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과학자+시민단체, 대기환경오염 문제 놓고 소통
"오존 농도 매년 환경 기준치 초과, 유해성 인식 필요"

"미세먼지(PM10) 전국평균 농도는 최근 안정기에 들어섰다. 반면 오존농도는 꾸준히 상승 추세다. 미세먼지 이슈가 지나면, 오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떠오를 것이다."

외출 전, 대기 질과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고 마스크를 챙기는 일이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날씨를 확인하듯이 자연스러워졌다. 미세먼지와 오존 농도에 따라 외부활동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가 하면, '1가구 1공기청정기는 필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처럼 대기환경 오염물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건강한 삶을 위해 논의되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과학계와 국민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은 대기환경 오염물질 인증표준물질(CRM) 보급을 통해, 오염측정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대전충남녹색연합(대표 이동규)은 캠페인과 강연 등을 통해 대기환경 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상일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장, 정진상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박사, 임종윤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에서 마주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시민-과학자-정부 간 '소통'에 주목했다.

◆ 시민들, 이미 대기환경 반(半)전문가···하지만 오존 유해성 간과하는 경향 있어

왼쪽부터 이상일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장, 정진상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박사, 임종윤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사진=조은정 기자>
왼쪽부터 이상일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장, 정진상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박사, 임종윤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사진=조은정 기자>
대기오염을 초래하는 화학물은 자동차 배기가스, 이산화질소(NO
), 아황산가스(SO)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미세먼지와 오존(O) 농도에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왜 그럴까.

오존은 자외선이 풍부한 높은 산, 해안, 산림 등의 공기 중에 존재하며 상쾌한 느낌을 주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인체에 독성이 있어 장시간 흡입하면 호흡기관을 헤치게 된다.

이상일 센터장은 "매년 실시하는 대기오염물질 농도 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와 오존 농도가 매년 환경 기준치를 초과한다"며 "유독 미세먼지와 오존이 화두에 오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종윤 간사도 대기환경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 임 간사는 "13년 째 대전시민을 대상으로 대기오염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때만 해도 시민 참여가 거의 없어 애를 먹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시민들 호응이 현저히 높아졌다"고 답했다.

정진상 박사는 "지난 20년간 미세먼지 전국평균 농도 변화 추이는 계속 하락하다가 최근 안정기에 들어섰다. 반면에 오존농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미세먼지 이슈가 가라앉게 되면 오존이 큰 이슈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정 박사는 "미디어, 언론 등에서 매일같이 대기환경 지식이 쏟아져 나온다. 국민 대부분 이미 반(半)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미세먼지에 비해 오존의 유해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입자 물질인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가스 형태로 존재해, 마스크 착용으로도 인체 유입을 막을 수도 없다.

이상일 센터장은 "오존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하지만 오존농도가 짙어질수록, 메스꺼움과 기침을 유발하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는 등 호흡기질환을 악화하여 인체에 유해를 끼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물과 농작물의 생산능력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 대기환경 오염 농도, 시민이 직접 측정

참석자들이 대기환경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참석자들이 대기환경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제작한 '대기환경 지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지도는 대전시민이 직접 대기오염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져, 대기오염 심각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등 교육적인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종윤 간사는 "모니터링은 참가자 120명이 오전 8시,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패시브 샘플러(passive sampler)를 부착함으로써 시작된다. 저녁 무렵이면 하루 동안 이산화질소 노출 농도를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상 박사는 일반 시민들이 대기환경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취지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다만 결과 값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박사는 "휴대용 센서를 몸에 부착해, 개인 생활 환경에 따라 통계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사무직이냐 현장직이냐에 따라 혹은 연령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른 대기오염 노출 값을 얻을 수 있다. 또 대기환경오염 물질 중 화학종류별로 나눠 통계를 내는 방법도 좋다"고 말했다.

측정에 대한 신뢰도 확보 방안도 논의 됐다. 단 하루 측정된 값이 신뢰성을 갖는 표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임종윤 간사는 "당일만 진행했지만, 같은 날, 같은 환경 아래서 측정한 결과 값이기 때문에 지점별로 대기 오염도 비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대기오염에 취약한 노인층과 유아 층이 주로 활동하는 학교와 주택가를 각각 30곳으로 다른 모니터링 장소에 비해 비중을 높였다. 또 지금까진 이산화질소(NO₂)만 측정해왔는데, 앞으론 국민 관심이 지대한 미세먼지 농도도 시민들과 함께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 대기오염 해결, 시민-연구자-정부 '소통' 중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이상일 센터장은 과학자-시민-정부 간 이해를 돕는 가교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진상 박사는 미세먼지 정책이 지나치게 '산업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 박사는 "무작정 산업(기업)을 억압해야한다는 목소리만 높다. 예를 들어 기업의 가스 배출량을 규제할 뿐, 배출량 감소량과 미세먼지 감소량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는 빈약한 상태"라며 "무조건 규제에서 벗어나, 과학적/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 수립 및 집행을 통해 시민단체가 국민들 불안감을 줄이는 데 기여해주길" 바랐다.

임종윤 간사는 "산업은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익을 중시하기 마련"이라며 "시민에게 위험이 가해질 단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산업체 규제는 필요하다"며 시민의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임 간사도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마련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 센터장은 "표준연은 대기오염측정망 측정기 정도관리와 측정 신뢰도 확보에 필요한 표준물질을 개발하고, 오존농도 측정기교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시민들이 이러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연구를 대중에게 알리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 간사는 국가연구소의 역할을 들었다. 그는 "정확한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는 정책으로 이어진다. 또 올바른 정책이 시민들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며 국가 표준기관으로서 표준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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