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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가치 무시 '모방' 창궐···"예리한 제도개선 요구"

[인터뷰]최석진 IP NAVI 소장 "특허분쟁 최선의 방어, 가치 스스로 찾고 보호해야"
"공공에서 무효심판 지원 공정한 시장 질서에 효과적"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어느때 보다 지식재산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지식재산권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식재산 창출과 수요가 풍부한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대전입니다. 대전은 'IP 허브시티' 조성을 꿈꾸며, 글로벌 ICT 지식재산 영역을 선도하기 위해 한걸음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전테크노파크와 대덕넷은 앞으로 지식재산권 전문가 인터뷰와 다양한 사례취재를 통해 국내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대전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해산물의 귀족 전복은 시장에 그냥 나오지 않는다. 껍질에 붙은 따개비며 각종 불순물을 사람 손으로 일일이 손질해야 한다. 예전에는 끌이나 칼, 전동드릴 등으로 작업하다 전복 껍데기며 사람 손이 다치기 일쑤였다. 기계에 밝은 전복양식업자 박 씨는 손에 쥘 수 있는 '공기 동력 자동 끌'을 발명했다. 멀리 대전에 있는 변리사무소까지 찾아와 특허도 내고 상품화했다. 일명 '전복 패각 이물질 제거장치'는 현장에서 환영받았다. 작업시간도 열 배로 단축했고, 전복 출하 상태도 향상됐다. 전기를 안 써서 감전사고도 없어졌다. 그런데, 고객들이 언젠가부터 이상한 제품을 들고 와서 수리를 요청했다. 기능과 모양까지 비슷한 모방품이었다. 심지어 부품 호환까지 됐다. 비슷한 작동에 가격이 정품보다 싸서 샀는데, AS가 안돼 정품업자인 박 씨를 찾아온 것이다. 요청이 간절해서 몇 번 수리해 줬는데, 모방품 수리 요청은 줄지 않았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 환장한당께요."

전남 해남 전복 양식업자 박 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모방품이 나타나 애먹였기 때문이다.
 
박 씨의 담당 변리사인 최석진 IP NAVI 국제특허법률사무소장은 서울에 있는 모방품 업자에게 '모방품을 시장에서 거둬줄 것'을 담은 경고장을 보냈다. 최 변리사는 일본 수산공학연구소와 특허청 심사관 근무 등을 통해 해당 분야의 많은 연구와 특허심사 경험을 쌓아 관련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최 변리사가 판단하기에 박 씨의 발명품은 원리는 단순하지만 해양수산 현장에서 쓰임이 분명해, 특허출원등록이 충분히 가능했다. IPC(국제특허분류) 안에서 유사한 특허출원도 없었다. 실제 박 씨의 발명품은 2012년 '전복 패각 이물질 제거장치'로 순탄하게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경고장의 답장으로 온 것은 '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 모방품이 진품에 한번 겨뤄보자는 것이다. '짝퉁'은 명품뿐만 아니라, 이처럼 첨단기술이 들어가지 않는 도구 업계에서도 흔하다.
 
◆ 뻔뻔한 모방품 "어디 겨뤄보자" 역공···지고도 항소
 
모방업자는 박 씨의 발명품이 수산현장에서 반응이 좋자, 그 제품을 입수했다. 그리고 원제품을 모델로 모방품 생산을 대만공장에 의뢰했다. 제조단가가 국내보다 싸고, 특허권도 회피할 수 있었다. 모방품은 원품의 공구 삽입부품이 두 개로 분리된다는 점과 겉면 디자인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핵심부품인 피스톤도 같고, 나사 선도 같아 원품과 모방품끼리 부품을 서로 바꿔 끼울 수도 있게 만들었다. 원품보다 싸게 파니 소비자는 AS가 안 돼도 모방품을 샀다. 그리고는 특허권자에게 AS를 요청했다. 발명품 특허권자인 박 씨가 속을 끓이는 이유다.
 
<(좌) 원제품, (우) 모방품. 같은 성능에 디자인도 비슷하고 부품 호환도 된다. 사진=윤병철 기자><(좌) 원제품, (우) 모방품. 같은 성능에 디자인도 비슷하고 부품 호환도 된다. 사진=윤병철 기자>

문제는 수산업을 하지 않던 서울 업자가 모방품으로 특허까지 신청했다. 2013년 특허청은 '패각 이물질 제거 에어치퍼'를 특허로 인정했다. 원품과 같은 수산양식 분야의 IPC로, 당시 특허청 담당 심사관이 원품의 특허를 참고까지 했다. 최 변리사는 '이런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모방품을 원품의 개량기술로 인정한 것이죠. 알고 보니 기계분야의 심사경험이 적은 심사관이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특허심사 비공개기간이라 드러나지 않은 점도 있었고요. 대부분 모방자는 선 특허권자에게 크로스 라이센싱(기술권리 교환·통상실시권)을 맺어 기술료를 주고 시장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당돌한 경우죠."
 
선 특허권자가 변리사를 통해 모방품의 유통을 경고하자, 모방업체는 변호사를 선임해 '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역공을 해왔다. 이에 대해 최 변리사는 "이 정도 제품기술은 잘 알려진 것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선출원 특허권자가 먼저 특허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후출원 모방품을 인정하고 시장을 양분하든지, 아니면 선출원 특허가 보호받을 기술로서 가치가 있는지 가리자"는 도전으로 풀이했다.

선 특허권자 박 씨와 최 변리사는 당돌한 역공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양측은 1차로 대전에 있는 특허청 특허심판원에서 겨뤘다. 제출한 서류만으로 한 번에 이겼다. 그러나 모방업자는 이에 불복하고 특허법원에 항소했다.
 
최 변리사는 선 특허권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몇 날밤을 지새웠다. 두 번째 분쟁을 준비하면서 그는 "선 특허권자가 자신의 현장에서 불편한 것을 본래 용도에 맞게 처음 발명했고 특허도 먼저 얻었는데, 이익에 밝은 자들이 자기 것인 양 주장하는 행태가 개탄스러웠다"고 회고했다.

특허법원서 2차전, 모방업자의 '허점' 잡아내 시장 퇴출
 
2차 격전은 대전 특허법원에서 치렀다. 특허계 고등법원 격으로 특허법원은 양측 대리인이 참석해 서로 마주 보고 변론으로 다툰다. 이 소송도 불복하면 대법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최 변리사는 2차전에서 결정적 증거로 역공했다. 그 증거는 상대방이 제출한 '공구판매 책자'였다.
 
1차전에서 모방업자는 '선 특허권자의 제품이 기존 공구와 비슷하다'는 증거로 유사 공구들이 실린 공구판매 책자를 증거로 내놨었다. 그러나 최 변리사는 상대편의 '논리의 허점'을 밝혀냈다. 책자에 실린 유사 공구들은 '선 특허권자의 출원 이후에 출간된 것'.
 
또한, 겉으로 보기엔 유사한 공구들의 '내부 구동 작용'은 전혀 별개의 것임을 증명했다. 비유하자면, 모양이 비슷한 전동칫솔과 치석제거기가 용도와 구동에서 별개인 것과 같다.
 
강력한 증거에 모방업자는 2차전에서 승복했고, 모방품 '에어 치퍼'는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하지만 특허권자도 담당 변리사도 정신적으로 지치긴 마찬가지다.
 
최 변리사는 "당연한 권리지만, 싸움을 걸어오면 힘을 들여 지켜내야 한다는 게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에어치퍼는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라고, 모방업자가 제기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 자료=최석진 변리사 제공><'~에어치퍼는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라고, 모방업자가 제기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 자료=최석진 변리사 제공>

◆ '두더지게임'처럼 창궐하는 모방품에 침해소송 '포기'··· 역량 있어야 권리 지켜
 
힘들게 모방품과 다투는 사이 또 다른 모방품이 등장했다. 그리고 원작자의 경고도 받기 전에 전 모방업자를 따라 먼저 '무효심판'을 걸어왔다. 박 씨의 특허가 무효되지 않는다는 심판원의 심결을 받아냄으로서 두 번째 모방품을 물리쳤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모방품의 창궐은 막을 수가 없었다. 시장에는 제3, 4의 모방품들로 넘쳐났다.
 
결국 원작자 박 씨는 침해소송을 포기했다. 전 모방업자로부터 받아야 하는 '권리침해 보상금'도 청구소송비가 없어서 포기한 상태였다. 대신 모방품들이 못하는 AS를 보강하고, 개량품도 출시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
 
최 변리사는 "이 경우는 양호한 사례"라며 “모방품 업자들은 이득이 되겠다 싶으면 이것저것 역공을 걸고, 지속적인 소송을 넣어서 원작자를 좌절시킨다. 걸려오는 역공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이 없으면 제 권리를 지키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다른 사례를 들었다. A라는 사업자가 찾고 있는 분야에 알맞은 특허권자 B를 좋은 의도로 소개해 줬는데, A가 돌변해 B의 뒤통수를 친 경우다. B는 기존 스티로폼 대신 재활용 페트병으로 수산양식용 부표를 만들어 특허를 획득했다. 스티로폼 공해도 없고, 경제성도 뛰어나 수산업에서 큰 인기를 얻을 제품이었다.
 
A는 B에게 대량주문을 할 것처럼 기만을 부리면서, 재빨리 B와 유사한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고는 본인이 본래 선 특허권자처럼 행세하며 방송출연에 나서고 투자유치도 벌였다. 억울한 B는 변리사와 상담을 통해 재방송을 금지하고 투자자들에게 진실을 알렸다. 그러나 B의 역공격과 거침없는 사업행보를 막기에 역량이 부족했고 결국 대응도 포기했다.
 
위 두 사례는 제도에 미숙하고 조직도 미약한 '중소상공인'의 안타까운 경우다. 사례를 들려준 최 변리사는 "이런 예는 다양한 발명과 공정거래의 문화를 해치기 때문에 제도와 지원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올바른 발명 문화 육성 위해 특허 제도 지속적 개선 필요
 

15년 동안 특허심사관과 변리사를 하면서 다양한 특허분쟁을 보아온 최 변리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비용과 조직 등이 부족한 중소상공인들이 특허 방어에 지치다 보면 시장의 난립을 방관하게 된다. 이때 공공에서 무효심판 지원을 해주면 공정한 시장 질서를 잡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요즘 특허확보 패키지 지원은 실질적으로 필요없는 경영컨설팅등의 전체 항목을 모두 신청해야 하는 불필요와 낭비가 있다."
 
또한, 제 권리의 시작인 특허출원은 본인의 부담으로 해야 '권리의 귀중함'을 출원자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모방업자와 특허를 다투는 과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기술의 '진가'가 드러난다. 누구라도 구사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의 기술에 대해서는 모방업자가 싸움을 걸지 않는다. 싸움을 건다는 것은 그만큼 지킬 가치가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요즘은 특허출원마저도 공공에서 지원을 해주니, 활용되지 않는 '실적제출용 장롱 특허'가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이어 제도권 밖에서 탄생한 참신한 발명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공공이 도와주는 것과 동시에 비열한 '가로채기'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고 최 변리사는 강조했다.
 
"아직 우리에겐 사농공상의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애써 발명한 남의 기술과 노하우를 하찮게 여겨요. 그러니 좋은 기술을 공공의 가치로 보지 않고 이득으로만 보고, 쉽게 가로채려 짝퉁을 만드는 겁니다. 이런 문화가 개선되려면 자기 가치를 스스로 찾고 보호해야 합니다. 특허 지원 제도와 인프라도 더 예리하게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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