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공부모임 새통사·빅히스토리·#프로젝트60에 참가자 '북적'
배우고 나누는 열정에 쌓이는 통찰···대덕을 '지식의 성지'로

공부가 주는 즐거움에 몰입한 중년 학도. <사진=윤병철 기자>
공부가 주는 즐거움에 몰입한 중년 학도. <사진=윤병철 기자>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새통사)', 137억년 지구의 진화를 다룬 '빅히스토리' 프로그램, 각 분야 거장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60명의 명사 친구되기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60)' 등.

수 만년 역사를 관통하는 흐름, 베개 두께의 두꺼운 책, 알듯 말듯 앞선 동향과 전망···. 전공분야가 아닌 경우 약간의 사전 지식(?)뿐이니 생소하기는 마찬가지. 새로운 정보, 지식이 소개될 때마다 눈빛이 반짝인다. 준비한 노트에 검정, 파랑, 빨강 필기구로 꼼꼼하게 메모하고 자료에 밑줄 긋기는 기본이다. 그래도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과학동네에 자발적 학습 열풍이 번지고 있다. 지식의 학습이 쌓여 지혜가 생기고 통찰을 얻는다. 소통과 친목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회를 거듭할수록 모임은 깊이를 더하고 참여자는 확대된다. 또 다른 목표의 공부 모임도 파생된다. ETRI에서 시작된 자발적 공부모임에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유관기관 관계자, 시민들이 참여하며 과학동네에 공부 문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 새통사·빅히스토리·60인 거장 프로젝트···자발적 공부모임
 
공부모임 '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새통사)'이 지난 1일 100회를 맞이했다. 매주 진행된 공부모임이니 2년여의 시간을 쉼 없이 달려온 셈이다.

새통사는 2015년 ETRI내에서 미래 통신을 공부하는 소모임으로 출발했다. 공부하다 보니, 정작 사람이 필요한 것들을 찾게 돼 이제는 세상 만물이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새통사를 거쳐 간 연사들이 쟁쟁하다. '축적의 시간' 이정동 서울대 교수와 '스마트폰 신인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도 이 자리에 섰다. 연구단지에서 내노라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도 거쳐 갔다. 주목받는 기업인과 문화예술인도 등장했다.
 
참석자들도 ETRI 연구원뿐만 아니라 인근 출연연 연구원, 인문학자, 일반 시민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공부모임에 참석해보면 그 전문적 깊이에 한번 놀라고, 참석자들 간의 치열한 토론에 두번 놀란다. 비록 전공분야는 달라도 강연자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참석자들은 정확히 알고, 또 치열하게 캐물었다.
 
새통사 만큼 치열한 공부모임이 또 있다. '박자세(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로 유명한 박문호 전 ETRI 박사가 주도하는 '빅히스토리(Big History) 프로그램'이다. 박 박사의 강연은 '빅뱅 에서 인간의 뇌'까지 이르는 통찰을 선사해 열성팬을 몰고 다닌다.

올해 4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동안 참석자들은 암석부터 시작해 고생물과 동식물을 거쳐 우주론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공부했다. 11회의 쉽지 않은 수업을 끝까지 수료한 29명의 참석자들은 '고차원적인 지혜를 얻었다'는 자평을 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통사와 빅히스토리도 모자라 60명 거장의 생각을 훔치자는 공부모임이 또 생겼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고려대 교수와 '대항해시대' 주경철 서울대 교수, '인간이 그리는 무늬' 이성복 시인 등 이 시대 거장들의 대표 저서를 파고드는 공부다. 미리 예습해 와서 집단지성을 나누는 방식으로 한 회 3명의 저서를 20회 동안 공부한다. 학습자들이 '셀프 수업'을 마치면 실제로 그 저자가 등장해 공부의 '정점'을 찍는다.
 
참가자 중 선정된 발표자가 두꺼운 책 한권을 압축해 2시간 안에 전달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예습이 없으면 이해가 힘들다. 그래도 참가자가 늘어간다. 주부도 은행원도 대학생도 2주만에 성경처럼 두꺼운 책을 독파하고 온다.
 
프로젝트60 공부모임 역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다만 토론이 아닌 저서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의 질의응답만 가능하도록 규칙을 정했다.
 

새통사·빅히스토리·프로젝트60 학도들 "공부가 기쁘지 아니한가!" <사진=윤병철 기자>
새통사·빅히스토리·프로젝트60 학도들 "공부가 기쁘지 아니한가!" <사진=윤병철 기자>
"수업 때마다 죽었다 새로 태어나···과학동네에 공통의 언어 생긴다"
 
"연구분야가 세분화 되다 보니까, 같은 연구소 안에서도 말이 달라요. 이러니 다른 연구소 분들하고 소통이나 되겠습니까? 새로운 세상에선 협업이 필요한데···안 되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는 모임을 시작해야겠다."

이순석 ETRI 박사는 새통사 시작 당시를 더듬었다. 이렇게 시작된 새통사에 나와 본 사람은 빅히스토리도 가고 60거장 저서도 공부하게 된다. 다른 성격의 공부모임이지만 큰 틀에서 통찰을 주기 때문이다.
 
새통사와 빅히스토리에 참가해 본 강영순 컨설턴트는 프로젝트60에도 나오고 있다. 그는 "새통사의 블록체인 강연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아 그 후로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며 "수업 중 떠오르는 영감에 뭔 일이라도 저지르고 싶을 정도다. 참석할수록 큰 에너지를 얻는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기철 ETRI 박사는 "100회를 실제로 해 보니까, 폭넓은 생각이 퍼지고 세상의 움직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기술 하나 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더라. 이제는 어떠한 주제와 연사가 와도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다"고 자신했다.
 
한국 과학계 역사를 관통해 온 성기철 전 카이스트 교수는 "많은 것을 보고 익혀왔다. 홍릉 KIST시절부터 시작한 40년 연구개발의 노하우를 이곳에서 나누고 싶다"고 소통을 말했다.
 

3시간 압박의 새통사 수업을 매주 요약해 전파하는 이순석 박사. 요약문은 대덕넷에 보도 중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3시간 압박의 새통사 수업을 매주 요약해 전파하는 이순석 박사. 요약문은 대덕넷에 보도 중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박문호 박사는 "융합과 창의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전문적인 학습을 할때 가능하다.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자와 대전시민 간 지적흐름이 지속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연구단지 내에서 학습의 거장들이 탄생하고 융합과 창의의 메카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새통사와 프로젝트60 간사 이순석 ETRI 박사는 "매회 수업 때마다 죽었다 새로 태어난다"며 "이런 공부모임들이 쌓이면 우리 지역이 지식의 보고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들 세 공부모임은 모두 공개수업으로 꾸준한 참석을 수업료로 한다. 새통사는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프로젝트60은 19일 저녁 6시 30분에 각각 ETRI에서 진행된다. 프로젝트60은 25일 최진석 교수, 26일 이성복 교수, 28일 주경철 교수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빅히스토리 시즌2는 '뇌과학'을 주제로  27일 오후 2시 '시냅스와 기억' 첫 수업이 열린다.

(문의: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042-860-5387 / sslee@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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