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국제다큐영화제, AI 양자역학 VR까지 과학장르 다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콘텐츠를 한번이라도 접해봤다면, 신기하긴 해도 그 특유의 시점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시청자가 어느 상황에 놓여 있고 닥친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이미 게임에선 흔한 '1인칭' 시점이다. 그래서 게임시장에서 가장 먼저 VR 콘텐츠가 쏟아졌다.

그러나, VR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컷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기존 영상문법이, 사방팔방이 다 보이는 '전면 상황' 앞에서는 영 쓸모가 없어진다. 디즈니 픽사(Pixar)의 창업자 캐트멀(Catmull)은 "가상현실은 스토리텔링이 안 된다. 지난 40년 동안 가상현실 스토리텔링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2015.12.3. 영국 가디안지 인터뷰 중)"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는 극이다. 실제 이야기나 현상을 재료로 편집과 나레이션, 기타 장치들을 통해 극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본격 극영화보다 연출의 강도가 더 센 작품도 있다. 대게 다큐는 특유의 순수성으로 다른 미디어와 구분된 본연의 장르를 지켜왔다.

그런데, 'VR 다큐'가 이번 2017 EBS국제다큐영화제에 특별전으로 등장했다. VR 유행에 편승한 시중의 기획전과 다른 차원으로, 작품들의 수준이 높다. 또한, '과학' 장르의 심도 깊은 작품들도 주목돼, 관객들의 사유를 넓혀주고 있다.

이 중 한 작품은 칸 영화제서도 걸린 VR다큐 '7월 7일의 생존자(대런 에머슨 作)'. 지난 2006년 영국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를 직접 겪은 실제 인물을 다뤘다. 주인공이 사고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본인의 목소리와 재구성 영상, 추상적 이미지를 VR로 풀어, 시청자의 공감을 최대로 이끌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VR이란 매체의 특성을 최대로 살려 각자의 이야기와 연출을 담은 해외작 6편과 국내작 2편이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을 주관한 김시준 EBS PD는 "논픽션을 다루는 다큐의 표현에 VR도 있다는 시도로 기획전을 펼쳤다"며 "그간 게임이나 체험과 다르게, VR도 네러티브를 전달하는 미디어 확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VR은 기기 접근성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미디어 장르와 결합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외피를 입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다큐 '두뇌혁명 A.I.'의 한 장면.<사진=EIDF2017 제공>
인공지능은 인간의 외피를 입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다큐 '두뇌혁명 A.I.'의 한 장면.<사진=EIDF2017 제공>
이처럼 일상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VR·과학 다큐들이 '2017 EBS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경기도 고양시 메가박스 킨텍스, 아트하우스 모모, 일산 EBS 디지털통합사옥 1층 등에서 8월 27일까지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일부 작품들은 EBS TV를 통해서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양자역학과 인간의식 사이의 관점을 다룬 '의식의 물리학' 바로가기
▲ 식물의 능동적인 생명성을 주목한 '도시 농부 프로젝트' 바로가기
▲ 종의 다양성이 위협받는 문제를 제기한 '씨앗: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바로가기
▲ 인공지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신화를 추적한 '두뇌혁명 A.I.'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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