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총, 원자력에너지 정책 관련 과학기술 포럼 개최
전문가들 "원자력 대체 불가···전문가 의견 고려돼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시행에 대해 과학기술인들이 합리적 에너지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학기술인들은 현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에 우려하며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해 전문가 참여, 충분한 에너지 정책 논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대전과총이 주관한 과학기술포럼에서는 원자력에너지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논의됐다. 

지난 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향후 석달간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운영하면서 원전 건설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일련의 진행에 대해 과학기술인들은 정부의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우려와 전문가가 배제된 공론화위원회 구성도 대표적인 문제로 꼬집었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과거 문화식민지, 기술식민지로 존재했던 한국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내외 비난을 감수하면서 설계, 부품, 건설까지 완벽하게 기술자립화와 수출을 일궈냈다"면서 "이러한 노력을 하루아침에 없애겠다는 것은 경솔한 탈원전 정책이며 비이성적인 두려움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이영호 충남대 명예교수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을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배제되었으며, 독일이 30여년의 논의 과정과 7만명의 여론조사를 거친 것과 달리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변준연 비젼파워 회장은 "국가 존속을 위해 필요한 군사, 외교, 식량, 환경,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데 지역, 계층, 세대 갈등을 넘어 에너지 갈등으로 번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한국은 에너지 믹스가 필요한 국가이지만 현 여건상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을 대체하기 어렵고, 친환경 정책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국가 생산성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차원에서 원자력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원자력의 대체 불가능성을 주장했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지구온난화 대응수단, 경제성, 에너지 안보, 안전성 측면에서 원자력의 강점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명했다.

정용훈 교수에 따르면 현재 원자력 20GW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100GW가 필요하며 이는 2000km 이상의 태양광 발전 면적이 요구되는 수치다. 또 전기에너지는 20% 수준 이상되면 저장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전력안전성, 사고비용 등을 고려해도 원자력이 우위에 있다. 

정 교수는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서 효과가 크다"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도전적 전력저장 문제, 환경성, 경제성 등을 모두 고려해도 원자력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원자력에 대한 안전성, 우수성에 평가가 높다. 김병구 사우디아라비아 왕립원자력청 자문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2030년까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이 첨단 산업 일자리 확보와 북아프리카 지역 수출 등이 가능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고유 원천기술을 확보한 한국의 스마트원자로는 이를 실현할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김병구 자문관은 "지난 6년간 중동 원자력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체감한 한국의 중동 원전 수출 배경에는 지난 1970년대 중동 건설붐을 통한 한국에 대한 국가적 신뢰와 바탕이 되어 있다"면서 "에너지 확보 국가정책은 목적을 세우는 것이지 수단을 수립하는 것 아닌데 목적과 수단을 헷갈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인순 전 원장은 "산유국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불가사의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석유 고갈 이후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원전 사고 발생 경험이 있는 미국, 소련, 일본에서도 원전 설립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원자력의 안전에 대한 부분도 강조됐다. 정용훈 교수는 "한국은 지진, 해일, 쓰나미 등에 대해서도 대비가 잘 되어 있으며 원전 안전성은 관리 여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박윤원 대전과총 회장은 "여타 과학기술과 마찬가지로 원자력은 가치중립적이며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의 원자력 수준은 IAEA가 수행하는 안전시스템 검증체계인 IRRS 수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국제적으로서 관리체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안전은 현장 작업자의 자부심과 수준에서도 결정되는데 탈원전 정책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 반영 기회가 사라지고, 교육현장과 원전 현장에서 우수 인재 확보에 실패하면서 안전성 저해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하며 원자력계가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국가에너지 정책의 새판을 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우 연세대 특임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의 속도나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있지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원자력계가 과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유연성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저유가 기조 유지로 국내 재료 시장이 안정기에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인 변화의 시점이며 2년씩 개정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주시하면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지적해야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헌휘 단국대학교 교수는 "원자력계가 안일했던 부분도 문제"라며 "에너지 단가 논의 시 세금을 뺀 순수 원가로 비교하는 등 적극적인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국민 설득과 홍보작업이 미흡했다는 의견과 함께 원자력 전체의 산업 파급효과를 부각하는 접근 필요성도 부각됐다.  

김원동 조선대 교수는 "실질적 원자력 안전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안전에 괴리감이 있으며 원자력계의 홍보 노력도 부족했다"면서 "이러한 인식 차이를 해결하고 원자력 발전의 타당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호 KAIST 명예교수도 "원자력은 정치, 기술, 문화 섞여있는 통합 문제이기 때문에 원자력계가 대국민 교육, 홍보 등에 적극 나서야 했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또 원자력계에서합심해 정부측에 종합적인 원자력 발전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변준연 대표는 "원자력은 우주개발, 해저탐사 등 다양한 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으며 세계 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원전 자체 보다 원자력으로 확대해서 에너지 정책을 바라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과총은 이날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공론화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병구 사우디아라비아 왕립원자력청 자문관이 중동에서 평가한 한국 원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김병구 사우디아라비아 왕립원자력청 자문관이 중동에서 평가한 한국 원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패널들은 국가에너지 정책이 합리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강민구 기자>
패널들은 국가에너지 정책이 합리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제4회 과학기술포럼'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제4회 과학기술포럼'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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