랜트 시설.<사진=대덕넷>여수 대경도에 설치한 태양열 해수담수화 실증 플랜트 시설.<사진=대덕넷>

별도의 에너지 없이 매일 바닷물 3~4톤이 담수 처리되고 있다. 사람이 그냥 마실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곽희열 박사 연구팀이 여수 대경도에 설치한 태양열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 매일 이같은 해수담수화 처리가 가능하다. 

곽 박사에 따르면 지구상의 물 중 97%는 해수, 나머지 3%가 담수다. 해수를 제대로 활용하면 가뭄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곽 박사는 이런점에 주목,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했고 실증으로 기술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기술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 기술은 태양열을 이용한 증발식 해수담수화 기술로 진공관형 태양열 집열기에서 생산된 열과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를 동시에 활용,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지난 2015년 여수 대경도에 태양열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설치해 실증에도 성공했다. 태양열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주열원으로 태양열시스템과 보조열원으로 목재펠릿보일러를 갖췄다. 펌프 등을 구성하는 전력원은 태양광발전시스템이다.

자동제어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유지관리돼 관리도 수월하다. 매일 10톤 수준의 해수담수화가 가능하다. 

곽 박사는 "신안군에는 섬이 많다. 그러다보니 섬 주민들의 물과 전기 문제 해결이 필요한데 태양열 해수담수화 실증을 본 신안군에서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군 관계자 등이 다녀가며 기술이전을 논의했다"면서 "전국에서 가뭄을 겪고 있는데 우리 시설은 요청만 하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다. 해수담수화 기술은 실증으로 이미 기술을 인정받았고 설치하는 즉시 가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초기 비용이 들긴 하지만 이후 운영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따라서 운영비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상황파악과 조치가 가능해 별도의 인력구성이나 유지관리가 필요 없다.<사진=대덕넷>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상황파악과 조치가 가능해 별도의 인력구성이나 유지관리가 필요 없다.<사진=대덕넷>

◆ 빗물과 샤워 오수 모아 변기물로 쓰고 텃밭 가꾸고
 
한무영 교수가 말하는 빗물 관리는 떨어지는 빗물을 흘려보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모아 활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 예를 서울대 공대 옥상건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서울대 공대에 떨어지는 빗물과 샤워 오수를 모아 공대 전체 변기 물로 쓰는 것과 동시에 화장실 변기 35대를 초절수 변기로 바꿨다.
 
서울대 옥상에 빗물로만 자라는 텃밭도 만들어 지역 주민들과 다양한 채소들을 키우는 중이다. 이 텃밭에는 한 교수팀이 개발한 저류판이 설치돼 있는데, 비가 오면 이곳에 물이 고인다. 이 빗물들은 식물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땅을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들로 공대 건물에서만 1년간 2182톤의 물을 아낄 수 있었다.
서울대 공대 옥상에 마련된 텃밭. 이곳은 한 교수팀이 개발한 저류판 등을 설치해 빗물로만 텃밭을 가꿀 수 있게 했다.<사진=한무영 교수팀>서울대 공대 옥상에 마련된 텃밭. 이곳은 한 교수팀이 개발한 저류판 등을 설치해 빗물로만 텃밭을 가꿀 수 있게 했다.<사진=한무영 교수팀>

이와 비슷한 시설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경기장은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화장실 용수로 사용 중이다. 독일도 이같은 시스템을 하노버 엑스포 박람회장에 도입해 빗물을 수돗물 대신 쓰고 있다. 5개월간 약 5000톤의 물을 절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연간 빗물양은 1300억톤. 1톤당 1000원으로 환산하면 하늘에서 130조원의 돈이 공짜로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빗물을 저장하고 정수하는 것이 더 수고스럽지 않을까? 이같은 질문에 한 교수는 "지붕이나 옥상의 배수로를 따라 흐르는 빗물을 저장할 수로와 저장탱크, 정수 설비만 설치하면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옥상 물을 쓰면 되는 것이어서, 하천으로 흘러든 빗물을 정수해 각 집까지 끌어들이는데 쓰이는 에너지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빗물 재활용 왜 상용화 어렵나…"인식 개선해야"
 
기술의 장점을 인식한 우리나라 정부는 약 4년 전부터 공공건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빗물을 재활용하는 시설을 짓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미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물 허가를 받기 위해 일단 시설만 지어놓고 활용하지 않고 있다.
 
한무영 교수실에서 함께 연구 중인 박현주 박사는 "규제를 만들어 놓더라도 빗물의 청결도 등 재활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된다"며 "국민의식 개선이 먼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팀이 개발한 저류판.<사진=한무영 교수팀 제공>한 교수팀이 개발한 저류판.<사진=한무영 교수팀 제공>

'빗물을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처럼 우리나라는 비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잘 못 알려진 사실. 한 교수는 지난 3월 한 프로그램에서 비의 산성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통해 빗물의 산성도가 콜라보다 낮다는 사실을 밝혔다. 동시에 우리가 마시는 물과 비슷한 약산성을 띤다는 사실을 규명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비가 땅에 떨어져서 멀리 갈수록 점점 오염물질이 많아져서 홍수 방지 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수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류에서 빗물을 모으는 것이 더 낫다"며 "빗물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으면 깨끗하기 때문에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소방용수 등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수도나 하천에서 관리하는 선(線)적인 물 관리에서 벗어나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관리토록하는 면(面)적인 관리로 빗물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다. 하루 평균 1인당 물 사용량은 282리터로, 호주와 독일 등 선진국보다 두 배 더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물을 저렴한 값에 펑펑 쓰지만 스스로 물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 교수는 "우리가 마음껏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후손들에게도 깨끗한 물을 물려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T를 이용하여 물 사용량을 측정하면서 사용자들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적 운동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의 일인 일일 물사용량 282리터를 2020년까지 200리터로 줄이는 목표를 정하자"며 "'빗물은 돈이다'라는 생각으로 우리 국토에 떨어지는 빗물을 버리지 말고, 떨어진 자리 근처에 모아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빗물로 꽃을 피운 서울대 공대 옥상 꽃밭.<사진=한무영 교수팀 제공>빗물로 꽃을 피운 서울대 공대 옥상 꽃밭.<사진=한무영 교수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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