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감각의 미래

최신 인지과학으로 보는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
카라 플라토니 저, 박지선 역, 이정모 감수, 흐름출판
카라 플라토니 저, 박지선 역, 이정모 감수, 흐름출판카라 플라토니 저, 박지선 역, 이정모 감수, 흐름출판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실제인가 아니면 뇌가 그려내는 가공의 이미지인가


우리의 뇌는 인간의 모든 감각에 관여한다. 가령 우리는 촉감이 손끝이나 피부, 신체 부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체감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은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뇌로 전달되고 뇌는 그 전기신호를 가공해서 우리가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다시 알려준다. 그것이 바로 '인식'이다.

감각에서 인식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은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평소 우리는 뇌라는 기관에 대해 거의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1.4킬로그램의 자그마한 뇌는 촉각뿐만 아니라 미각, 후각, 청각, 시각과 같은 오감 전부를 관장하고 제어한다.

때문에 뇌를 통해 우리가 보는 세계는 때론 현실세계와 동일할 수도 있고 어쩌면 전혀 다른 세계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세계는 '진짜'이자 '진짜처럼 보이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는 어떠한 원리로 외부의 감각을 받아들이고 다시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카라 플라토니는 젊은 과학기자에게 수여하는 에버트 클라크/세스 페인 어워드(Evert Clark/Seth Payne Award)를 비롯한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원 강사였던 그녀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학교를 떠나 3년 동안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를 누비며 관련 자료를 취재했다.

그녀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동안 인간의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뇌의 인식능력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감지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그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그녀는 신경과학자, 공학자, 심리학자, 유전학자, 외과의사, 트랜스휴머니스트, 미래학자, 윤리학자, 요리사, 조향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녹여 냈다.

◆ 감각과 인식의 한계를 탐험하는 인지과학 최전선의 생생한 현장

이 책의 1부 {오감 : 세상과 마주하는 다섯 개의 통로}에서는 미각, 후각, 시각, 청각, 촉각에 대해 다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다섯 가지 기본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풍미라고 불리는 우마미다.

이 기본맛들은 우리가 맛보는 순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고, 동시에 '어떤 맛'이라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맛들이다. 하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뿐이지 우리는 보다 많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맛이라는 건 뇌의 지각에 의해 얻어지는 인식의 대상이며, 인식이라는 건 겉으로 표출되는 표현에 의해 구체화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위 '여섯 번째 맛'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자연과학박물관과 대학의 연구소, 샌프란시스코의 음식점을 방문해 새로운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발견된다면 맛의 인식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후각 역시 뇌의 인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프랑스의 한 병실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향과 망각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는 것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기억력 관련 질환의 초기 임상징후다. 뇌는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다.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 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면, 아주머니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차에 적셔서 주던 마들렌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한 구절이다. 일명 '프루스트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은 후각이 한 개인의 문화적 배경과 경험, 인생을 관통해온 기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의 후각은 각각의 개인이 성장한 문화적 배경에 큰 영향을 받으며, 이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향기요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향과 기억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아르구스 2라는 인공망막장치를 장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로이드라는 시각장애인을 통해 우리의 뇌가 어떤 식으로 시각 자극을 수용하고 해석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청각은 공기 중의 음파를 인식하는 것이다. 뇌는 이 음파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소리의 의미를 파악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심리학자 잭 갤런트는 뇌의 전기신호를 분석해 다시 음성신호로 변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연구를 통해 뇌로 흘러들어간 음파가 언어로 변환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생각이 소리로, 말로,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수술실에서 기계를 보는 건 이제는 흔한 일이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기도 하는 시대다. 다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기계가 느끼는 촉감이 기계를 작동하는 의사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가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팀은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인공 팔 연구를 통해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만약 기계를 통한 촉각의 반응과 뇌의 인식이 동시에 구현될 수만 있다면, 손이 닿지 않는 혈관이나 장기, 신경기관 수술에도 기계가 이용될 것이다.

◆ 뇌 안에서 편집되는 초감각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이 책의 2부 {초감각적 인식 : 머릿속에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닌 뇌 안에서 인식되는 다양한 초감각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령, 시간을 안다는 건 인간이 행동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사건을 예측하며 몸의 감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정확히 무엇이고,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할까 두뇌가 어떻게 시간을 인식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아직까지 없다. 시간은 손이나 발, 피부를 통해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우리가 주변 세계를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등 다양한 감각들이 하나로 모아져 인식되는 복합적인 감각이다. 태양의 움직임이나 멀리에서부터 가까워지는 소리, 변화되어가는 향기를 통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 복잡하고 신비로운 인식의 과정을 우리는 한 무리의 미래학자와 기술자들이 텍사스에서 제작하고 있는 '1만 년을 가는 시계'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고통은 어떨까 우리의 뇌는 고통의 종류와 상관없이 동일한 부위에서 통증을 인식한다. 뼈가 부러진 고통을 느끼는 뇌의 부위와 실연을 당하고 슬픔의 고통을 느끼는 뇌의 부위가 같다고, UCLA의 심리학자 나오미 아이젠버거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신체적 고통을 치유하는 진통제가 마음의 고통 역시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퍼듀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키플링 교수는 고통에 관여하는 뇌의 작용 연구를 통해 이 점을 집중 탐색한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문화심리학자 첸소바 더튼은 문화가 우리의 감정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의 행동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은 감정의 강력한 지배를 받으며, 감정은 각자가 성장한 문화적 배경에 의해서 다양한 양상으로 우리 내부에 쌓이게 된다.

가령,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갈망하지만 그 양상은 문화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시아인들은 평온하고 고요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반면, 미국인들은 짜릿한 흥분이 주는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긴다.

심지어 러시아인은 즐거움보다는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이러한 감정의 다양성은 결국 우리가 주변 세상을 읽어내는 방식을 통제하며,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바로 뇌가 있다.

◆ 감각을 느끼는 기제가 바뀌면 인간의 인식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감각의 한계를 넘어 과학기술과 공존하는 미래시대를 그리는 사람들


마지막 3부 {인식 해킹 :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들}에서는 과학기술을 통해 신체가 감각하는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다양한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가상현실은 상상 속의 풍경으로 들어가는 아주 강력한 수단이다. 지금의 가상현실 시스템은 피험자가 실세계와 거의 동일하게 인식할 정도로 정밀해졌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인지심리학자 제러미 박사는 가상현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수도구라고 주장한다.

가상현실에서 얻은 감정과 행동이 현실세계에 이어질 정도로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상현실 기술은 군인들의 공포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심리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증강현실 기술은 그 영역을 점점 더 넓혀 우리의 감각 개념 자체를 혁신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증강현실을 탑재한 안경을 통해 어두운 곳에서도 볼 수 있고,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뒤를 볼 수 있다.

디지털 신호를 읽어낼 수도 있으며, 우리가 보는 모든 장면들을 녹화할 수 있고,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에게 포옹의 감촉을 보낼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롭 스펜서 감독은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은 후 눈을 적출하고 그 자리에 다양한 인공눈을 장착할 수 있는 장치를 이식했다. 아이캠이라 불리는 이 장치를 통해 그는 영화를 찍는다. 심지어 원거리에 있는 정보를 무선으로 수신하거나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 책은 신체가 직접적으로 감각하는 기능 자체에 의문을 품고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실제로 인간이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는, 말 그대로 감각할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작고도 좁다.

인간은 박쥐나 돌고래처럼 초음파를 듣지 못하고, 꿀벌처럼 자외선을 보지 못한다. 상어나 가오리처럼 전기를 감지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바이오해커나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신체 내에 자석이나 무선주파수 인식 칩을 이식해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뇌의 새로운 영역을 통해 감지되는 감각이 아니라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자극을 인식하는 능력으로, '여섯 번째 감각'으로 불린다. 이들을 통해 과학기술을 등에 업은 인류가 어디까지 진화해갈 수 있는지, 그 비전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과학기술은 우리가 이전에 상상해보지 못한 속도와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둔 인류는 기술과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책은 감각을 둘러싼 현재의 인류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새로운 감각을 장착한 미래의 인류를 그려낸다. 기원전 8,000년 농경과 함께 시작된 인류세는 지금에 이르러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새로운 인류세를 맞이하려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미래는 어떤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것보다 더 현실성 없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계는 언젠가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임에 틀림없다.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과 모험정신은 상상하고 꿈꿔왔던 것들을 어김없이 실현해왔기 때문이다. 인류가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하고자 했던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인간다운 바람, 그 바람은 이제까지의 인류를 지탱해왔고, 앞으로의 인류 역사를 새롭게 창조해나가도록 해줄 것이다.

이 책 《감각의 미래》를 통해 우리는 그 미래로 향하는 출발선에 기꺼이 함께 서게 될 것이다.

<글: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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