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닝 같은 책사가 왜 우리나라에는 없는가?

출처: 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
글: 천주욱 소장
시진핑시대 중국 국가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다. 대륙국가로써 가장 융성하고 강했던 당나라 육상실크로드시대와 강력한 해양군사력으로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호령하던 명나라 정화장군 남해원정대의 해상실크로드시대, 그 두 시대에 중국이 가졌던 ‘세계 최강대국’의 위상과 영광을 되찾자는 것이 일대일로이며 그 비전이 중국몽(中國夢)이다.

일대일로 설계자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왕후닝(王沪寧) 주임, 21세기 제갈량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상하이 푸단대학 교수 시절 장쩌민 당시 상하이 공산당 서기의 눈에 띄어 상하이 장기발전방향에 대한 여러 정책을 설계하는 책사가 되었다. 그 때문인지 장쩌민은 국가주석이 된다. 장쩌민은 국가주석이 된 후에도 왕후닝을 베이징으로 불러 올려 국가전략에 대한 책사역을 맡긴다.

왕후닝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깊은 역사지식, 특히 중국 고전과 여러 왕조의 사상과 통치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 미국 등 강대국의 국가전략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중국의 대응전략 그리고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치유방안 및 21세기 중국 국가전략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발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까지 3대에 걸쳐 왕후닝을 최측근 정책집사로 쓰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3대에 걸쳐 청와대 정책수석이 안 바뀌고 한 사람이 계속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우다.

특히 시진핑은 왕후닝에 대한 신뢰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백악관미팅 때도 바로 옆 자리에 왕후닝을 앉도록 했으며 G20 항저우정상회의 때도 시주석 바로 뒤에 왕후닝을 앉도록 하여 시주석 자신을 보좌하도록 했을 정도다. 

작년 G20 항저우정상회의 때 시주석 바로 뒤 좌측에 앉아 있는 왕후닝.<출처=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작년 G20 항저우정상회의 때 시주석 바로 뒤 좌측에 앉아 있는 왕후닝.<출처=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

일대일로는 21세기 중국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국가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할 정도의 절묘한 국가전략이다. 중국 역사 상 이보다 더 비전적이고, 중국 국민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시의적절 한 국가전략은 없었다. 몇 가지 그 이유를 꼽아 보면 이렇다. 

첫째, 등소평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전세계가 놀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전국민이 어느 정도 먹고 살 형편이 됐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민주주의가 어떠니, 사회제도가 어떠니, 정치가 어떠니, 소득불균형이 어떠니, 언론자유가 어떠니 등 등 국가시스템이나 사회제도에 대한 반발이나 개혁요구가 여러 분야에서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눈과 관심을 밖으로 돌리는 방안으로써 일대일로는 최상의 국가전략이라는 것이다.

둘째, 중국이 전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당나라시대와 명나라시대 위상을 되찾자는 것은 중국과 중국역사와 중국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1930-1940년대 히틀러시대 독일정부가 게르만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우고 군국주의 일본정부가 소위 야마도(大和民族)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워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자극하여 국민을 단결시킨 것과 일대일로는 어느 정도 흡사한 면이 있는 국가전략이라는 것이다.  

셋째, 동남아 서남아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대한 도로 철도 통신 도시개발 항구개발 공항개발 등 일대일로지역 국가들의 인프라투자에 대한 유상 협력과 무상 지원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일대일로에 숨어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철강 조선 건설장비 통신장비 일반공산품 등을 생산하는 수 많은 중국기업과 개인사업자들 및 벤처기업들이 일대일로 관련국가에서 많은 새로운 사업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대일로는 경제적으로도 절묘한 국가전략이라는 것이다.

중국기업과 국영철도공사에 의해서 건설 중인 아프리카 캐냐 철도공사 현장.<출처=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중국기업과 국영철도공사에 의해서 건설 중인 아프리카 캐냐 철도공사 현장.<출처=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

중국기업과 국영철도공사에 의해서 건설 중인 아프리카 캐냐 철도공사 현장.<출처=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중국기업과 국영철도공사에 의해서 건설 중인 아프리카 캐냐 철도공사 현장.<출처=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

넷째, 동서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미국의 힘이 약한 곳이다. 문화적 연관성 측면에서도 미국 등 유럽국가들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중국에 가까운 지역이다. 인구로는 전세계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일대일로는 그런 지역을 경제적 외교적 문화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네트웍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최강대국과 직접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훨씬 실리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평생 기업에 몸 담아온 내가 보기에 일대일로는 대단히 부러운 국가전략이다. 지금 중국 기업이나 개인 장사꾼들은 돈 벌 수 있는 사업거리가 일대일로 여러 나라 여기 저기에 늘렸을 것이다.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중동 서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 그리스와 유럽까지 그리고 불란서 스페인까지 또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까지 벌써 공사에 들어갔거나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고속도로 고속철도 항만 공항 통신 발전소 댐 등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여기 저기 늘렸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그런 인프라투자에 필요한 철강 시멘트 철도차량 통신장비 건설장비 발전설비 선박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운영시스템과 설계 건설 감리 운전 등 소프트웨어와 전문기술자도 엄청나게 필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는 해외플랜트 수주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은 일대일로 관련공사나 필요자재 수출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좌우지간 지금 중국기업은 우리 나라 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일대일로를 사업측면에서 접근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2014년 30대 젊은이가 만든 Startup회사, 'Yunmanman'(运满满)은 벌써 회사가치가 2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일대일로는 중국 젊은이들에게도 큰 관심거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해외진출 관심을 유발하는 역트럭 할도 하고 있다. 

사진출처:Yunmanman 홈페이지.사진출처:Yunmanman 홈페이지.

Yunmanman은 트럭회사나 개인 트럭 차주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배송의뢰 화물을 쉽게 찾도록 하거나 배송할 화물을 갖고 있는 화주가 특정지역으로 가는 트럭을 쉽게 찾도록 해주는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회사다.

중국 내는 물론이고 동서남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으로 가고 오는 트럭의 공차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운영방안을 앱으로 구현한 것이다. 벌써 회원가입 트럭이 350만대, 배송의뢰회사가 800만 곳이나 된다고 한다. 대단한 성공이다. 알리바바도 이 회사에 투자했을 정도다. 어쨌든 왕후닝이라는 천재 책사가 만든 국가전략, 일대일로에 의해서 지금 중국은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나라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가전략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절대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만 보면 문재인 정부 국가전략은 세월호, 위안부소녀상, 사드배치, 역사교과서, 4대강 등 과거 정부의 일을 부정하거나 까발리기는 데 국가전략이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 후 뭔가 참신한 국가전략이 제시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최고 전략가라면 책사가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책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책사는 누구인가? 왕후닝 같은 역할을 하는 책사는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정도가 문대통령 여러 책사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책사는 말이 없어야 한다. 그를 등용한 사람에게만 말을 해야 한다. 절대로 앞에 나서서도 안 된다. 이건 책사의 철칙이자 의무이며 불문율이다. 책사가 설치고 전면에 나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는 책사가 아니다. 정치꾼이다. 참모인 책사가 말을 하게 되면 그를 등용한 사람은 권위가 약해질 뿐 아니라, 책사 주위에 출세지향자들이 들끓게 되어 자연히 권력을 부패하게 만든다.    

시진핑 책사 왕후닝은 최고지도자 7인으로 구성된 정치국상무위원에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올 정도로 막강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왕후닝은 공개적인 자리에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할 뿐 아니라 공개석상에 나오더라도 절대로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시진핑을 보좌하는데 그친다. 이것이 책사이며 참모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문정인 특보가 미국을 방문, 여러 가지 엄청난 말을 마구 쏟아냈다. 북한이 지금 이 상태로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는 언급 등 깜짝 놀랄 발언을 많이 한 것이다. 아무리 폴리페서(Polifessor) 출신이라고 해도 좀 심한 것 같다. 도를 넘었다.

우리 나라 모든 기업들은 지금 중국 때문에 급격히 경쟁력을 잃고 망해가고 있다. 청년실업자 등 실업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재벌 해체 이야기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기존 인력 감소가 필연적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다. 바깥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 방송과 신문은 거의 대부분 이 좁은 나라 국내정치나 촛불단체 태극기단체 활동에만 관심이 많다.

또 다시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를 맞을지 모를 정도로 허약한 국방력,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등에 지고 있으면서도 사드배치에 대해서는 온갖 말도 많고, 잘난 사람도 많다. 미국은 미국우선주의, 중국은 일대일로에 의한 중국몽 실현, 그리고 일본은 전쟁까지도 할 수 있는 강한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국가전략이 있어야 하는지?

우리나라에는 왜 왕후닝 같은 책사가 없을까?

그리고 대기업이건 중견기업인건 중소기업이건 기업에도 큰 그림을 그리는 책사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모사장은 사실 그런 역할을 하는 참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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