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관계부처 합동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출연연, 전환 대상자 범위·예산 등 여전히 애매···"눈치보기 급급"

정부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담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과학기술계는 여전히 막막한 상태다.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춰야 하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범위, 소요 예산, 관련 제도 개정 등 어느 하나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가 이전과는 달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확고히 하고 있어 비정규직 연구자들이 환영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출연연이 포함된 공공기관, 자치단체, 중앙정부, 지방공기업 등 852개 기관을 전환 대상 1단계로 추진한다. 

상시·지속적 업무인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의 판단기준 완화도 병행한다. 기존안은 연중 10~11개월 이상 계속, 과거 2년 이상 지속, 향후 2년 이상 예상을 기준으로 했다면 개선안에는 연중 9개월 이상 계속과 향후 2년 이상 예상으로 과거 2년 이상 지속 항목을 삭제했다. 

또 전환과정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관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토록 했다. 기간제는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기관 내에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전환 대상을 결정하게 된다. 

기존안이 정규직 전환 기준을 바탕으로 기관 자체 판단에 따라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었다면 개선안은 이해관계자 참여방식으로 전환이 추진된다. 기간제는 전환심의위원회가, 파견·용역은 노사전문가 협의 거쳐 전환하게 된다. 

정부는 향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을 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TF' 등 관계부처가 긴밀한 협조 속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달까지 각 기관의 현황 및 잠정 전환 규모 및 계획을 조사하며 9월 중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 전환에 필요한 소요재원 등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대한 설명회를 오는 27일까지 권역별로 실시한다.

◆ "무조건 밀고 나갈 문제 아냐···구체적 조사 이뤄져야" 

"가이드라인 기준이 나오긴 했지만 연구현장에서 생각하는 범위가 상이한 것 같다. 사업적으로 고정된 기간으로 봐야 할지 계속적인 업무로 봐야 할지 애매하다."

"재원 부분에서 전에는 기관 자체 예산 내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정하라 한 것 같은데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기재부가 예산을 정해줘야 정규직 전환 대상자 범위를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연연 인사담당자들은 발표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접하고도 어리둥절 하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환 전환을 선언한 후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지만,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는 발표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규직 전환 대상과 예산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연연 한 인사담당자는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출연연으로 최대한 맞출 생각이지만 지금은 명확한 게 하나도 없다"며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서로 눈치보기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과 함께 발표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관련 Q&A 중 연구 인력의 정규직 전환대상과 관련해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인력(보조인력 포함)은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일정기간 프로젝트형 연구사업에 참여하는 연구 인력은 전환 예외다. 단 프로젝트형 연구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연구 인력은 전환 대상이 된다. 

A 출연연 인사담당자는 "상시지속적인 연구업무라 명시했는데 이 기준이 연구현장에서 애매할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은 개인에는 무척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담당자는 "가이드라인에는 기간제보다 간접용역이 더 부가된 것 같다. 인건비, 재료비, 부가비용 등이 포함된 간접용역비에서 실제 인건비를 어떻게 책정해야 할 지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전환에 따른 예산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B 출연연 인사담당자는 "가이드라인을 해석하면 기관별로 대응하라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기재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정규직 전환 범위를 정해도 기재부에서 예산 배당을 안 해주면 정규직 전환이 불가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해당자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무조건 밀고나갈 문제는 아니다"라며 "가이드라인은 거시적인 맥락으로 보인다.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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