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언스 대전 17, 오는 28일까지 대전예술가의집 등 원도심갤러리 일대서
팝업랩, 12월 17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서 전시

박정선 자가+송재광·박지현 화학연 연구원 작. 아티언스 대전 17 문화공간 주차서 오는 28일까지 전시된다. <사진=대전문화재단 제공>
박정선 자가+송재광·박지현 화학연 연구원 작. 아티언스 대전 17 문화공간 주차서 오는 28일까지 전시된다. <사진=대전문화재단 제공>
#. 뽀얀 피부의 소녀 얼굴에서 곰팡이균이 피어오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녀 형상은 뭉그러지고 알 수 없는 형태로 변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균이 얼굴 형상의 영양성분에서 증식하며 인간과 미생물의 공존과 공생, 공멸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 다양한 색상의 액체가 채워진 링거 수십 개가 벽면을 채운다. 이들 앞에 놓인 건강한 식물은 링거를 통해 수혈을 받는 듯하다. 생명과 생명현상을 가능케 하는 순환 고리. 식물학 연구소(Botany Lab)의 모습이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세계를 자극한다. 과학자와 예술인의 활발한 만남이 과학 동네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아티언스 대전 17'이 지난 15일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원도심갤러리 일대에서 진행된다. 아티언스 대전은 예술과 과학의 합성어로 다양한 창작 활동과 실험 작업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자와 아트언스 대전 17 레지던시 작가가 협업을 통해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이공갤러리에서는 하창완·장성환 기계연 연구원과 정화용 작가, 우현수·이혁진 연구원이 김형중 작가와 함께 했다. 

정 작가는 첨단 모션제어 시스템과 나노 현미경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공개했다, 모션제어기술 검증용 실험 장비에 모니터를 달아 무용가의 몸짓을 화면에 담았다. 그는 "프렉탈의 원리에서 파생된 디지털 이미지와 현미경으로 바라본 물질 속에 숨겨진 이미지의 파노라마로 인간의 표류와 여정을 영상화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팔을 이용한 인간가 기계가 결합해 컴퓨터화된 새로운 생명을 표현했다.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신호 인식과 연결 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연구진과 함께 풀어갔다. 

김 작가는 "첨단 기계의 형태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인간 같은 뇌를 가진 생명체를 만들고 이 생명체가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갤러리를 찾은 '원시적인 인간'을 마주쳤을 때의 혼란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쌍리갤러리에서는 김기웅 표준연 연구원과 더바이트백무브먼트가 외계인을 모티브로, 갤러리이안에서는 김민영 표준연 연구원과 김태훈 작가가 '명상을 위한 자극 #1 시각'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기웅 연구원은 "우리 모두는 우주에서 태어난 우주인이며 외계인이다. 우주가 뜨겁게 빛나며 폭발하던 순간, 아름다운 에너지가 솟아나오던 바로 그 때 우리는 태어났다. 우리는 계속 태어나고 소멸을 반복하며 진화를 거듭했다"며 "과학자로 지닌 지식과 상식을 작가와 지속적인 이야기를 통해 외계인을 주제로 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문화공간 주차에서는 송재광·박지현 화학연 연구원과 박정선 작가가 미생물을 소재로, 백진욱 화학연 연구원과 김형구 작가가 광합성의 원리를 응용 한 작품을 전시한다. 

송재광 화학연 연구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는데 미생물이 소재가 돼 살아 움직이는 미생물을 작품을 표현함에 놀랐다"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생물이 어떻게 변화할지 나도 관객들도 신기해 할 것 같다"고 밝혔다. 

◆ 시립미술관 창작센터, 과학예술과 융복합 기획전 '팝업랩' 

김소장실험실 작. 팝업랩 식물학 연구소. <사진=박은희 기자>
김소장실험실 작. 팝업랩 식물학 연구소. <사진=박은희 기자>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오는 12월 17일까지 대전창작센터에서 과학예술과 융복합 기획전인 '팝업랩(pop-up Lab)'을 연다. 

이번 행사는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아티스트프로젝트'로 IBS(기초과학연구원)와 협업으로 진행된다. 팝업랩의 '팝업'은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서 신상품 따위의 특정 제품을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하고 사라지는 '팝업스토어' 개념에서 가져왔다. 

전시실은 세 가지 과학실험실로 꾸며졌다. 미심감각 연구소(Micro-Senses Lab), 인지과학 연구소(Congnitive Science Lab), 식물학 연구소(Botany Lab).

1LAB(미시감각 연구소)은 박형준·이재석 작가와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과학자, 2LAB(인지과학 연구소)은 박재영·신이피 작가와 박하람 IBS 연구자·스타니스와프 울람 수학자, 3LAB(식물학 연구소)은 김소장실험실·정지필·이소영 작가와 김상규 IBS 연구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융합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관람객이 전시를 통해 요즘 과학과 예술의 흐름을 읽어내고 과학적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작품'과 과학자의 아름다운 '과학·기술 성과물' 사이에서 관객이 작품과 성과물을 분류하며 과학, 예술 그리고 융합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상봉 관장은 "전시는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듯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나 새로운 결과를 꾀하는 구성에 따르기보다 관람에 있어 기본적인 작품 정보 또는 연구 성과의 부연설명을 적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과학이 갖는 이미지는 전시를 통해 새로운 접면이 되고 과학이 다시 예술과 만나 뒤섞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밝혔다. 

김형중 작가+우현수·이혁진 기계연 연구원 작. 아티언스 대전 17 이공갤러리. <자료=대전문화재단 제공>
김형중 작가+우현수·이혁진 기계연 연구원 작. 아티언스 대전 17 이공갤러리. <자료=대전문화재단 제공>

정화용 작가+하창완·장성환 기계연 연구원 작. 아티언스 대전 17 이공갤러리. <자료=대전문화재단 제공>
정화용 작가+하창완·장성환 기계연 연구원 작. 아티언스 대전 17 이공갤러리. <자료=대전문화재단 제공>

박재영 작. 팝업랩 인지과학 연구소. <사진=박은희 기자>
박재영 작. 팝업랩 인지과학 연구소.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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