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상상, 새로운 시선, 위험한 논쟁
저자: 김보영·곽재식·김창규·박성환, 출판: 우리학교

저자: 김보영·곽재식·김창규·박성환, 출판: 우리학교.<사진: 출판사 제공>
저자: 김보영·곽재식·김창규·박성환, 출판: 우리학교.<사진: 출판사 제공>
◆ 미래, 어디까지 보이나요?···SF가 묻고 미래과학이 답하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자고 일어난 사이 눈앞에 새로운 기술이 펼쳐져 있을 정도다. 변화의 속도에 매 순간 반응할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 스민 변화를 발견해 보는 것은 중요한 태도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나가 변하면 생활의 많은 것이 달라진다. 평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대부분이 기술의 흐름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SF 크로스 미래과학'은 매력적인 가이드가 되기에 틀림없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SF와 미래과학을 잇는 새로운 개념의 과학 교양서다.

김보영, 김창규, 곽재식, 박성환 네 명의 SF 작가가 올해 초 경향신문 '미래의 눈' 코너에 연재한 작품 중 대중성과 완성도를 고루 갖춘 스물다섯 편을 골라 한데 묶었다.

SF(픽션)와 미래과학 기술(논픽션)의 균형 있는 접근과 과학적 이해를 위해 책에서는 보다 알차게 내용을 꾸렸다. 각 장의 주요 소재를 쉽게 파악하도록 도입부에 '인트로 페이지'를 구성하고, 이야기 흐름에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는 일러스트를 삽입하였으며, SF 뒤에 이어지는 해설 글을 통해 과학기술을 현명하게 헤아리는 시각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이 책은 미래과학 기술의 다양한 키워드를 '개념풀이'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 각각의 이야기를 읽고, 느끼고, 상상하고, 고민도 하면서 독자 스스로 '오감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과학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어디까지 진화하고 있는지, 어떠한 작동원리와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사람들의 불안과 우려, 논쟁을 낳을 만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 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실질적 고민들과 그에 대한 대안을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자,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

◆ 주목받는 네 명의 SF 작가가 들려주는 미래세계 이야기
우리가 알아야 할 미래과학 지식을 한눈에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1장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삶'에서는 기술발달로 달라진 사람들의 진화된 일상을 보여 주는 여섯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이야기 '별이 빛나는 밤에'는 인공감각기로 확장된 세계를 경험해 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어지는 이야기 '기억을 저장하는 몇 가지 방법'은 치매가 사라진 사회를 들여다보며 '기억'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다.

세 번째로 '인공 근골격에 관한 세 개의 삽화'는 '인공근육'을 통해 땅과 하늘을 자유로이 누비는 세상을 그려 낸다. '이제, 남은 암흑기는 없다'와 '2025년의 건강 유지법'에서는 질병과 사고에 대한 염려가 사라진 사회가 등장하고, 여섯 번째 작품 '원하시는 아기를 장바구니에 넣으세요'는 유전자 개조를 통해 '원하는 아이'를 맞춤 생산하는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빛과 그림자는 언제나 공존한다. 혁신적인 장점이 부각되면 반대 측면도 당연히 뒤따른다. 2장 '나의 취미는 미래과학'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제작된 '대체품'으로 인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겨나는 씁쓸한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주로 소개된다.
 
'똑똑한 일은 스마트 기기에게, 멍청한 일은 사람에게'는 인공지능 기술로 교통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사회를 다룬다. '괜찮아, 시골은 안전해'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공해 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고위 관계자들의 직업의식이 기술 발전에 부합하지 못해 우스꽝스러운 행태가 이어지는 '내 겸손한 배터리를 위한 기도문'과 '신기술에 대한 가장 분명한 사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적응 못하는 남자 이야기 '인공지능 포비아'역시 아이러니한 일상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혐오의 유랑극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 등장하는 '모바일 하우징' 제품은 공장에서 간편하게 찍어 내는 신개념 집이다. 가볍고 공간 이동도 자유롭지만 인구절벽 시대에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2장의 마지막 작품 '헬 센서' 역시 반짝 인기를 누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다.

작품들 속의 미래 사회는 '상상'을 전제로 할 뿐 절대적인 기준을 바탕 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억지스러운 설정에 그친다고만 생각되지가 않는다. 모든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발을 내디디고 있는 현실에 기초하고 있고, 기술 개발 역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이제, 슈퍼 리얼리티 감각 센서를 장착할 시간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반가움일까, 두려움일까? 3장에 소개되는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다.
 
첫 번째 작품 '유나의 멀고 아득한 세계'에서는 전지적 인공지능의 개발과 그에 따른 우려가 내재된 사회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어지는 '왓슨 의사 선생님, 셜록 판사님과 친구시죠?'에는 AI 왓슨이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왓슨은 병원과 콜센터, 법률사무소 등에서 인간 전문가의 역할을 대신하며 최근 영화 예고편의 편집까지 해낸 바 있다.

'불가사리들의 도시'에 나오는 작업 로봇들처럼, 극한 환경에 대처하는 로봇들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요즘이다. 더 나아가 '나비아기를 위한 자장가'와 '또 하나의 가족'에서는 사람보다 가까운 존재로 인공지능을 대한다.

실제로 이제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면서도 변화의 상징인 인공지능과 함께 살 운명에 처한 셈이다. 이 운명은 우리를 어떠한 삶으로 이끌어 갈까?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우주에 관한 여섯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론, 빅데이터, 가상현실, 소행성, 우주탐사 등의 단어들이 제법 익숙하게 여겨질지 모른다. 여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삶의 방식과 환경 변화'에 관한 것으로,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보안에 관해 특히 민감하게 생각해야 할 점들이 많다.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단지 변한다는 사실만을 장담할 뿐이다. 기술을 너무 낙관해서도 곤란하고,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도 바르지 않은 태도다.

그러므로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유연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를 걸어가는 발걸음이 마냥 가벼울 수만은 없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주변 풍경을 둘러보고, 각자의 생각과 흐름에 발맞추면 어떨까. 미래란 누군가가 쥐여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 이루어지는 또 다른 '오늘'이니까.

<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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