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리더에게 듣는다 上] 이대경 특허법원장
"법원은 늘 대기업 편 아니다···지역 기업과 신뢰 우선" 강조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그 어느때 보다 지식재산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지식재산권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식재산 창출과 수요가 풍부한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대전입니다. 대전은 'IP 허브시티' 조성을 꿈꾸며, 글로벌 ICT 지식재산 영역을 선도하기 위해 한걸음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전테크노파크와 대덕넷은 앞으로 지식재산권 전문가 인터뷰와 다양한 사례취재를 통해 국내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대전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대전은 지식재산 관련 행정‧사법기관과 KAIST, 정부출연연구원 등 세계적 수준의 지식재산서비스 생태계가 조성돼 있습니다. 대전 지역 지식재산서비스 기업이 훌륭한 인프라를 잘 활용해 나간다면 국내는 물론 국제 IP 허브 도시로 성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대경 특허법원장이 IP 중심 도시로서 대전의 충분한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정부출연연구원, 기업 연구소, 대학들로부터 파생되는 풍부한 지식과 인적 자원이 대전 지식재산서비스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허법원과 지식재산 기업들 간 선결되어야 할 주제로는 '신뢰 구축'을 꼽았다.

이 특허법원장은 "기업의 규모와 변호인단 구성과 관계없이, 오로지 공정한 재판을 통해 기업들이 창출한 지식재산이 정당하게 보호받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 항소심이 특허법원 전속관할로 집중, 소송절차에 대한 심리매뉴얼을 시행하는 등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대경 특허법원장. 그를 만나 대전 지식재산 기업이 국제 특허 허브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전략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들었다.
 
◆ "기업은 지식 생산, 법원은 지식 보호"

이대경 특허법원장은 특허법원과 지식재산 기업들 간 선결되어야 할 주제로 '신뢰구축'을 우선순위에 두었다.<사진=조은정 기자>
이대경 특허법원장은 특허법원과 지식재산 기업들 간 선결되어야 할 주제로 '신뢰구축'을 우선순위에 두었다.<사진=조은정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특허분쟁이 일어날 경우, '특허법원은 무조건 대기업 편' 이라는 인식이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특허 분쟁에서 이기는 경우도 드문 게 사실. 또 소송 중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고려한다면, 중소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허법원과 지식재산 기업들 간 선행되어야 할 논의는 무엇일까. 이대경 특허법원장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지식재산은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뢰 구축을 우선순위에 뒀다.

이대경 특허법원장이 'KAIST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 강단에 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특허법원은 지난해부터 특허청·중기청·KAIST와 함께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주로 지역 중소기업과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 관계자다.

이 특허법원장은 "기업 대표들에게 '좋은 변호사만 쓰면 특허분쟁에서 유리한 거 아닌가, 어차피 법원은 대기업 편이 아니냐'는  하소연(?)을 종종 들었다. 이런 오해에 안타까움도 느낀다"며 특허소송이 기업의 규모와 대리인과 관계 없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들에게 특허 출원 및 분쟁 관련 노하우 전수해주겠다는 목표도 있었지만, 소송 절차와 손해배상액 산정 문제 등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생산한 지식이 공정한 절차에 의해 보호받으리란 신뢰가 없다면, 아무도 지식재산을 창출하지 않으려 할 것. 이 특허법원장은 "기업은 지식재산 생산에, 법원은 지식재산권 보호에 최선의 역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지역 지식재산 기업도 '특허분쟁 국제화' 시야 넓혀야

특허분쟁도 이제 국제화 시대다. 특허법원은 올해 '국제 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를 개원했다. 이대경 특허법원장이 직접 센터장을 맡은 후, 외국어에 능통한 지식재산권법 관련 전문가들이 연구위원으로 위촉됐다. 2011년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 이후 국제화, 고도화가 이뤄진 국제 특허전쟁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대경 특허법원장은 올해는 '특허분쟁의 국제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법원이 처리한 사건 611건중 당사자가 외국법인이나 외국인인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260건에 달한다.

이 특허법원장은 "국제적 특허분쟁이 빈발한 시기에 당사자들 간 언어장벽으로 인해 재판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국제재판부 설립'이 통과된다면  한국 사법 국제 신임도 향상은 물론, 특허법원 판결이 국제적인 기준이 되는 재판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국제 특허분쟁은 종국적으로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김기수 특허법원 공보판사는 "라이센스 계약시 관할에 대한 조항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여 반소를 제기할 때 한국 법원이 국제 특허분쟁의 법정지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 제시했다.

지난 6월, 국내 첫 영어 재판이 특허법원에서 진행됐다. 처음 열리는 국제 영어 재판에 해외 기업들도 촉각을 세웠다.

김기수 공보판사는 "재판을 참관한 루이비통 IP 관계자도 '한국에 국제재판부가 설치되면 루이비통이 국제재판부 1호 사건을 제기하고 싶어했다"며 특허분쟁 국제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허법원은 내달 6일 'court, IP and business'(법원, 지식재산권, 비즈니스)를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인도 등 전세계 IP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의학&바이오 특허 관련 다양한 논의가 오고갈 예정. 이 특허법원장은 지역 지식재산 기업들의 참여와 관심을 독려했다.
 
대전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ICT 지식재산 허브로 한 걸음 도약을 앞둔 중대한 시점. 이 특허법원장은 이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 특허법원도 대전시와 KAIST, 연구원 등에서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허전문가와 과학기술 전문가가 대거 집결해 있는 곳 아닙니까.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밑거름은 충분합니다. 그들 간 비전과 미션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지식재산 허브 도시'라는 공동의 목표로 달려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대경 특허법원장과 김기수 공보판사는 대전이 국제 IP 허브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밑거름을 가졌다고 말했다.<사진=조은정 기자>
이대경 특허법원장과 김기수 공보판사는 대전이 국제 IP 허브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밑거름을 가졌다고 말했다.<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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