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계연, 차세대 스마트 온실 에너지 통합 시스템 개발
파주·춘천 호접란 농가와 토마토 농가서 실증화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의 경계 지역에 위치한 한 시설원예 농가. 한적한 논길을 지나가며 찾은 이 곳의 모습은 여느 화훼 농가와 다름 없다. 그런데 내부에 들어서자 기존 농가와 다른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사무실의 TV 스크린에는 실시간으로 에너지 환경 현황이 표시된다. 대전에서 원격으로 제어하거나 스마트폰 앱 제어, 터치 등이 가능하다. 문을 열고 온실 내부에 들어서자 화사한 호접란들이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내부를 둘러보자 한 켠에 위치한 장치에는 제어장치, 센서장치가 통합되어 있어 메뉴를 터치하면서 희망 온도, 바람 세기, 이산화탄소 농도 등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최근 기술개발이 활발한 스마트팜과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의 이상민 박사팀이 구축한 '스마트 에너지 온실' 모습이다. 삼중발전체계를 의미하는 'Tri-Gen' 시스템을 적용한 스마트 온실 에너지 통합 시스템이 파주 호접란 농가에 실증화됐다.

이 농가에서는 가스엔진으로 온실 냉난방을 하고, 엔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활용해 식물에 탄산가스를 비료로 준다. 기존 상용품 대비 오염물질 배출은 90% 이상 줄이고 작물은 탄산가스를 받아들여 이웃 온실보다 20% 이상 자라게 한다.

이상민 박사가 스마트 온실 에너지 통합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이상민 박사가 스마트 온실 에너지 통합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개발된 시스템 모형.<사진=강민구 기자>
개발된 시스템 모형.<사진=강민구 기자>
◆ 기존 호접란보다 쑥쑥···모바일로 환경 제어 등도 손쉽게 가능

이 농장의 정진표 대표는 화훼 작물만 

정진표 대표가 실증화된 온실 내부 호접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정진표 대표가 실증화된 온실 내부 호접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30년 넘게 재배한 베테랑이다. 불무리 부대 출신의 정 대표는 이곳을 불무리 농원이라 이름 붙였다.

경남지역 출신의 그는 파주에 안착한 이유를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적어 호접란과 같은 작물을 재배하기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호접란은 2년 이상의 재배 기간을 거쳐 재배된다. 온도, 환경 등에 민감해서 재배하기 쉽지 않지만 이 기간을 거쳐 자란 호접란을 국내 시장에 납품되고 있다. 

사실 화훼 농장주는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이번 연구과제에 참여한 기계연, 서울여대 연구진 등은 실증화할 농장을 찾지 못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오랜 재배기간이 소요되는 호접란 특성상 자칫하면 2년 농사를 한번에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었다. 다행히 과학기술의 혜택과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이 농장주는 과감한 도전을 택했다. 

기계연 연구진은 대전과 파주를 오가며 ​시설원예용 가스히트펌프 시스템을 농가에 실증화했다. 그 결과, 현재 이 농장의 9만주 호접란 중 1만주의 호접란이 생육되고 있다. 기존 호접란과 비교하면 실증화된 호접란이 베테랑의 눈에도 기존 작물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잘 자란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 시설원예 농가는 온실에 사용되는 난방기, 냉방기, 탄산시비 장치, 제습기 등의 에너지 장치를 개별적으로 설치하고 농장주의 경험에 따라 독립적으로 제어해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손실되는 에너지가 많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데 'Tri-Gen' 시스템의 가스히트펌프를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을 온실에 적용하면, 온실의 냉난방을 공급함과 동시에 배기가스를 이용해 탄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또 온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하나의 장치로 모두 생산하거나 통합 제어로 에너지 손실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 전기, 냉방, 난방 등의 상황은 원격, 스마트폰, 터치 등으로 제어할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이산화탄소, 전기, 냉방, 난방 등의 상황은 원격, 스마트폰, 터치 등으로 제어할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연구진은 기존 유류 난방 대비 동절기 난방비를 40% 이상 크게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여름철 고온으로 작물 재배가 어렵던 온실에서 온·습도 관리를 통해 작물의 수확 기간을 연장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는 탄산가스 시비 모델 개발이다. 탄산시비를 위해서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중 작물에 해로운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에틸렌 등을 처리하는 기술을 필수적인데 연구팀이 독자적인 엔진과 제어기술, 후처리 장치 개발을 통해 상용 가스히트펌프 대비 배출물을 90% 이상 절감시켰다.

정진표 대표는 "그동안 히터, 공기청정기 등 각종 장치를 각기 구매하면서 비용이 많이 소모되고 작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면서 "각종 장치가 통합되면서 비용이 절감되고 특히 새로 시설을 도입하는 시설원예 농가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실증화된 온실 내부.<사진=강민구 기자>
기술이 실증화된 온실 내부.<사진=강민구 기자>
현재 기계연 연구진은 이 농가뿐만 아니라 춘천의 토마토 농가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작될 농진청 신기술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농가에 보급할 전망이다.

이상민 박사는 "유류 연료와 전기 기반의 국내 시설원예 농가 에너지 체계를 청정한 가스 연료 기반으로 바꿀 수 있는 고효율 에너지 통합기술"이라며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뿐 아니라 미세먼지의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을 크게 줄임으로써 국가적인 에너지 안보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농진청 신기술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농가에 개발된 시스템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시범사업에 이어 향후 시설원예 밀집화 단지에 중앙 에너지 통합 장치를 만들어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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