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손정의, AI 일본, 그리고 제2의 쇄국 한국

[대덕단상]일본 새로운 도약의 계기 마련···국제화 움직임도 주도
한국, 알파고 충격 '망각' 국내 문제 치중···긴장하고 공부해야

한 나라를 흥하게 하고, 다른 나라를 망하게 했던 혁명. 메이지 유신이 내년 150주년이 된다.

그런 가운데 일본에는 또다른 혁명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바로 정보 혁명.

정보 혁명은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이제는 연결되며 상호 관련을 갖는다. 인터넷이 사람간의 관계라면 물건끼리도 연계되는 IoT, 발신되는 모든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연결해 분석하는 AI, 사람이 본업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로봇, 국경을 뛰어넘어 지구를 하나의 상권으로 만드는 OneWeb과 같은 위성 사업 등. 이런 것을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대담한 구상이 그것이다.

그 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우리와도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손정의란 인물이다.

소프트뱅크의 손 회장은 담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거침없이 세계를 휘젓고 있다. 그가 평생 롤 모델로 삼았다는 메이지 유신기의 호걸 사카모토 료마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할까. 사카모토 료마가 자신의 고향이던 도사(土佐)번을 벗어나 일본이란, 당시로서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려 누빈 것처럼, 손 회장은 일본을 벗어나 인류의 미래란 새로운 대상을 보며 뛰고 있다.

기발한 발상에 기술과 자금이란 실체를 더해 판을 키우고 있다. 거기에 3백년 뒤를 내다보며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겠다는 철학도 가미되며 글로벌 수준의 혁명군과 혁명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7'은 앞으로 판이 더욱 커지고, 혁명이 본격화될 것이란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여겨지던 AI와 로봇의 업무 도입이 실제 사례를 통한 폭발적 성과로 나타나며 현실로 다가왔다.

숙련자가 15분이 걸리던 견적서 작성이 메일 수신에서 3초만에 결과가 나오는게 대표적 사례. 99%의 성과 제고란 결과는 앞으로 AI와 로봇을 쓰는 부류와 안쓰는 부류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를 가져올 것이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AI의 충격은 사실 일본 보다 우리가 먼저 받고, 뼈저리게 느꼈다. 다름 아닌 바로 지난해 3월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벌어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 이세돌 9단의 일그러지고, 손이 떨리는 모습을 모두가 가슴아파 하면서 어느 나라 보다 우리가 다가올 물결의 가공할 무서움을 먼저 느끼는 '축복'의 기회를 가졌다.

전화위복이라고 나쁜 일도 잘 쓰면 복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다시 잊어 버렸다. 관료들의 기계적 대응에, 대통령의 무능으로 정치가 다시 그 중요 의제로 부상했고, 국민들도 관성적으로 당장의 삶의 문제로 돌아갔다.

그 사이 일본은 2020 올림픽 개최를 확정하고, 그에 맞는 사회 체제 구성을 이야기하며 AI를, 로봇을, New Space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중에 보면 당시는 몰랐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였던 것을 알게된다. 우리 근대사의 두 사건이 그렇다. 하멜이란 인물과 신미양요란 기회가 그것이다. 당시 세계를 주름잡기 시작한 서양의 많은 지식을 몸으로 갖고 있던 하멜이란 사람을 우리는 그냥 또하나의 일꾼으로 썼다. 그것도 14년동안. 신미양요는 운양호 사건에 앞서 외국과 손잡을 수 있던 기회였는데 세계정세를 못읽고 단기적 대응을 하며 이를 발로 차 버린 셈이 됐다.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은 외부의 움직임에 좀 달리 대응했다. 하멜이 조선에서 탈출해 일본으로 가자 바로 그 사람을 심문해 이미 알고 있는 네덜란드의 현실에 더해 조선의 상황까지도 단 며칠만에 다 뽑아냈다.

신미양요가 1871년에 발생하는데 그에 20년 정도 앞서 일어난 1853년의 페리 제독 등장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나라 전체가 들썩이며 대응을 논의했다. 그 결과 발생한 것이 메이지 유신이고, 그 이후로 실력을 갈고 닦아 세계적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100년이 넘게 부국강병과 식산흥업이란 전략을 갖고 오니 나라가 기틀이 잡혔다.

다시 현대로 돌아와 보자. 모두가 실감하겠지만 전화와 휴대전화가 달랐고, 그 보다 더 큰 차이는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에서 나왔다. 게임의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이다. 우리가 제조업은 엄청 노력해서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것이 정보혁명이다.

정보혁명은 나라의 모습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AI와 IoT, 로봇과 위성 등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은 훨씬 효과적으로 일하고 자신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잔업에, 낮은 수준의 수입으로 삶 자체를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쥔 서울과 한국 과학기술의 중심이라고 하는 대덕의 현실을 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가능성이 있고 자원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이 없고, 세상의 흐름을 등한시하니 조선시대의  나홀로 병이 재현되는 듯한 아쉬움이다.

소프트뱅크의 올해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일본 사람들의 학구열이다. 정보혁명과 관련해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강연에 사람들로 가득 찼고, 이동시간에는 사람들의 물결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일본 사람, 사무라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디테일에 강하다는 것이다. 움직임 하나가 목숨과 연관되니 디테일에 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일본이 그동안 제조업에서 강점을 보이다가, 새로운 몰입의 대상을 찾아낸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AI와 IoT, 로봇 등은 데이터를 읽고 거기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기에 우선 디테일이 강해야 한다. 도입 초년도부터 90%가 넘는 업무 향상 실적을 내는 모습에서 몇년 안돼 엄청난 성과를 내고, 그동안 제조업 대명사 일본이 AI로 무장한 일본이 되면 우리에게는 어떨까하는 걱정이 앞서게 됐다.

이번 행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본의 국제화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그림에 의한 것이지만 로봇, 위성, IoT, 보안 등등에 있어 세계 최강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거기에 의료, 농업,자율주행, 업무 공유(wework) 등등이 새로운 연합전선을 형성했다.

19세기에는 일본이 세계 변화의 움직임에 숟가락을 하나 얹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그림이다. 아마존과 MS 등이 본사로 있는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세상을 같이 요리하자고 스타트업들을 보내 파트너 및 자금 유치 손짓을 할 정도에 이르렀다.

게다가 100조원 펀드도 갖고 있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새로운 파트너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삼성이 돈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그림은 못그린다. 삼성은 자신들의 강점을 기반으로 그 분야의 힘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손정의 회장은 사회의 흐름과 그 파장을 염두에 두고 연합군을 형성하는 스타일이다. 어디가 더 강할지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판정이 나리라고 본다. 삼성은 게다가 국민 여론의 지지도 못받고, 총사령관도 몸이 묶여 있어 더더욱 어려운 형국이다.

소프트뱅크 코리아의 문규학 대표는 손정의 회장의 발상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국경을 뛰어넘고, 다가올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고, 꿈을 같이 가져갈 사람들을 발굴하고.

일자리는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외국에 비하면 얼마 안되는 자금을 안정된 일자리 몇개를 확보하는데 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에너지 문제 등에 있어서도 이념으로 판단하는게 옳은가?

혁명을 주도하는 풍운아가 일으키는 강품을 현장에서 느끼고, 눈 앞에서 로봇이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일을 처리하는 현실에, 우리의 상황이 대비되며 한국이 조선시대의 소중화란 착각에 나홀로 길을 선택한 것이 100년 넘게 후손들의 피눈물로 이어졌는데, 우리가 이를 다시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저절도 인다.

근대사를 읽으며 고종과 그 주변의 기득권 세력들이, 세상 흐름에는 어두웠던 백성들이 어떻게 그럴수 있었나 하고 통한의 심정을 가졌는데 지금의 우리가 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우국(憂國)의 마음이 저절로 이는데 속좁은 필부의 한낱 감성일까?

소프트뱅크 2017 현장모습. <사진=이석봉 기자>소프트뱅크 2017 현장모습. <사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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