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3人 재난안전분야 스타트업 '코너스'
"수리과학 적용한 기술···과기인 사회 현안에 뒷걸음 치면 안돼"

"세월호 사고 시 TV를 통해 배가 기우는 것을 그냥 지켜봐야 했죠. 탈출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꽃잎처럼 쓰러졌고요. 누군가 탈출 솔루션을 제시했더라면 달라졌겠죠. 그냥 간과할 수 없었어요. 과학기술인이라면 현안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데 뜻이 모였어요."

프로그래머 3인이 세월호 재난을 지켜보며 창업에 나섰다. 누군가 탈출 솔루션을 제시해 또 다른 세월호 슬픔을 막자는데 마음이 모이며 의기투합했다.

재난방호분야에서 탈출 솔루션 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코너스(대표 김동오)'. 수리과학을 이용해 재난상황에서 가장 이른 시간 안에 최적의 답을 제시한다. 창업3년 차 신생벤처지만 공공기관과 대기업,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악조건 피해 가장 빠른 탈출 경로 알려주는 '수리과학 솔루션' ·

재난사고 시 우리는 크게 당황한다.  위기 상황에서 공황에 빠진 성인 IQ는 8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실험도 있다. 처음 마주치는 불길과 매연 속에서 평소와 같은 오감을 열어두고 반응하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조난자들에게 코너스의 탈출 장치는 벽면 곳곳에서 '갈 길'을 빛과 음성으로 알려준다. 단순한 'On-Off' 지시등이 아니다. 불이 번진 곳이나 매연이 찬 곳을 피해서 '살 길'만을 알려준다. 코너스톤즈는 이렇게 가장 빨리 탈출 경로를 알려주는 솔루션 '가상 에이전트'를 갖고 있다. 

솔루션의 비밀은 '수리과학' 알고리즘이다. 한 무리의 데이터가 갈 수 있는 여러 경로가 있는데, 이를 방해하는 실시간 요소가 등장한다. 이런 장애를 피해 탈출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을 인공지능과 융합한 알고리즘이 동원된다.  

알고리즘은 '모든 길'을 헤아리지 않는다. 안 될 길은 버리고 살만한 길만 찾는다. 100점 만점이 아닌, 90점의 답을 빨리 구할 수 있는 실시간 지능증강 알고리즘의 차이로 미로 탈출 속도가 판명 난다.

현장에 따라 장소와 형식이 유연한 '가상 에이전트' 시스템. <사진=코너스톤즈 제공>
현장에 따라 장소와 형식이 유연한 '가상 에이전트' 시스템. <사진=코너스톤즈 제공>
완성된 솔루션은 장치로써 진가를 드러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장 늦게 투자되는 곳이 안전분야이다 보니, 멀쩡한 출입구 표식을 애써 실시간 장치로 바꾸기란 무리다.

코너스는 간단한 추가장치를 다는 것으로 기존 경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 탈출경로를 알려주는 것에는 발광도 있고 음향도 있다. 스마트폰 앱도 가능하다.

또한 장치들은 어디에나 달기 쉽게 독립 통신인 초저전력 광역무선네트워킹 '롱레인지(Long Range)'를 쓴다. 비상상황에선 상시전원이 끊겨 각 개별 장치에 달린 배터리만으로 오래 버텨야 한다. 롱레인지는 수백미터 거리를 커버하지만 작은 데이터를 다뤄,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환경에 따른 탈출 요소도 다양하다. 독가스 발생 위험이 있는 공장이나 지하철 터널에서는 기류 확산 모델을 적용해 탈출 알고리즘을 만든다. 출입구 표식은 오른쪽인데 독가스 기류가 마침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면, 탈출 경로에서 제외된다. 이 모델은 서울과 부산 지하철에 심어졌다.  

최적화된 답을 주는 솔루션은 테마파크서 줄서기를 줄여주는 스케줄링도 가능하다. 줄서기 시간이 남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이미 '에버랜드'에 설치됐고, 중국 테마파크 그룹 '완다'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코너스의 최신모델인 '이동형 사물인터넷 반응형 24시간 동작기기'는 현재 청와대 경호처에 들어가 있다. 기기 검증만도 1주일이 걸렸다. 이 경력만으로 최고의 인증인 셈이다. 더군다나 경호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성능만 입증되면 세계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 이 기기는 공동개발한 청와대 경호처가 세계경호대회에 출품한다. 

'어디로 빠져나가야 하는지 지혜롭게 알려주는' 코너스의 솔루션은 안그래도 북한의 도발이 턱 밑까지 차오른 요즘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재난안전분야에서 본적 없는 강자로 말이다. 

세월호같은 사고 더 이상 안돼··· 언제나 신생 마인드로
 
코너스의 창립일은 11월 9일이다. 119, 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세 명의 창업멤버 모두 프로그래머 출신. 이 분야 최고 논문을 쓴 전문가도 창업멤버다. 창업 후 1년간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2년을 시험해, 2016년 10월 지금의 솔루션을 완성했다. 

김동오 대표는 "세월호 사고를 지켜보면서 과학기술인들이 사회 현안에 뒷걸음치면 안된다는 명분을 갖게 됐다"면서 "회사의 동료와 의기투합해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일도 11월 9일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게 이 분야 경쟁자가 누구냐 물었다. 그는 "과거"라고 답했다.

"재난사고는 과거 관습과 싸움입니다. 비상구 탈출표지 등 수 십년간 길들어온 안전표식 체계가 있는데, 이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면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김 대표는 본인들의 이런 경쟁력을 두고 "차별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문제해결의 아이디어를 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이제는 혁신적 시도에 관대해야 한다. 이런 규제 프리존, 시험대는 공공부분에서 열어줘야 한다"면서 "세월호처럼 배가 어느 정도 기울면 다시 설 수가 없다. 이때 자동 탈출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규제가 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코너스의 시스템이 서울과 부산 지하철에 적용되면서 터널 규제가 풀렸다. 더디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코너스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임종태)의 드림벤처스타 3기로 선정돼 창업초기자금 2천만 원과 해외진출컨설팅 비용 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후 대전센터와 전담기업 SK는 코너스의 솔루션을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적용해 파일럿테스트를 하고 제품을 고도화 했다.

2017년 올해만 해도 '스마트시티 비즈니스페어 국토교통부 장관상' 연속 수상, '과기부 글로벌센터 국내 데모데이 벤처대상', UAE 두바이 실증사업 등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다.

"이런 속도로 성장하면 한 해 뒤 중견기업이 되겠다" 고 물으니 김 대표는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우린 3년 차 밖에 안 된 스타트업입니다. 창업 전 CISCO에 근무할 때, 당시 회장이 퇴임하면서 한 말을 잊을 수 없어요. '그동안 가장 큰 벤처기업을 끌고 가서 너무 행복했고 여러분께 고맙다.' 언제까지 우린 신생 마인드를 가질 겁니다."

사명과 사훈 'Corners-To all Corners of the world'는 성가 '모퉁이를 지키는 조각 벽돌'에서 유래했다. 사회 안녕에 대한 미션이 크다. <사진=윤병철 기자>
사명과 사훈 'Corners-To all Corners of the world'는 성가 '모퉁이를 지키는 조각 벽돌'에서 유래했다. 사회 안녕에 대한 미션이 크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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