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관 전남대 교수, 고독사∙돌연사 예방 '실시간 수면장애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2016 연구성과사업화지원 기술업그레이드R&D과제' 성과로 상용화 순풍

'주무시다 돌아가시면 호상'이란 말이 있다. 지병 없이 천수를 누리고, 곁에서 모시는 효자가 있는 집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현대사회는 비만인구와 노령인구, 1인 가구가 늘면서 황망한 돌연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망한지 한참 뒤에 발견되는 고독사는 사회 문제화 되며 국가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고독사·돌연사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비극이다.
 
수면 중에 닥친 돌연사 위험을 알고 깨워줄 사람, 아니면 기계라도 있다면 어떨까. 다행히 효자와 휴머노이드의 등장 사이를 메우는 기술이 개발되고,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원용관 전남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가정용 실시간 수면장애 모니터링 시스템 'Type-III'를 완성하고, 발전형인 'Type-II'에 돌입한다. 개발을 마친 Type-III는 가정용 상용화와 의료기기 인증이 추진되고 있다.
 
◆ 수면장애가 오래되면 각종 사고와 돌연사 위험
 
삶의 1/3 시간을 차지하는 수면은 건강의 척도다. 수면장애는 몸에 무리를 주고, 졸음운전사고나 산업현장 재해로 이어진다. 수면장애 형태는 다양하다. 심한 코골이와 잦은 뒤척임은 수면의 질을 저하시킨다. 특히, 수면 중 무호흡과 부정맥 현상, 혈중산소농도 저하 등 이상 징후는 고혈압과 당뇨,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 심한 수면장애 환자는 돌연사 위험도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의하면, 60대 이상 환자 중 44.8%는 수면 무호흡증으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해 장치 부착에 소요되는 시간만 1시간 이상, 이런 상태로 깊은 잠을 청할 수 있을까? <그림=원용관 교수 제공>
입원해 장치 부착에 소요되는 시간만 1시간 이상, 이런 상태로 깊은 잠을 청할 수 있을까? <그림=원용관 교수 제공>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보편적 방법은 병원에 입원해 장치를 부착하고 의사가 진단하는 '수면다원검사'다. 하지만 검사비용이 고가에다, 병원에서 깊은 수면을 취하기도 어려워 측정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중에 가정용 수면장애 진단기(HST-Home Sleep Test)도 있다. 그러나, 정보 '저장용'이다. 밤새 저장된 수면장애 요소의 정보를 다음날 분석해 그 결과를 의사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 스마트 밴드형 진단기가 나왔지만, 신뢰도가 낮아 아직 의학적으로 사용 할 수준은 아니다.
 
가정용 수면장애 진단기기가 정보를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수면 장애를 실시간으로 판독하고 돌연사 징후를 감지해 위험을 알릴 수가 있다면? 원 교수는 이 '실시간' 판독을 주목했고, 시장조사를 통해 충분한 상용화 수요를 확인했다.
 
"돌연사 뒤에 정보를 판독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상 징후를 실시간 확인하다 위험한 상황에서 환자를 깨울 수 있다면, 사망 문턱에 선 목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원용관 전남대 교수의 가정용 실시간 수면장애 모니터링 시스템 Type-III. <사진=윤병철 기자>  
원용관 전남대 교수의 가정용 실시간 수면장애 모니터링 시스템 Type-III. <사진=윤병철 기자>  
◆ 돌연사 징후 포착, IoT와 지능 컴퓨팅 기술이 효자 노릇
 
여러 수면장애 요소 중 돌연사와 직접 관련 요소는 호흡과 혈중산소포화도, 심장 박동이다. 이 요소들을 감시하기 위해 ▲코골이 ▲폐쇄성 무호흡 ▲중추성 무호흡 ▲심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판단한다.
 
돌연사 징후 감지를 위한 측정장치의 핵심은 IoT와 빅데이터, 지능 컴퓨팅 기술이다. 목과 손가락, 흉부와 복근 부위에 부착하는 IoT 센서 모듈에서 실시간으로 호흡소리와 산소포화도, 심전도 와 횡경막 근전도 신호를 수집하여 분석 시스템으로 무선 전송한다. 분석 시스템의 핵심은 각 요소의 신호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지능컴퓨팅 기반의 알고리즘이다.
 
분석 알고리즘은 전남대 수면의과학연구회에서 수집한 빅데이터가 활용됐다. 여기에 연구팀이 국내외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추가 데이터로 신뢰도를 높였다. 코골이와 무호흡 감지율이 94% 이상, 산소포화도는 병원 데이터와 비교해 정확도가 100%에 이른다. 심장 부정맥 감지도 100%에 가깝다. 의학적 판단의 정교성이 확보됐다.
 
알고리즘은 의료전문가들이 설정한 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을 수행한다. '10초 이상 무호흡, 산소포화도 85% 이하, 횡경막 활동량 저하, 부정맥 발생'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각 소리와 진동 또는 전기 자극으로 응급상황을 경고한다. 또한, 가족이나 응급의료기관에 스마트폰을 통해 알릴 수도 있다. 돌연사가 예방되는 순간으로, 이러한 기능의 실시간 수면장애 검사기기는 세계 최초다.

몸에 부착된 센서로부터 알고리즘이 위험성을 실시간 확인한다.<그림=원용관 교수 제공>
몸에 부착된 센서로부터 알고리즘이 위험성을 실시간 확인한다.<그림=원용관 교수 제공>

◆ Type-III 진단기 완성···병원 필수 진단기 향한 연구지속

이번 연구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원장 조용범·이하 진흥원)이 지원하는 '2016 연구성과사업화지원 기술업그레이드R&D과제'에 선정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 동안 2억원 내외의 기술사업화에 필요한 추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고 있다. 지난 1차년도 연구개발을 통해 돌연사 증후에 직접 관련된 요소들로 구성된 Type-III 시제품을 완성했다. 성능은 이미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급 제품 대비 손색이 없으며, 무선 모듈 형태로 착용성에서 뛰어나다.

원 교수팀은 여기에 수백 명의 임상 데이터를 더하고 다양한 부위에서의 측정신호들을 적용해,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탑재한 Type-II 제품 개발에 도전한다. 원 교수는 최종목표로 "기술적 측면에서는 병원에서 쓸 '무선형 Type-I'이고, 사회적 측면에서는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수면장애로 인한 돌연사를 예방하는 것이다"라며 "무엇보다 외국산이 100%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ICT 강국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완성된 기술은 'PLATO'라는 민간기업에 이전돼 실용화를 진행 중이다. 실용화 기업은 미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Frost & Sullivan'이라는 세계적인 시장분석 컨설팅사와 계약했다. 또 다른 희소식으로 수면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스마트 침대' 실용화 문의도 들어와 필요 기술을 보완 개발 중이다.

◆ 사업화 고수는 실용화를 먼저 생각한다

원 교수의 기술사업화는 전남대 의료융복합연구회 연구진들과 20여년 협업으로 축적된 경험이 바탕이다. 컴퓨터공학자가 의학 기전과 임상을 알기는 쉽지 않다. 원 교수는 교내 의과대학과 융합연구를 오랫동안 해 왔고, 관련 지식도 습득해 왔다. 덕분에 진입장벽이 높은 의료 융합 기술개발을 연속할 수 있었다. 이번 사례에 앞서 진공 채혈관과 광선 비염치료기 등 상용화를 이뤄냈다.

수면장애 연구도 기술이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집되는 데이터들은 몸의 신호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연구개발을 위한 플랫폼으로 확산할 수 있다. 천식과 심장병 환자의 상시 감시와 운동선수 나 극한환경 근로자 등의 건강 지킴이로 실용화가 가능하다. 이렇듯 컴퓨터공학과 의학이 만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분야다. 원 교수는 의료분야의 빈틈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의료 현장은 보수적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실용화 연구 주제들이 많이 있어요. 평소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의사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현장과 시장 조사부터 합니다. 논문보다 상용화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제 연구개발 목적은 항상 실용에 있습니다."

이번 연구개발에 매달린 원용관 교수팀. "우리의 기술이 생명을 지키는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드러났다.<사진=윤병철 기자>
이번 연구개발에 매달린 원용관 교수팀. "우리의 기술이 생명을 지키는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드러났다.<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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