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억년 우주진화와 특별한 뇌과학'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으로 집중
"대덕 수준높은 학습 최적지…융합과 창의는 지독한 학습 후 산출물"

자연과 인간을 잇는 이야기, 빅히스토리. 우주는 왜 존재하게 되었을까, 강과 산과 바람과 구름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에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

박문호 박사의 학습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교재는 대학교과서와 전문서적, 논문 등. 제대로된 학습을 위해서다. 그 동안 학습한 내용을 정리한 수첩만 150권이 넘는다.

30여년간 계속된 그의 학습은 2003년 과학독서 운동(백북스)과 2009년 '137억년 우주의 진화' '특별한 뇌과학' 등 자연과학 학습운동(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박자세), 빅히스토리 수업으로 이어졌다. 각분야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그의 빅히스토리 수업이 지속된지 벌써 10여년이 됐다.

빅히스토리 대가 박문호 박사가 대중 과학화에 매진한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 생활을 접고 빅히스토리 수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 박사는 "지속해서 공부하고 강의한다. 또 참석자들이 학습내용을 발표하고 해외 탐사를 통해 자신의 학습으로 체득하도록 한다"면서 "우리 사회에 이처럼 제대로된 빅히스토리 학습 모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이어 "융합의 시대로 창의성이 강조되고 있다. 창의성은 전문가 수준의 학습이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 우리가 지독하게 공부해야 하고 대중 과학화에 나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학습 운동의 대가답게 그의 집은 작은 도서관이다. 박 박사는 6000여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자연과학도서가 70%, 인문학이 30%를 차지한다. 자연과학분야 도서중 절판된 책도 400여권이나 보유하고 있다. 보기드문 장서가로 인정받아 2009년 대한출판문화협회로부터 모범 장서가 상을 받기도 했다.

◆"제대로 된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은 박자세의 수업"

박자세의 137억년 우주의 진화, 특별한 뇌과학 수업을 통해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 수업마다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사진=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박자세의 137억년 우주의 진화, 특별한 뇌과학 수업을 통해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 수업마다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사진=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박문호 박사가 진행하는 특별한 뇌과학과 137억년 우주의 진화 강의는 바로 빅히스토리 수업의 전형이다."(김영보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부소장)

박문호 박사는 우주의 모든 현상을 양성자, 전자, 광자, 중력의 중첩으로 꿰뚫으며 설명한다.

'자연의 언어로 바라본 세계는 전자와 광자와 양성자의 춤이었고 그 춤들의 율동으로 별과 바위와 꽃이 되었다. 영원히 침묵하는 텅빈 공간에 태양계가 생겨나고 외로운 푸른점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이 출현해 존재의 근원을 묻고 있다.'('유니버설 랭귀지' 중 박문호 박사의 이야기)

강의는 물론 쉽지 않다. 대학교재와 논문을 바탕으로 박사급 수준 강의, 열역학부터 암석학과 기후학 등 전 분야을 아우르는 과학학습, 자연과학에 기반한 세계사와의 통합학습으로 수준도 높고 학습 분량도 무척 많다.

박 박사는 "호주의 데이비드 크리스천 매쿼리대 교수와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빅히스토리 교육과정 개발 지원으로 국내에도 빅히스토리 학습이 알려졌지만 제대로된 프로그램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로된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이라면 고등학교와 대학교 수준의 프로그램이 아닌 박사 수준은 돼야 한다"면서 "또 5개 이상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합친 수업일때 궁극의 빅히스토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의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은 열역학,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생리학, 생화학, 세포생물학, 분자세포생물학, 유전학, 지질학, 암석학, 기후학 등 자연과학 전분야를 박사 수준으로 학습한다. 그러면서 자연과학과 세계사, 예술을 엮는다. 세계사도 자연과학적 시선으로 아우르며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 때문인지 각분야 전문가부터 학습의욕으로 무장한 일반인까지 박 박사의 빅히스토리 수업을 신청한다.

매주 일요일 4시간동안 집중학습으로 진행되는 빅히스토리 수업에는 100여명 이상이 참석한다. 멀리 제주부터 전국각지에서 거리에 무관하게 그의 수업을 듣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쏟는다.

2009년부터 시작된 '137억년 우주의 진화' 수업은 116회, 464시간의 강의에 600여명이 수강했다. 특별한 뇌과학 수업은 58회, 248시간이 진행되며 700여명이 수업에 참석했다.

수업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박자세에서 진행되는 수업이야말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빅히스토리 수업이라는 것.

5년이상 박자세 수업에 참여한 김영보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부소장은 "새로운 지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이 잘 연결되어 어떤 일관성을 갖는 것"이라면서 "박자세의 수업을 통해 진정한 융합과 통섭 지식을 경험하게 됐다. 그림과 도표를 이용한 기억하기나 핵심주제부터 공략하는 하향식 학습 방법 역시 빠른 속도로 익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유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문호 박사가 진행하는 특별한 뇌과학과 137억년 우주의 진화 강의는 바로 빅히스토리 수업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 발표와 해외 탐사로 온전한 학습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회원들이 학습 후기를 엮은 책 '유니버셜 랭귀지'. 앞표지는 쿠무타크 사막의 새벽, 뒷면은 천산 산맥. 사진 위에 수식들은 박자세 수업을 통해 배우는 내용들이다.<사진=길애경 기자>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회원들이 학습 후기를 엮은 책 '유니버셜 랭귀지'. 앞표지는 쿠무타크 사막의 새벽, 뒷면은 천산 산맥. 사진 위에 수식들은 박자세 수업을 통해 배우는 내용들이다.<사진=길애경 기자>
박문호 박사의 수업은 이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부 발표 모임과 해외 탐사 학습으로 박자세의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에 참석한 회원들을 전문가의 반열에 이르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탐사는 2007년 7박 8일간의 서호주의 천문 관측과 지질탐사를 시작으로 2008년 몽골 고비사막과 공룡탐사 등 17번의 해외 탐사가 이뤄졌다. 학습 운동이 확산되며 매년 2회씩 진행되는 해외 탐사 참여 인원도 초기 5명에서 20명, 35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탐사 전 철저한 학습은 필수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학습 자료는 박 박사가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전 제작해 배포하고 탐사 참가자들은 국내에서 3개월전부터 학습에 돌입한다.  공항, 현지에서도 학습 열기는 계속된다.

박 박사는 "몽골과 호주 탐사를 가다보면 마지막 남는 것은 구름과 강 돌이다. 사람은 없고 자연만 있는 것"이라면서 "서호주 사막을 자동차로 달리다보면 현재에서 5억년에서 22억년, 38억년까지 순식간에 통과한다. 생명이 탄생하기 이전의 역사다.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듯하다"고 탐사 경험을 공유했다.

회원들의 학습내용 발표도 박자세에서만 볼수 있는 풍경이다. 137억년 우주의 진화와 특별한 뇌과학 수업을 마치고 열리는 천문우주+뇌과학 회원 발표 모임은 103회 진행되며 250여명이 참여했다. 비전공자인 참석자들이 뇌와 신경세포 등 학습한 내용을 척척 그림으로 그리며 설명한다. 온전한 학습이 이뤄지는 것이다.

과학문화 확산에도 앞장선다. 그동안 박문호 박사와 박자세 회원들은 해외 탐사 경험을 담아 2012년 '서호주' 2013년 '몽골'이라는 책으로 엮어 내놨다.

박자세의 빅히스토리 학습에 참여했던 회원들의 에세이를 모아 2014년 6월 '유니버설 랭귀지(자연의 언어)' 책을 발간했다. 내용 중에 분야별 학습을 위한 추천 도서도 담았다. 유니버설 랭귀지는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빅히스토리 학습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한 독자는 일반상대성이론, 초기우주, 생명의 에너지, 언어와 의식, 자연과학으로 본 인문학 등 인간으로 태어나 알아야 할 지식을 담았다. 학습 참여자들의 수업소감, 에세이도 실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독자는 "책 내용이 정말 어려웠다. 한국어로 된 외국어를 듣는 기분이었지만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에 박자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강의를 들으며 열정을 배워보고 싶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런 과학학습 운동을 인정받으며 박자세는 2015년 3월 제1회 유미과학문화상을 같은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융합과 창의성은 지독한 학습에서, ETRI에서 시작된 빅히스토리

박문호 박사는 30여년의 학습을 바탕으로 10여년전부터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과학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의 자택에는 6000여권의 도서(자연과학 70%)를 보유하고 있다. 앞의 수첩은 그동안 그가 공부한 내용을 요약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150여권에 이른다.<사진=길애경 기자>
박문호 박사는 30여년의 학습을 바탕으로 10여년전부터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과학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의 자택에는 6000여권의 도서(자연과학 70%)를 보유하고 있다. 앞의 수첩은 그동안 그가 공부한 내용을 요약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150여권에 이른다.<사진=길애경 기자>

박문호 박사는 그동안 서울에서 진행해 오던 빅히스토리 수업(137억년 우주 진화)을 올해 4월 ETRI에서 시작했다. 이상훈 원장을 비롯해 내부 구성원들이 학습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마련됐다. 참석은 누구나 가능하도록 했다.

11회로 진행된 수업에는 ETRI 뿐만 아니라 출연연 연구자, 대전시민들이 참여했다. 매주 목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수업은 매번 예정된 시간을 넘기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수업 종료전 자리를 떠나는 참석자는 거의 없다.

암석학과 지질학으로 시작돼 고생물학과 동물과 식물의 진화, 지구표층사에 이어 우주론으로 이어진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은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시민에게 수준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7일은 137억년 우주진화 수업을 종강하며 수료식도 열렸다.

박 박사는 "ETRI의 빅히스토리 수업은 서울에서 진행되는 137억년 우주의 진화 수업을 압축한 것"이라며 "지질에 의해 토양이 결정되고 토양에 따라서 식량생산량이 결정되면서 고대 국가들이 출연하고 인류가 지속됐다. 때문에 자연과학의 시선에서 역사, 세계사와 통합이 가능하다"며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수업에 참석한 출연연의 한 연구원은 "지구과학, 화학 등 전 과학적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한 강연으로 비전공자에게는 쉽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자연현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연구원 역시 "박 박사의 수업은 수준이 높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면서 "인문학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량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빅히스토리를 꿰뚫는 수업이 인상적이다. 앞으로도 수업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융합과 창의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전문적인 학습을 할때 가능하다. 지독한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에 더욱 올인할 예정"라면서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자와 대전시민 간 지적흐름이 지속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연구단지 내에서 학습의 거장들이 탄생하고 대덕이 융합과 창의의 메카가 되길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박 박사는 오는 27일부터 7회에 걸쳐 'ETRI 뇌과학 공개학습(매주 수요일, 오후 2~6시까지)'을 시작한다. 또 박자세에서는 3일부터 오는 11월 12일까지 하반기 빅히스토리 프로그램인 '제9회 특별한 뇌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박자세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사이트 이미지, 우주부터 상대성 이론, 세포까지 빅히스토리 내용을 담고 있다.<사진=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사이트 이미지, 우주부터 상대성 이론, 세포까지 빅히스토리 내용을 담고 있다.<사진=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박문호 박사는 유니버셜 랭귀지 도서를 통해 각분야 학습에 필요한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대덕넷>
박문호 박사는 유니버셜 랭귀지 도서를 통해 각분야 학습에 필요한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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