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진 서울대 교수팀, 독소-항독소 구조 기반한 결핵 치료 항생제 후보 물질 발견
"인체에 독성 적고 특정 병원성 균에 작용"···'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에 게재

 X-선 결정학과 핵자기공명 분광학을 토대로 한 신약 개발.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X-선 결정학과 핵자기공명 분광학을 토대로 한 신약 개발.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내성 강한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펩타이드 항생제 개발 가능성이 제시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는 이봉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결핵균의 독소-항독소 복합체 단백질 구조에 기반해 결핵균을 사멸시킬 수 있는 항생제 후보물질 '펩타이드'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항생제 내성을 지닌 병원성 균의 출현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결핵균은 심각한 감염성 질환을 발생시켜 기존과는 다른 개념의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신약 발굴 방식은 방법적 정체상태에 있으며 천연물 및 합성물 라이브러리의 무작위적 생리활성 검색에 기반하고 있어 비효율적이고 선도물질 도출 확률이 매우 낮다. 

이에 연구팀은 결핵균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타깃 '독소-항독소 시스템'을 선정했다. 독소-항독소 시스템은 세균의 생장을 저해할 수 있는 독소와 독소의 활성을 막아 세균의 생존을 유지시키는 항독소의 복합체를 말한다. 

연구팀은 대장균을 이용해 타깃 단백질 복합체를 발현시킨 뒤 대량생산, 정제과정을 거쳐 단백질의 3차 구조를 규명했다. 

항독소 단백질과 핵산과의 결합상수(물리적 상호작용의 세기를 나타내는 상수)를 4.69마이크로몰(μM)로 결정하는데 성공했으며, 핵자기공명 장치를 이용해 결합에 관여하는 특수 잔기들을 밝혀냈다. 

또 이 과정에서 독소 단백질과 항독소 단백질이 결합하면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와 함께 독소 단백질의 순도를 증명하고 마그네슘이 독소 단백질의 활성에 필수적임도 밝혔다. 독소 단백질과 펩타이드(두 개 이상의 아미노산 분자로 이뤄진 화학 물질)의 적정 실험을 통해 2.5마이크로몰 농도에서도 펩타이드의 활성이 충분함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인체에 독성이 적으면서 특정 병원성 균에만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봉진 교수는 "결핵균을 사멸할 수 있는 펩타이드 저해제를 도출했다. 인체 부작용이 적고 특정 병원성 균에만 작용하는 항생제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내성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결핵균 치료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한-인도 해외협력기반조성사업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5월 31일자에 실렸다. 

독소와 항독소의 특이한 결합 양상 발견과 삼차원 구조 비교.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독소와 항독소의 특이한 결합 양상 발견과 삼차원 구조 비교.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