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형준 STEPI 부연구위원, hjan@stepi.re.kr

"시장은 성숙했습니다. 우주 기업에 투자하세요!"

지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파크센트럴 호텔에서 열린 'NewSpace 2017' 컨퍼런스는 전 세계에서 온 200여명의 참석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업 아이템을 홍보하거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줄 공학자를 찾는 기업인부터, 유망한 투자파트너를 찾는 엔젤투자자, 산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정부관계자들의 활발한 교류로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았다. 지난해 필자가 참석했던 시애틀 컨퍼런스 때보다 그 열기가 더 했다.

뉴스페이스 컨퍼런스 현장.<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뉴스페이스 컨퍼런스 현장.<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우주산업 혁명의 키워드 'New Space'

최근 글로벌 우주산업에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우주개발은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를 중심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소수의 항공우주관련 대기업과 거의 독점적인 계약을 맺고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우주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중소기업과 벤처 같은 소규모 민간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우주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우주개발 방식(Old space)와 대비하여 최근의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단어가 'NewSpace'다. 2015년 세계 우주 경제 규모는 3220억달러(약 355조원)로 이 중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 예산은 750억달러(약 83조원)로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미국의 비영리 법인인 우주개척재단(Space Frontier Foundation)은 2006년부터 매년 NewSpace 컨퍼런스를 개최해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의 현황과 비전을 공유하고, 기업인과 투자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NewSpace 컨퍼런스는 세계 우주산업의 지각변동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컨퍼런스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의 경향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NewSpace는 세계우주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중심의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우주전문투자기업 Space Angel사의 투자처 250개 가운데 85%는 여전히 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 호주 등 세계 각국 기업의 참여가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컨퍼런스에는 지난해 시애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이어 일본의 우주관련 스타트업 관계자가 컨퍼런스 연사로 나섰다. 참석자 규모도 10여명에서 20명 정도로 늘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유럽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 룩셈부르크와 포르투갈의 과학기술 관련 장관이 참석해 연설을 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의 마누엘 헤이터 장관은 대서양의 작은 섬 Azores에 기후와 해양 변화를 우주에서 모니터링하는 AIR Center(Atlantic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설치 계획과 함께 유럽의 우주 자원 탐사 중심국으로 거듭날 비전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한편 룩셈부르크 에티엔 슈나이더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룩셈부르크 정부가 세계 최초의 우주 자원 채굴 기업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에 28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해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룩셈부르크에서 올해 11월 16일부터 17일 유럽 지역 최초의 NewSpace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룩셈부르크는 유럽 내 민간 우주개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페이스 유럽과 내년 뉴스페이스 시애틀 광고.<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뉴스페이스 유럽과 내년 뉴스페이스 시애틀 광고.<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발사체 비용 감소와 ICT 기술의 융합이 민간 투자 이끌어

역사적으로 정부가 우주 개발을 주도했던 이유는 우주가 비용대비 경제적으로 수익을 내는 산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규모 자본의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며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이유는 우주관련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첫째, 발사체 비용의 감소에 대한 기대다. 그동안 우주산업의 가장 큰 진입 장벽 가운데 하나는 높은 발사체 비용이었다. 우주에 인공위성이나 탑재체를 보내는데 kg 당 수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다 발사 횟수도 많지 않아 기회도 얻기 어려웠다. 하지만 스페이스엑스(Space X)나 블루오리진(Blue Origin)같은 발사체 제작 민간 기업의 재사용 로켓 개발은 발사 비용을 많게는 10분의 1정도로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연료를 다 태우면, 분리돼 바다에 추락하거나 대기 중에서 타 버리는 기존 로켓과 달리, 이들이 개발하는 로켓은 회수해 재활용하기 때문에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스페이스 엑스의 Falcon 9 로켓은 2016년 9월 1일에 폭발사고를 겪었지만, 올해만 10번의 발사에 모두 성공하며 상용화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이들 회사 외에도 로켓랩(Rocket Lab) 같은 기업의 저궤도 소형 위성 발사체 시장을 노린 저가 로켓 개발 기업도 발사체 비용 감소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둘째, ICT 기술과 우주산업의 융합에 대한 기대다. 최근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기술과 타 분야와의 융합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 등장에 대한 기대는 우주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우주산업은 발사체와 위성체 제작 같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의 우주산업은 위성정보 활용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의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Autodesk 사는 드론이나 우주선을 설계하는 데, 제품의 목적이나 기능을 고려해 공학자가 설계하는 기존 방식 대신,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임의로 무수히 많은 디자인 변종을 생산한 뒤, 이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능을 검토, 최적의 디자인을 찾는 생성적 설계(Generative Design)라는 새로운 방식의 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오비탈 인사이트(Orbital Insight)사는 자체 보유 위성이 한 개도 없으면서도, 전 세계의 공개되어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 지상 사진과 동영상 데이터를 자동인식 시스템으로 분석해 상업 데이터로 가공 서비스 한다. 동일 지역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파악해 도시민의 생활 패턴의 변화, 농업 효율성의 변화, 도시 내 차량 운행 패턴이나 공사 진행 상황 등을 분석해 낸다.

컨퍼런스 저녁 네트워킹 시간.<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컨퍼런스 저녁 네트워킹 시간.<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우주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

이처럼 세계 우주산업은 민간의 기술 혁신과 새로운 융합 기술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꿈에 그쳤던 아이디어들을 현실화 시키고,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새로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위성과 발사체 중심이었던 우주산업은 점차 말그대로 ‘우주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규모 자본과 다양한 서비스 사업이 새로 출현하는 기회의 영역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주도로 육성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가 저조하고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세계 시장 대비 국내 시장 분야별 규모를 비교해 보면, 우주산업은 0.09%로 자동차(6.81%),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3.84%) 등 주요 산업에 비해 시장 규모도 턱없이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NewSpace라는 흐름은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을 군사와 안보 영역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부터 글로벌 가치 사슬에 기반한 경쟁력을 갖춘 분야별 전문업체를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핵심기술 확보와 관련된 하드웨어 중심의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발사비용 감소와 다양한 우주기반 플랫폼 등장을 기회로 삼아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산업 창출 기회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컨퍼런스 저녁 네트워킹 시간 중 안형준 부연구위원의 모습.<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컨퍼런스 저녁 네트워킹 시간 중 안형준 부연구위원의 모습.<사진=안형준 부연구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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