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단백질 바이오 기업 '엔지노믹스', 연구용 효소 등 생산부터 판매까지
신사옥 이전 기업 발전 토대 마련···"지속가능한 글로벌 단백질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할 터"

단백질 바이오 기업인 엔지노믹스의 주요 생산품은 제한효소, 복제효소, 연구용 키트 등이다. <사진=엔지노믹스 제공>
단백질 바이오 기업인 엔지노믹스의 주요 생산품은 제한효소, 복제효소, 연구용 키트 등이다. <사진=엔지노믹스 제공>
"이윤 추구가 목표였다면 기업은 아마 태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수입에 의존하던 연구용 효소를 국산화 해보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 불모지였던 연구용 효소 국산화를 목표로 출발해 180여 종의 생명 공학 소재 효소를 자체 개발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엔지노믹스 서연일 대표가 말하는 설립취지다. 

서 대표는 "기업이 만들어진 목적이 다른 기업과는 조금 다르기에 초창기에는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웠기에 이제는 미래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지노믹스는 최근 대전 유성구 문지동에 신사옥을 짓고 본사를 이전했다. 신사옥 1층에는 관리팀과 출고팀이 2층에는 ISO 인증을 받은 효소 생산실이 있다. 생산실은 클린룸(Clean Room)으로 외부 오염으로부터 완벽 차단토록 했다. 

3층에는 엔지노믹스 '빅브레인'으로 불리는 연구인력과 연구시설이 자리하며 5층에는 품질관리를 위한 청정실과 휴게 공간이 있다. 

3층에서 연구개발 된 제품이 2층에서 생산되면 5층에서 품질 평가를 받고 1층으로 내려와 출고된다. 생산부터 납품까지 한 건물 내에서 '원스톱(One Stop)'으로 이뤄진다. 

◆ '연구용 효소' 수출국으로···품질과 가격 통해 경쟁력 키워

엔지노믹스가 주로 개발 생산하는 것은 연구·진단용 제한효소, DNA 복제효소, 연구용 키트 등이다.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는 특정한 염기 서열을 인식해 그 부분의 DNA 가닥을 절단하는 효소를 말한다. DNA를 자르고 복제하고, 잘려진 것을 연결하는 등 생명 공학 기초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생산 방법이 까다롭고 판매 시장이 크지 않아 사실상 이익을 내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용걸 연구소장은 "제한효소는 DNA를 자르는 효소로 유전자 조작 등의 생명공학 기초연구 초기 단계에서 꼭 필요하지만 한번 쓰이고 나면 이후 연구 과정에서 수요가 줄어든다"며 "더욱이 만들기도 어렵다 보니 제한효소를 생산하는 국내기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엔지노믹스의 기업매출 중 제한효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제한효소를 꾸준히 생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한효소는 대부분에 수입해 사용했습니다. 수입에 의존하니 연구비 상당 부분이 효소 구입비로 쓰였고, 주문해도 3~4주는 기다려야 해 제대로 된 연구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제한효소를 고품질로 국산화하면 연구자들이 편하게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기업을 만들게 한거죠."

세계 시장에 나와 있는 제한효소는 300~400여 종. DNA 복제 및 수식효소까지 합치면 500개 정도다. 이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100종의 제한효소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엔지노믹스가 생산하는 제한효소는 현재 120종.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제한효소를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 랭킹 5위에 해당한다. 특히 제한효소 생산에서 판매까지 하는 기업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개발해 만든 복제효소와 연구용 키트 등은 기업 매출의 효자 역할을 담당한다. 유전자 진단에 많이 쓰이는 복제효소만 60여종을 생산한다. 또 연구자의 편의를 극대화 한 연구용 키트는 고품질 효소를 사용해 개발,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 소장은 "제한효소는 매출이 많지 않지만 기업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며 복제효소는 기업 매출의 절반을 담당한다"며 "여기에 연구용 키트 등도 생산해 이윤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엔지노믹스의 경쟁력은 '품질'과 '가격'에 있다. 국내산이라 해도 품질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 생산한 효소는 국내 유수 분자 진단 기업에 공급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개발력으로 생산한 제품이기에 소비자로부터 품질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바로 품질개선에 반영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고 있다.   

여기에 기존 가격 대비 30%에서 최대 절반까지 저렴하게 제공한다. 생산부터 출고까지 한 곳에서 진행해 고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가격을 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엔지노믹스는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독일 등 유럽시장이며 최근에는 아랍과 아시아 국가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신 소장은 "해외에서 진행되는 전시회 등에 참가하며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3년 전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 대기업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제품의 품질과 가격 등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하기 좋은 기업···"인류 건강 기여하는 기업 희망"

서연일 대표는 "단백질 신약 개발을 목표로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서연일 대표는 "단백질 신약 개발을 목표로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엔지노믹스는 계단을 오를 듯 단계별 성장을 통해 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2012년까지 진행된 1단계에서 연구·진단용 효소 140개를 생산하며 재정자립을 이뤘다. 이어진 2단계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진단용 효소 키트 개발을 주력했다. 

지난해 돌입한 3단계에서는 사이토카인·성장인자·세포수용체 등 줄기세포에 필요한 고순도 단백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치료용 효소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엔지노믹스는 기업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과 인력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이 힘든 고비 속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 중 3분의 1이 R&D 인력이다.   
신 소장은 "연구개발 인력 15명 중 박사급이 3명이다. 여기에 관리 기획 11명, 생산 품질관리 및 출고 15명, 영업 12명 등 벤처기업 치고는 인력이 많다"며 "제품을 기획하고 연구개발을 하고 생산 판매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우리 스스로 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엔지노믹스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 향상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됐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오후 6시면 '칼퇴근'을 위한 강제 소득이 이뤄진다.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벤처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 주 35시간 근무, 육아휴직 최대 3년, 연차휴가 연속 사용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인간존중, 정직, 혁신적인 도전, 사회봉사 등에 두고 있다. 일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엔지노믹스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단백질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창업부터 한 방향만을 보고 달려왔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치료용 효소 및 단백질 신약 개발을 목표로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완공한 신사옥. 생산부터 출고까지 한 건물에서 이뤄 질 수 있도록 했다. 생산실은 클린룸으로 외부의 오염을 완벽 차단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최근 완공한 신사옥. 생산부터 출고까지 한 건물에서 이뤄 질 수 있도록 했다. 생산실은 클린룸으로 외부의 오염을 완벽 차단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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