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STS KAIST', 매년 학생들의 열정으로 대규모 국제 컨퍼런스 개최
실패는 큰 교훈···단체 출신들 사회 곳곳서 종횡무진

호기심이 많다. 스스로 일 꾸미기를 좋아한다. 그런 학생들이 모였다. 'KAIST 이탈자, 호기심꾼들'로 불리는 학생들. 막상 일을 벌였지만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었다. 매년 반복되는 좌충우돌에 부족함이 보이는 행사 결과들. 그렇게 12년이 지났다.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젠 20여개국의 유명 인사들이 찾는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열정과 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다. 

'ICISTS KAIST' 운영진 이야기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대학생 컨퍼런스를 지향하는 국제학술회의 'ICISTS KAIST'. 

2003년 하버드대 학생들이 주최하는 국제 학술회의 행사 'HPAIR'를 참관한 KAIST 학생들이 이 행사의 지부격인 'HPAIR-KAIST'로 2005년 처음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고유 브랜드인 'ICISTS KAIST'로 독립해 매년 KAIST 학부생들만의 노력으로 과학기술과 사회 통합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사회경험은 커녕 대학생활을 막 시작한 학부학생들이 국제행사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다. 좌충우돌은 기본이었다. 그래도 매년 최선을 다했다. 나름 노하우들이 후배에게 전해졌고 선배들의 도움도 이어졌다. 힘들었던 경험은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자산이 됐다.

'ICISTS KAIST' 출신들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곳곳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직업군도 언론인, 경영 컨설턴트, 창업가 등 다양하다.

학생들의 열정이 모여 국제행사가 진행된다.<사진=ICISTS KAIST 제공>
학생들의 열정이 모여 국제행사가 진행된다.<사진=ICISTS KAIST 제공>
◆ "내·외부 활동하며 사회 이해···과학으로 인류 기여해야"

"주변 친구들이 공부만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경험을 통해 자신의 학문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인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사회에 대해 한 층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한해윤 前 ICISTS 부회장/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생)

"활동을 하며 창업이라는 새로운 꿈을 찾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됐죠. 단순한 동아리 그 이상의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권순재 前 ICISTS 홍보 부장/KAIST 화학과 학생)

지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KAIST와 대전 ICC 호텔에서 열린 'ICISTS KAIST 2017' 컨퍼런스는 국내외 대학생, 해외 연사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인공지능, VR 등 미래 기술이 초래할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팀활동, 교류 파티 등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는 경험자 세션도 신설되어 참가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20개 기업이 선보이는 가상현실 기술을 체험하기도 했다.

올해 행사를 마친 후 ICISTS KAIST 학생들은 부원 수료증 수여식에서 지난 1년여간 과정을 돌아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임 임원 학생들이 이 단체 활동을 시작한 이유와 활동 후 얻은 소득으로 꼽은 것은 '사람'이었다.

부회장을 역임한 한해윤 학생은 "KAIST에 입학한 이후 'ICISTS KAIST'의 슬로건인 'Meet People, Get Inspired(사람을 만나고, 영감을 얻어라)'를 보고 큰 인상을 받았다"면서 "공학도로서 과학과 사회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다른 학생들과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홍보부장으로 활동한 권순재 학생도 "대학교에 입학하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업을 수행하는데 급급했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사회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활동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ICISTS KAIST 조직위원회 학생들은 내·외부에서 활동하며 사회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사진=ICISTS KAIST 제공>
ICISTS KAIST 조직위원회 학생들은 내·외부에서 활동하며 사회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사진=ICISTS KAIST 제공>
◆ 12년 거치면서 체계화···"주변 보며 행사 이끈 경험은 큰 자산"

'ICISTS KAIST'가 처음 시작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첫 행사 당시 참가자는 150여명.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이 늘어 지난해에는 20여개국 300여명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확대됐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은 매년 달라지는 컨퍼런스 주제에 맞춰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의 취지와 열정에 공감해 매년 화려한 경력의 국내외 인사들이 연사자로 행사장을 찾는다. 그동안 Donald Norman 前 애플 부사장, Walter Bender 前 MIT Media lab 소장, David Christian 국제 빅 히스토리 협회장, Alan Irwin 덴마크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연구학장 등이 대표적이다.

매년 주축 학생들이 변경되는 가운데 컨퍼런스의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은 시스템화다. 일반 회사처럼 체계화된 시스템을 확보했다. 조직위원회를 살펴보면 기획부, 홍보부, 국제협력부, 재정부, 미디어부, 디자인부 등 5개 부서로 구성되어 운영된다. 

구글드라이브와 Slack을 활용해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이 진행되며, 선후배 대화를 위한 홈커밍 대회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1차년도를 마친 후 남는 희망자와 2차 년도에서 유입되는 신입 부원이 조화되어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해마다 변경되는 주제 선정을 위해 많은 논의 과정이 수반된다. 주제 위원회에 기획부원과 참여자들이 각자 원하는 주제를 적고,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기 위한 논의와 전문가 자문이 가을 학기 내내 진행된다. 이어 겨울 방학 동안에는 집중 회의를 통해 주제가 최종 선정된다. 만장일치가 돼야 주제가 선정될 수 있기 때문에 저녁부터 새벽까지 활발한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최종 주제가 결정되면 연사자 후보군을 목록화하고 섭외를 위해 일일히 전화를 돌린다. 수백개의 연사자 목록 중 성공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을 섭외하다보니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중단되는 사례도 많다. 메일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지만 실패는 큰 교훈으로 다가온다.

행사 참가자 독려를 위해 전국 각지 대학과 해외를 돌며 홍보활동도 진행된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 주요 대학과는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단체 활동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대학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개인화 현상이다. 과거와 달리 단체 활동 보다 학업을 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단체 활동이 금전적인 보상 없이 열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동기부여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극복하고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은 큰 성취감을 선사한다.

주변에서의 관심과 후원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매년 기업, 공공기관에서의 온정이 이어진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 매년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학생들은 인근 지역, 연구소, 대학 등 주변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권순재 학생은 "대학생 입장에서 후원자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게 많지 않아서 송구스럽지만 도움이 필요한 단체"라면서 "대전 지역 대학, 기업, 연구소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해윤 학생은 "이 정도 규모의 국제 컨퍼런스를 대학생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은 KAIST 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대학 입학 이후 함께 한 ICISTS가 없는 대학생활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권순재 학생(왼쪽)과 한해윤 학생(오른쪽)은 단체 활동을 통해 '사람'을 얻고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사진=강민구 기자>
권순재 학생(왼쪽)과 한해윤 학생(오른쪽)은 단체 활동을 통해 '사람'을 얻고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아래는 'ICISTS KAIST 2017' 임원 학생들과 ICISTS 창립 멤버들과의 인터뷰 중 발췌본.<자료='ICISTS KAIST 2017' 조직위원회 제공, 정리=강민구 기자>
 
◆서범석 ICISTS KAIST 1기 회장 / 現 루닛 CMO 

Q. ICISTS 행사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회장으로서 처음 열리는 행사를 총괄하면서 배운점에는 어떠한 것이 있으신가요?

전반적으로 준비를 하면서 많이 배웠죠. 리더십에 대해서도 배웠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배우게 됐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 중에 하나가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행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행하는 방법들이나 사람을 모으는 방법,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우선순위 등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죠. 이러한 것을 직접 경험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차이가 큰 것 같아요. 후배들이 찾아오면 늘 그런 이야기를 해요.

"결국 이 경험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기획하는 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 될거다 실제로 이런걸 해본 사람이랑 안해본 사람이랑 정말 차원이 다르다 오히려 해보고 싶은 것을 그냥 해볼수 있는 것이 좋죠. 늘 학교에서만 있다가 학교 밖에 있는 것에 대해서 뭔가 체험하고 경험하는 기회로써도 좋다"라고 말이죠. 

ICISTS KAIST는 외부에서 활동하면서 의미있는 일을 우리 힘으로 이뤄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하나의 제품으로 생각하면 제품 기획부터 재정, 홍보 등 전반적인 경영 관련 활동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김경헌 ICISTS KAIST 1기 부회장 / 現 옐로모바일 이사

ICISTS KAIST는 맥킨지부터 YG 엔터테인먼트, 아프리카 활동에 이어 현재까지 경력을 쌓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만큼 의미있는 곳이었습니다.

일반적인 KAIST 학생들이 가진 이미지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똘똘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반면 자유롭고 호기심이 많고 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KAIST 학생 답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초창기 멤버들은 기존 학생들과 조금 달랐어요. ICISTS의 전신인 H-Pair KAIST 지부를 만들면서 놀다가 "학생들의 힘으로 하는 것을 쟤네는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해? 학교에서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라면서 도전하게 됐어요. 초창기 멤버들의 커리어를 봐도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했는데 우리만의 DNA 였던 것 같아요. 

ICISTS 컨퍼런스는 30명 이상의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서 겨우 만들어 내는 행사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이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매 행사마다 어려움과 난관이 있는데 이를 밤새면서 해냈다는 것은 후에 어떠한 일을 하게 되더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특히 다른 동아리, 단체와 차별화된 것은 조직과 리더십에 대한 학습과 교훈입니다. 가장 회사에 근접한 조직도 상에서 무급으로 일하고, 어렵게 일하면서 많은 통찰력과 사회성을 갖게 합니다. 

활동을 하면서 돈이 아닌 것으로 조직에 동기부여를 하고, 결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보통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우지만 이 단체 학생들은 4년 미리 한다는 것이 큰 자산이라고 봅니다..

이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면 조직이 더 잘 보이게 됩니다. 특히 임원을 해본 이들은 리더십에 대해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이를 실제 몸으로 겪어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ICISTS KAIST 1기 멤버들의 모습.<사진=대덕넷 DB>
ICISTS KAIST 1기 멤버들의 모습.<사진=대덕넷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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