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융합포럼, 김양한 KAIST 교수·오창근 작가 초청해 포럼 개최
"자신만의 아이디어에 무수한 연습, 열정 통해 컨버젼하는 것"

김양한 KAIST 명예교수가 피카소의 공학이야기를 주제로 그림과 공학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김양한 KAIST 명예교수가 피카소의 공학이야기를 주제로 그림과 공학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과학자, 작가, 시인, 화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분모는 자신만의 아이디어, 감정,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즉 컨버젼(Conversion),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다. 컨버젼은 자신만의 기본적인 바탕위에서 아이디어, 열정, 노력을 더할 때 가능하다."(김양한 KAIST 명예교수)

과학문화융합포럼(공동대표 이상목·이명옥)은 27일 KAIST 창의학습관 101호에서 회원과 학생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양한 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와 오창근 미디어아트 작가를 초청, 제37회 과학문화융합포럼 행사를 가졌다.

김양한 교수는 '피카소의 공학이야기'를 주제로 그림과 공학의 관계, 공학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그림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엮어 설명했다.

'그림과 공학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한 김 교수는 "우리 세대의 공학은 전투적이었지만 요즘 학생들은 그렇게 하면 재미없어 한다. 학생들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하다보니 공학과 그림에 공통점이 있다는데 생각이 닿았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즉, 공학이 사이언스를 이용해 사람에게 유용한 새로운 창출, 컨버젼하는 것과 같이 그림도 같은 소재라도 화가만의 아이디어로 자기 스타일로 표현하는 컨버젼이라는 것.

그럼 컨버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처절한 노력으로 베이스 펑션(basis function)을 찾아 관찰하고 연습하고 표현하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고흐의 미술관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천재화가로 알려진 그가 남긴 스케치가 무척 많아 놀랐다"면서 "10년간 스케치 900점 작품 1100점 등 2000점을 남겼는데 연습하고 또 연습했더라. 또 사람을 그리기 위해 해부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도 인상적이었다. 천재화가의 시작도 결국 기초를 중요시하며 반복적인 연습이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 작품을 소개하면서 김 교수는 "피카소는 아이디어를 베끼고 모작하는 천재였다"고 말했다.

아비뇽의 여인들 그림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이 쇼나 조각 모습이 보이고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림이 담겨 있다. 아비뇽의 여인들은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지만 표현은 전혀 달리하면서 피카소 만의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즉 피카소만의 컨버젼이 된 것이다.

김 교수는 "화가도 그림 소재를 찾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습작, 베끼기, 모작 등으로 연습하며 조금씩 새롭게 발전시키고 표현하면 자신만의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학도에게도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하다. 공대생들은 신입생 시기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게 되는데 지루하고 재미 없겠지만 기본이 돼 있을때 새로운 컨버젼이 가능하다"면서 "학생들이 이런점을 알고 탄탄한 기본과 많은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자도 이같은 과정을 통한 자신만의 컨버젼일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컨버젼은 과학자와 화가 뿐만 아니라 시인과 작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김 교수는 김용택 시인과 김탁환 작가의 작품 완성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김용택 시인이 지도한 어린이 중 느티나무 시를 썼는데 처음 나무를 발견하는 시점부터 조금씩 시야가 확장돼 간다. 그런 과정을 시에 그대로 담았다. 반복이다"면서 "김탁환 작가 역시 작품을 위해 현장을 답사하고 A4용지에 압축해 정리 한 후 조금씩 작품으로 완성해 가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피카소는 73세까지 치열하게 컨버젼하며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과학자들도 명예퇴직 했다고 놀러다니기 보다 피카소처럼 열정적으로 살 필요도 있어 보인다"면서 "공학도는 머리속에 생각 단지를 더 많이 갖고 다닐때 좋은 컨버젼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참석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두번째 발표에 나선 오창근 작가는 조각을 전공했지만 로봇에 관심을 가지면서 현재는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좋은 작품을 하려면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르게 연습을 해야 가능한데 이런 경험을 직접한 화가는 반고흐와 이중섭 정도다"면서 "모든 화가들이 이들처럼 살지 않는데 두 사람의 삶이 너무 강해 예술가라면 모두 이렇게 산다고 인식되기도 한다"며 몇몇 화가를 사례로 그림의 변화를 설명했다.

피카소는 저택 전체를 작업실로 쓰며 동시에 여러 작품을 진행했다. 그렇지만 3일이내 정도에 작품을 모두 완성하며 화가 중 16만점이라는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기는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피카소는 삶속에서 10번정도의 시대적 이슈를 가지면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작품을 많이 남긴 화가로 루벤스를 꼽을 수 있다. 루벤스는 깔끔한 외모와 매너, 6개의 언어구사 등 그림 이외에도 다재다능해 인기가 높아 작품 주문을 많이 받았다.

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75세까지 장수했지만 평생 20개 정도의 작품을 남겼다. 나머지 30여점은 미완성으로 그의 명성에 비해 작품 수는 많지 않다. 오 작가는 "다빈치는 아이디어는 무척 많았다"면서 "작품 중 실수도 많이 했는데 최후의 만찬이 대표적이다. 프레스코 기법이 아닌 오일페인팅을 하면서 작품이 완성 직후부터 갈라지고 색이 바랬다"고 짚었다.

그림도 과학이 발달하면서 변화를 갖게 된다. 해부학과 카메라 장치를 통해 사물을 정확하게 구도를 잡고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또 오토마타처럼 움직이는 인형 체스가 만들어 지고 영사기 기술을 이용, 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가며 과학과 예술이 접목됐다.

대표적 인물이 백남준이다. 오 작가는 "백남준은 브라운관의 코일을 조작해 추상패턴이 나오도록 했는데 근본 아이디어는 자석의 원리에서 얻었다"면서 "이런 선구자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작품의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도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며 미술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오 작가는 "국내에도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면서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작가들이 했던 일인데 초등학생들이 회로 만들고 선풍기를 만들고 한다"면서 "예술가들은 새로운 임무를 찾아야 한다. 사회 환경이 변화며 공부할게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생들도 졸업 후 창업에 뛰어든다. 예술과 공학이 접목되며 미대생 창업 작가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아이디어, 주문, 회의, 시안발표, 계약, 생산, 대금지급 등 비즈니스 과정을 수업하기도 한다"고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김우식 이사장은 인사를 통해 "포럼의 출발은 과기인과 예술인이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고자 하는 것인데 현재 이해를 높이는 데까지 왔다. 궁극적으로 과학과 예술계가 상생발전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과 문화의 융합도 해를 거듭할수록 보다 명확한 방향과 아웃풋을 염두에 두고 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문화융합포럼은 과학기술이 사회 각 분야와의 소통이 중요해지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2008년 6월 창립, 첫 포럼 행사를 가졌다.

오창근 작가는 '예술, 미래를 향한 가장 오래된 창작 사업'을 주제로 강연을 펼졌다.<사진=길애경 기자>
오창근 작가는 '예술, 미래를 향한 가장 오래된 창작 사업'을 주제로 강연을 펼졌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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