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수위원회, 4일 광화문서 '과학과 기술이 즐거운 나라' 포럼 개최
용홍택 과기정책관·문미옥 과기보좌관 등 참석 '개선방안 적극 반영' 의지 전해

국민인수위원회가 '과학과 기술이 즐거운 나라'를 주제로 '광화문 1번가 열린포럼'을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국민인수위원회가 '과학과 기술이 즐거운 나라'를 주제로 '광화문 1번가 열린포럼'을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뜨거운 태양이 고개를 숙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4일 저녁. 직장인과 관광객, 일반 시민들로 붐비는 광화문 광장에 작은 강연장이 마련됐다. 시곗바늘이 7시 정각을 가르칠 즈음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강연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과학과 기술'이다.
 
국민인수위원회가 '과학과 기술이 즐거운 나라'를 주제로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광화문 1번가 열린포럼'을 개최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 25일부터 오는 7월 12일까지 광화문 세종로 한글공원에 위치한 오프라인 부스에서 다양한 주제로 '광화문 1번가 열린 포럼'를 운영 중이다.
 
4일 포럼은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대표 윤태웅)주관으로 열렸다. 과학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대학원생, 과학교사, 벤처인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국민과 과학과 기술을 주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용홍택 미래부 과학기술정책관과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도 이날 자리에 참석해 과학기술계의 애로사항에 공감하고 더 나은 과학기술 생태계를 위한 개선방안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특히 용 정책관은 "(R&D를)연구자들이 하고자하는 연구, 정부에 의해 기획되는 연구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 확실한 것은 연구자가 하고자 하는 연구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라며 "또 신 정부에서 열린정책을 위한 다양한 계층 참여가 이뤄질 것이다. 공무원들도 마인드를 바꾸고 현장목소리를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관계자와 정부 관계자의 소통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열린 공간에서 과학과 기술을 공론화한 이 날 포럼은 과학기술이 일부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일반인은 "선진국의 경우 성인들이 과학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슈를 의논하는 장이 많다고 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동 외에 성인 대상 토론의 자리는 많이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이런 토론이 생겨 기쁘다"며 "오늘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참석했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성인을 대상으로 과학과 기술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기관이나 장소,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 "국민도 신뢰 안하는 과학기술계?… 우리부터 '오픈'해야"
 

"과학정책이 기획되고 집행되는 과정이 투명해져야 합니다" 홍성주 연구위원 <사진=김지영 기자>
"과학정책이 기획되고 집행되는 과정이 투명해져야 합니다" 홍성주 연구위원 <사진=김지영 기자>

"과학정책이 기획되고 집행되는 과정이 투명해져야 합니다. 한국 과학계와 과학계 외부 사회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며 책임지는 새로운 정책 모델을 만들어 나갑시다."(홍성주 STEPI 연구위원)
 
"한국의 대학원 시스템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에서는 알 수 없는 폐쇄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의 노동을 인정하고 연구실의 주요 정보 공시를 제도화 하는 등 만약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정한별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 운영자)
 
"상품을 만드는 나라에서 가치를 만드는 나라로, 흉내만 내는 나라에서 문명을 개척하는 나라로 가기위해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을 대하는 정부의 입장이 달라지길 희망합니다."(이종필 건국대 교수)
 
본 포럼에서 홍성주 STPEI 연구위원은 과학기술계가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동시에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열린 과학정책'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우리 과학기술계는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과학기술계는 연구현장과 괴리가 있는 과학정책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실정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홍 연구위원은 '닫힌 구조'를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과학기술계 조직이 존재한다"고 말문을 연 그는 "여기서 다양한 제도가 발생하고 의사결정도 쉬쉬 진행된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규제는 늘어나고 제출해야하는 보고서의 양도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들이 많지만 누구에게 의사를 전달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연구위원은 "과학정책이 기획되고 집행되는 과정이 투명해져야한다"며 양방향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양방향 소통이 되기 위해 의사결정 기구의 중간관료에 개방직을 확대해 과학기술인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검토를 요청했다. 또 과학정책결정기구가 현장중심의 의제를 만들고 책임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회의록 자료를 자동 공개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1000억원 가까운 연구비가 투입되는 과학기술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투명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이번 정부에서 정책의사결정 정보공개 웹플랫폼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과학기술계의 신뢰 향상은 곧 한국의 신뢰도 증가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 중인 이종필 건국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주제발표 중인 이종필 건국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이어 강단에 선 정한별 박사과정생은 학생과 근로자 사이에서 애매한 보호를 받고 있는 대학원생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도 노력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대학원생들은 교수로부터 저작권 강탈, 장학금 횡령, 회사일 떠넘기기 등 피해를 앓고 있다. 이런 피해는 연구 랩 마다 다 달라 대학원생 사이에서 '랩바이랩'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이미 오래 전 부터 지적돼온 문제점이지만 수년이 지나도 해결할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 같은 구조를 만들어내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대학원생의 노동을 인정하고 연구실의 주요 정보 공시를 제도화 하는 등 만약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들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문정 서울사대부고 교사는 '미래의 과학교육'을 위한 현재 과학교사들의 노력과 개선점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과학교육은 교사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협력해 지식을 만들어가면서 배우는 '학생중심교육'이 돼야한다"며 ▲학급당 인원수 25명 이하 제한 ▲실습실 확충 ▲과학실험조교 의무화 등 여러 가지 인프라 구축과 함께 평가방법과 ▲대입제도의 개선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과학교육이 밖에서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학관에 교사가 파견돼 체험연수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할 것과, 유행처럼 확대됐다 사라지는 과목을 정부가 주도해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것을 차기정부에 당부했다.
 
이 외에도 이종필 건국대 교수가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한다고 제안했으며,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가 과학기술계에서 일하는 여성비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로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며 과학기술 교육과정에서 여학생의 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육아휴직과 고용비율, 형태의 개선을 포함한 일자리 개선책 마련을 강조했다.

'국민의 정책을 삽니다' 열린포럼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광화문 곳곳에 설치돼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국민의 정책을 삽니다' 열린포럼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광화문 곳곳에 설치돼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