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와 '동고동락' 연구자들···"치매 치료 성큼" 

박기덕 박사 '치매환자 기억력·인지 장애 개선' 후보 약물 개발
"리스크 높은 약물개발...출연연 중심주도 '사회문제 해결'해야"
우수한 치매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한 박기덕 박사.<사진=김지영 기자>우수한 치매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한 박기덕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최근 기억부터 서서히 사라져 언어능력, 인지기능 등이 악화되어 나를 잃어가는 병 치매.

환자 본인뿐 아니라 보호자들도 고통스러운 치매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는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에 비해 화병, 우울증, 면역저하 등 정신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

치매는 현대인의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분류되나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치매로 병원을 찾는 연평균 증가율은 17%에 달한다. 2030년 가족을 포함한 치매고통인구는 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도 2015년 12조원에서 2030년 39조로 예상된다.

발병률은 매년 느는 반면 왜 치료가 어려운 것일까. 전문가들은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치매 중 가장 발병률이 높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뇌 안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많이 생성되면서 뭉치게 되고, 그로 인해 신경세포가 죽게 돼 인지기능과 공간기억력이 나빠진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왜 단백질이 뭉치는지 그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는 가운데, 새로운 방법으로 우수한 치매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한 연구자가 있다. 박기덕 KIST 치매DTC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이다.

박 박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이상현상을 바로 잡아주는 약물 개발로 치매 치료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동연구팀인 이창준 박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과생성·분비함으로써 기억력 및 인지장애를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를 Nature Medicine에 보고했다. 가바(GABA)의 과생성을 억제해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박 박사팀은 이 기전을 기반으로 가바 과생성 억제 화합물을 개발, 치매치료제 후보물질로 상용화를 위한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이 화합물은 우리 몸에 있는 아미노산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인체에도 안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박사는 "뇌질환 치료제는 환자가 오랫동안 복용해야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중요하다"며 "이 화합물은 아미노산에 기능기를 붙인 아미노산 기반 화합물로 안전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환자들이 복용 중인 약들은 치매원인에 근거하기보다 떨어지는 인지기능을 막기 위한 인지증강제로 지속적인 치료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치매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이유 중 하나인 가바의 양을 줄여주는 신약물질 개발은 치매환자의 기억력과 인지장애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아미노산 라이브러리 구축 '난치성 뇌질환' 치료 비밀 푼다

"아미노산에 주목한 이유요? 치료제 후보물질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더라고요. 효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우리가 복용해야하는 약이니 일단 안전성을 통과하는 후보물질들을 구축하였고, 그중에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10여 년 전, 해외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많은 치료제 후보물질이 안전성에 적합하지 않아 탈락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 미국의 연구실에서 아미노산 유도체(세린의 화학구조 일부를 변형한 화합물)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참여, 우리 몸에 있는 아미노산을 기반으로 한다면 안전성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박 박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효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안전성을 통과하는 물질들을 합성해 아미노산 기반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를 베이스로 약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최근 기술이전한 치매치료제가 만들었다. 이 외에 진균성뇌수막염 치료제 후보물질도 발견해 기술이전했다. 박 박사는 앞으로 다양한 약물들을 이 라이브러리를 통해 연구 개발할 계획이다.

◆ 인지기능 실험 '스트레스 독'…실험용 마우스와 동고동락하라

"실험할 마우스를 직접 키우는 것도 연구의 일부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실험 전부터 꼼꼼하게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고 먹고 바르는 많은 의약품은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이 많다. 특히 실험용 마우스는 일반 마우스와는 달라서 키우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이 인지기능 실험에서 마우스는 더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박 박사팀은 실제로 12주가 된 마우스를 실험실에 데려와 약 10개월 동안 키웠다. 사육시설에서 실험시설로 옮겨 실험을 강행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험하기 2개월 전 부터 실험 담당 연구자가 직접 먹이를 주거나 놀아주면서 연구자와 공간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박 박사는 "쥐가 스스로 공간과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쌓이면 이상한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실험 전부터 꼼꼼하게 관리하고 키워줘야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적인 마우스 실험은 KIST뇌과학연구소의 이창준 박사팀과 조제원 박사팀이 큰 도움이 됐다. 이 박사는 국내 신경과학분야 대표연구자로서 비신경세포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조 박사는 심리학 전공자로 미국에서 행동실험을 정통으로 배운 과학자다.

조 박사 외에도 학위심사와 실험이 겹쳐, 마우스를 직접 키우며 실험과 논문 준비를 병행한 학생까지 많은 사람들이 실험을 함께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박 박사팀은 후보약물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유전자 변이 실험용 쥐에 투여해 다양한 행동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지기능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적은 용량으로 장기간 투여한 시험에서도 월등한 인지기능 개선 효능을 확인했다.

◆ "치매, 걱정 없는 질병으로 만들고 싶어"

박 박사는 안전성에서 유리한 아미노산을 베이스로 다양한 약물을 개발할기 위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사진=김지영 기자>박 박사는 안전성에서 유리한 아미노산을 베이스로 다양한 약물을 개발할기 위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거 에이즈는 고칠 수 없는 병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치료제도 그런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 병이 되도록 열심히 연구할 계획입니다."

박기덕 박사팀의 연구성과는 케미메디(대표이사 최건섭)의 자회사인 메가바이오숲(대표이사 박상민)에 기술이전됐다.

KIST는 지난 5월 31일 본원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후보약물'에 대한 기술이전 조인식을 가졌다. 연구개발에서 기술이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같지만 기술이전을 하기까지 연구진의 노력이 있었다.

2015년부터 기업들에 기술을 공개하는 일에 박 박사팀이 직접 발 벗고 뛰었고, 원천기술 개발을 넘어 장기효능 및 독성 검증연구 등 비임상을 준비하기 위한 각종 일들을 도맡아 준비했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에 많은 인력과 연구비가 필요하다보니 선뜻 비임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융합연구단 사업으로 치매DTC융합연구사업(단장 배애님박사)의 지원을 받아 신약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으며, 비임상 시험 진입과 함께 뇌질환과 난치성 질환에 관심이 있는 메가바이오숲과 공동으로 개발 하는 것에 뜻을 함께했다. 박 박사팀과 메가바이오숲은 현재 임상시험 진입을 위한 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신약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그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그가 속한 치매DTC융합연구단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심하게 발병하기 전, 진단하고 치료, 케어를 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치료제개발은 비임상 시험 이후에도 임상 시험을 넘어야 최종 성공할 수 있는 힘든 여정"이라면서도 "그러나 몇백 개 중 한두 개만 성공한다면, 현대인들이 에이즈로 죽음을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치매도 환자들이 걱정하지 않는 병이 될 수도 있다. 리스크가 높고 고비용의 연구지만 치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출연연이 중심이 되어 해결해야하는 질병이다. 이 연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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