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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성의 티타임]'임팩트의 경력'

A: "지금 여름인거죠? 더워지는 날씨만큼 제 식욕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B: "그럼 우리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오미자차 한 잔 할까? 오미자차가 갈증 해소도 돕고 식전 입맛도 돋운다던데."

A: "저도 이제 숙달이 많이 되었죠?"
B: "그러게 말야. 실험 셋업하고 데이터 정리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나보다 나은 것 같아."
A: "별말씀을요. 다 선배님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지요. 고경력자이신 선배님 따라 가려면 멀었는걸요."
B: "나도 이제 고경력자가 되는건가? 그러고 보니, 이 일을 오래 하긴 했구나. 그런데 시대가 변해서 최근에는 경력이라는 것을 스스로 다시 생각해 보게 돼."
A: "어떻게요?"
B: "이제는 아이디어 시대잖아. 과거에는 단순 구조의 기능성 제품이 주로 생산되었어. 고용주들은 같은 임금이면 고경력 노동자들을 채용해서 생산성을 높이고자 했지. 이 시기의 경력은 반복적인 일을 하는 시간의 축적에 의한 숙련도로 보면 될 것 같아. 근무연수(또는 나이)는 경력에 대한 간접적인 측정 도구일 수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어떻지? 새로운 시대에는 어떠할까? 우리는 파급효과가 크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기를 원해. 그것은 단순 반복에 의한 숙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너도 알겠지만, 누군가가 이뤄놓은 일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힘들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그 무엇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훨씬 더 힘들어. 내 생각이지만, 이제는 경력을 임팩트(Impact)의 축적으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 파급효과가 있을 어떤 일을 누구와 협력하여 전략적으로 어떻게 완수해 내는가가 중요하게 되는 거지. 임팩트의 경력은 단순하게 근무연수에만 의존해서 늘지 않아. 일에 대한 책임감, 호기심 등 삶의 태도에 따라 많이 달라지게 될꺼야."

A: "그렇기도 하네요. 수년 전에 달인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지요. 달인은 한 분야에 숙달되어 각자가 2~3명 분의 일을 해냈어요. 그들은 시간의 축적에 의해 숙달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한 사람들이었어요. 사장님들은 그 고경력의 달인들이 다른 곳으로 가기라도 할까 싶어서 잘 챙기셨지요. 그것과 비교하면, 연구는 단순히 시간만 투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네요. 몸 보다는 머리를 쓰는 일이지요. 그 효과는 수십, 수백 명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겠지요. 혁신과 창의의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그런 여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10년을 근무했어도 20년 근무하신 분보다 더 많은 성과를 일궈내신 분들을 보면 과학자로서 어떻게 살아가는가도 중요한 것 같아요."
B: "맞아, 상대적으로 연봉은 더 적지만 연구 과제의 임무 완수를 위해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 그렇지만 그러한 연구자들도 사람인지라, 자신과 가족의 시간을 희생해 가며 얻은 연구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그들의 열정도 점점 식게 되겠지. 성과에 대한 보상은 필요해."

A: "그런데, 임팩트 관점에서 그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죠? 가치 산정의 기준도 중요하겠지만, 성과를 평가하는 주체가 성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사람이 하면 주관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어요. 전자 시스템은 객관적일 수 있긴 하지만, 숨어있는 기여를 반영하지 못할 것 같고요. 어찌 되었던 간에 자신과 가족의 시간을 희생해가며 얻은 연구 성과에 대한 보상이 있었으면 해요."
B: "알아. 젊은 연구자들 보면 주말에도 나와서 열심히 연구하더라. 그런데 근속연수는 길지만 일도 미루고 책임도 회피하는 소수의 부끄러운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지. 연구자로서의 심장을 잃어버린 분들 말야. 그래서 때로는 그 소수의 부끄러운 분들보다 연구 개발에 기여도가 큰 그 젊은 연구자들의 연봉이나 연구 성과물에 대한 보상이 생각보다 적어서 불만이 쌓이기도 한다지?"

A: "그런 친구들이 있기도 하지요. 과거에 고생하셨던 고령의 선배님들을 인정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렇지만 선배님도 너무 일찍 연구 열정을 잃고 있는 비슷한 나이의 연구 동료들을 보면 안타깝고 답답하시다면서요."
B: "그런 마음도 들긴 하지만, 그분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정책, 제도, 조직 문화 등에 있어서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클꺼야. 불공평 또는 불합리하다고 느끼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많이 포기하게 되거든."
A: "그런데 선배님, 연구자는 기본적으로 임팩트 있는 연구를 추구하잖아요. 그렇다면, 임팩트의 경력을 인정해주는 호봉제는 어떠할까요?"

B: "어떻게 되는데?"
A: "갑자기 한 번 떠올려 봤어요. 어떤 임팩트 있는 일을 했는가에 따라 연봉을 올려주는거죠. 유능한 인재를 키우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니까요."
B: "그런데 그 임팩트 있다는 일을 조직 입장에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A: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연구 업적은 어때요? 같은 연구 분야에서 난이도가 높은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나 피인용 회수가 높은 연구 논문이요. 아니면, 기술이전이 많이 된 연구, 국제 표준에 크게 기여한 연구,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친 연구 등. 임팩트의 경력에 대한 기준을 공평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고민이 많이 필요해 보이네요. 이들 사이에서 어떤 연구에 우선적으로 가중치 점수를 줘야할지도 고민일 것 같고요."

B: "하나 더, 그 연구에 기여자가 여럿 있을텐데, 그 때 그 임팩트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 단순히 그 임팩트의 가치를 인원수로 나누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도 공평한 방법이 아닐 수 있지."
A: "어렵기는 한데, 생각해 볼 문제네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니까요."
B: "그런데 연구 제도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것 알지? 그렇지만 인재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필요해 보여. 뛰어난 인재들이 많아진다면 조직의 입장에서도 좋겠지. 정책이나 제도를  결정하는 분들이 고민을 통해 잘 마련하시겠지."

A: "그런데 선배님을 보면 꾸준히 열심히 하셔요."
B: "나? 나 역시도 임팩트의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 중이거든. 10년, 20년 동안 이러한 마음이 변치 않아야 미래에도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겠지. 그대와 같은 후배들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많을테고."
A: "그럼요. 선배님께는 배울 것이 많은걸요. 지금까지 이뤄내신 연구 업적뿐만 아니라, 꾸준히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요. 후배 연구자들도 사람인지라 마음 넓고 실력 있는 선배님들을 더 잘 따르지요."
B: "실험만 숙달된 것이 아니라, 아부도 숙달된 것 같아."(웃음)
A: "느리더라도 세상은 바뀐다는 생각으로, 선배님, 우리도 임팩트 있는 일을 하러 다시 가볼까요?"

지금까지는 시간의 축척에 의한 숙련 시대였다면, 지금은 임팩트의 축적에 의한 영향력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말하면서도 관행적 제도는 연공서열의 근속연수로만 경력을 산출하고 있다. 열정 있는 연구자들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임팩트의 경력도 인정하는 제도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사회 구조적 시스템과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해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젊은 대통령, 미국처럼 스타 과학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 방준성 박사는

방준성 박사.방준성 박사.
방준성 박사는 연구원의 이슈를 젊은 과학자의 입장을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코너명을 '티-타임'이라고 한 이유가 분명합니다. 선후배 사이의 갈등이 있을 수 있는 소재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개하고자 위함입니다.

또 실제로 필자의 글을 보는 선후배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티-타임을 갖고 소통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글 중간에 나올 질문과 답변은 다른 연구원들도 생각해 보고 되짚어 보기를 원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방준성 박사는 2013년부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2016년부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과학자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이번 전문가 필진에 적극 참여키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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