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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Stop! 창업 Go~ 스포츠 과학 KAIST 삼총사

[2030이 간다⑩]스포츠 과학 표준화 꿈꾸는 '비플렉스'
"운동정보 데이터화해 더 나은 운동 자세와 재활 치료 서비스 제공"
(좌부터)비플렉스를 공동 창업한 박대인 CMO·정주호 CEO·정창근 CTO. 셋은 오랫만에 사진을 찍었다.<사진=윤병철 기자>(좌부터)비플렉스를 공동 창업한 박대인 CMO·정주호 CEO·정창근 CTO. 셋은 오랫만에 사진을 찍었다.<사진=윤병철 기자>

"우리 뭐 해볼까?"
KAIST 삼총사가 창업을 결의했다. 두 친구는 열심히 하던 박사 과정을 멈췄다.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을 개발한 것도 아니고 특허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일단 해보자는 패기 하나만 갖고 창업에 나섰다. 주변에서 '공부 멈춘 거 아깝다', '무모하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 사업 아이템도 여러 번 엎었다. 사무실도 없어 대학가 셋방을 전전했다. 사무실을 숙소로 사용하며 일과 생활 구분이 없었다. 그렇게 좌총우돌 2년, 삼총사는 세계 가전 전시회에 첫 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06학번 친구 세 명이 뭉쳐 만든 스타트업 '비플렉스(Beflex)'. 이들은 우선 이어폰으로 시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조깅을 하면 실시간 개인에게 맞는 운동방법, 자세를 코칭해 준다. 웨어러블 기술과 스포츠를 접목한 서비스로 전시회에서 인기가 높았다.

아이템 없었지만 팀으로 '시드 머니' 받아∙∙∙직접 실험체 되며 기술개발
 
"아이템보다 팀이 먼저 생겼습니다. 더 파고들면 뭐가 나올 것 같은데...뭘 더 해볼까? 여러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어요. 사고를 유연하게 가졌죠. 그래서 회사이름도 '유연하라, Be Flex'예요."
 
창업 멤버인 정주호 CEO와 정창근 CTO는 KAIST 생체역학연구실 박사과정 동료였다. 박대인 CMO도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출신으로 정주호 CEO와 친구다. 이들은 2015년 창업을 결의했다. 팀은 학교와 자취방을 오가며 '무엇으로 창업할지' 연구했다. 
 
정 CTO는 "주위서 5년 박사과정을 멈춘 것이 아깝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개발을 익혔고 연구 접근방식도 배웠다"면서 "공부는 필요하면 나중에라도 다시하면 된다. 유연한 Be-Flex' 정신을 되새겼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본인들끼리만 머리를 싸매지 않았다. 주변 도움도 많이 찾았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어보란 권유에 창업 엑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대표 이용관·이하 블루포인트)'를 찾아갔다. 명확한 아이템은 없었지만, 탄탄한 전공실력과 끈끈한 우정으로 뭉친 팀을 강조했다.
 
블루포인트는 이 팀에게 초기 활동비를 투자했다. 정주호 대표는 그때 기억이 나는지 웃으면서 "처음엔 황당해 하셨다. 아이디어만 있었지, 뭘 정확하게 하겠다는 게 아니었다"면서 "그래도 과감하게 투자해 주셨다.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본인들의 운명을 건 '연구에 미친' 시간들. <사진=비플렉스 제공>본인들의 운명을 건 '연구에 미친' 시간들. <사진=비플렉스 제공>
이들은 투자받은 자금으로 학교 근처 옥탑방을 얻었다. 큰 방에서 일하고 작은 방에선 자며 사업 아이템을 계속 찾아 나갔다. 처음에는 전공 밖에서도 아이템을 찾았지만, 점차 본인들의 전공인 '생체역학' 분야로 좁혀갔다.

전공분야라 동향은 잘 알고 있었다. 웨어러블은 많았지만 일차적인 정보전달에 그쳤다. 사용자 입장에서 쓸 서비스를 찾으니 정보의 활용이 보였다. 코칭 개념을 시도한 사례도 드물었다. 비플렉스는 네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집중할 아이템을 찾았다.
 
아이템이 서니 진행이 빨라졌다.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블루포인트는 물론 여러 벤처투자자와 선배 창업가 등을 찾아 검토와 조언을 구했다. 아이템이 날카로워졌다. 어느 날, 블루포인트에서 "OK" 신호가 왔다. 현재 밀고 있는 '이어러블(Earable) 아이템'에 파란불이 켜졌다. 
 
KAIST 문지캠퍼스에 사무실을 얻고 독보적인 알고리즘 고도화와 제품화에 착수했다. 특화된 동작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가 필요해 본인들이 직접 실험체가 됐다. 머리에 센서를 붙이고 노트북을 든 채 복도를 뛰었다. 사무실에 러닝머신도 들였다. 박사과정 때 얻은 생체역학 데이터도 십분 활용했다. 필요한 데이터가 쌓이고, 알고리즘은 정교해졌다. 국내 특허 10개와 해외 특허 3개를 출원했다. 대전TP 지원으로 FTO(특허실사침해분석)도 마련했다. 
 
보유기술이 명확하니 신용보증기금에서 기술 대출을 받고 정부과제도 맡았다. 그 돈으로 운영비를 대고 팀원을 모았다. 다른 창업가들과 교류하며 노하우를 주고받았다. 해외 파트너와 공장을 찾고 직접 설계한 통합 센서 모듈을 발주해 베타 테스트도 치렀다.

3명에서 인력도 늘었다. 사무실에는 현재 9명이 함께하고 있다. '아이템이 좋아서' 정 대표의 훈련소 동기였던 KAIST 박사 출신 엔지니어와 박사과정 때 옆 연구실 연구원도 대기업 합격을 포기하고 합류했다.

이곳 사무실을 찾았다가 멀쩡한 직장 관두고 눌러앉은 동네 친구도 있다. 일찍 할 수 있던 취업을 '뭔가 더 좋은 곳이 올 것 같아' 기다렸던 지역 마이스터고 학생 프로그래머도 뒤늦게 자리 잡았다.

귓속 전정기관 등 신체서 얻은 정보를 해석∙가공해 사용자에게 구체적으로 "코칭"

"현재 발 사이 간격이 넓습니다. 좁혀 주세요. 시선은 전방을 향해 주세요. 현재 다리에 가하는 충격이 큽니다. 발을 가볍게 디뎌 주세요"

이런 식으로 '신체 자세와 운동 정보'를 알려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비플렉스의 기술이다. 비플렉스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조깅을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스포츠 웨어러블 기기와 앱은 증가 추세로, 맥박과 달린 거리, 운동량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하지만 기존 기기나 서비스는 생체역학적인 배경 정보가 없이 센서만 달린 수준이었다. 비플렉스는 '더 나은 가치'를 주겠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것이 "기존 웨어러블과 다른 영역"이라고 세 명의 공동 창업가는 힘주어 말했다.
 
운동하는 신체는 각종 데이터를 쏟아낸다. 쓸모있는 데이터는 해석에 달렸다. <그림=비플렉스 제공>운동하는 신체는 각종 데이터를 쏟아낸다. 쓸모있는 데이터는 해석에 달렸다. <그림=비플렉스 제공>
비플렉스의 핵심 기술은 운동 자세에 대한 '코칭(Coaching)'이다. 정 대표는 "신체가 움직일 때 뼈와 근육이 관절에 주는 힘과 특징들이 있다. 움직인 만큼 공간과 시간도 생긴다"면서 "귀에는 중력과 방향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다. 이런 요소들로부터 힘과 위치의 역학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뛸 때 발 사이 간격, 발에 실리는 힘들, 신체 좌우 균형, 몸에 실리는 충격량 등 신체 운동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를 이어폰이 측정하고 분석한다"면서 "사용자에게 '무엇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아이언맨 자비스'처럼 친근한 표현은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현재 자신의 운동 상태를 알고,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불필요한 힘은 줄고 안정된 동작이 자리 잡는다. 아마추어도 프로가 받는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렇게 비플렉스는 일반인들에게도 정량화된 자세 정보를 제공해, 스포츠 웨어러블 시장을 선도하고 '스포츠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려는 목표가 있다"면서 "이런 비전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가능성의 수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 스포츠 과학 대중화 목표 "스포츠 과학 표준 되겠다"  
 
글로벌 제품에 탑재되면 보다 많은 사용자들과 만날 수 있다. <사진=비플렉스 제공>글로벌 제품에 탑재되면 보다 많은 사용자들과 만날 수 있다. <사진=비플렉스 제공>
비플렉스는 9월 초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 버금가는 '독일 베를린 국제 가전 전시회(IFA)'에서 시장성을 확인했다. 홍콩 기반 글로벌 이어폰 제조사 '소울 일렉트로닉스'와 비플렉스의 콜라보레이션 신제품을 발표했다. 정 대표는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았고, 타 브랜드도 탑재를 원했다"고 떠올렸다. 비플렉스는 소울의 이어폰뿐만 아니라 소울 그룹의 다른 가전제품에도 접목될 예정이다.
 
글로벌 제품에 비플렉스 모듈이 실린다는 것은 단순한 부품판매 이상의 일이다. 제품을 착용하는 사람들의 '생체신호 데이터'가 들어와 쌓이게 된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보내줄 실시간 운동 정보는 4차 산업혁명시대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인 빅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이 데이터들을 유명 스포츠 웨어사에서 원할 수도 있겠다?"는 질문은 그대로 답이 됐다. 사람의 동작이 담긴 데이터는 개인별 맞춤형 의복은 물론이고, 인간형 로봇의 동작에도 쓰일 수 있다. 비플렉스는 정보를 수집 가공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미 돌입했고 자체 서버를 준비 중이다.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돌려주기 위한 UX(사용자 경험) 디자인도 포함한다. 
 
이런 장밋빛 전망 이전에 비플렉스는 실생활에서 펼쳐질 변화에 의미를 뒀다. 정 대표는 "생활체육을 즐기는 사람들의 잘못된 습관으로 인한 부상을 줄여주고, 나아가 재활환자나 노약자의 거동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바로 스포츠과학을 대중화시키는 것"이라고 본인들의 서비스를 정의했다.

그는 이어 "음반, 영화 등 사운드 표준기술 'Dolby'처럼 비플렉스는 어떤 스포츠 웨어러블에도 'BEFLEX BIOMECH ENGINE'이 표준처럼 탑재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간 운동 정보의 각종 측정장치와 데이터들, 그것을 푸는 사람들. <사진=윤병철 기자>인간 운동 정보의 각종 측정장치와 데이터들, 그것을 푸는 사람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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