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총장 정무영)는 문회리 자연과학부 교수팀이 오현철 경남과기대 교수, 마이클 허셔(Michael Hirscher)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에 간단한 처리를 한 이후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수소를 분리하는 원리인 '운동 양자체(KQS) 효과'와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CAQS) 효과'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특징이 있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이 물질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원료이면서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다. 또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도 높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중수소를 얻으려면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만 골라내야 하지만 동위원소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분리 기술이 필요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설계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양자체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수소 분리 기술에는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 효과와 운동 양자체 효과를 각각 쓰는 전략을 사용했지만 문 교수팀은 두 양자체 효과를 단일 시스템에서 구현하는 전략을 제안하면서 둘을 합친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먼저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 효과를 얻기 위해 중수소와 화학적 친화도가 높은 다공성 물질인 ‘MOF-74’를 선택했다. 그 다음 이 물질의 기공 내부에 이미다졸(imidazole) 분자를 도입해 구멍 크기를 조절했다. 수소보다 미세하게나마 작은 중수소만 통과시키도록 설계해 운동 양자체 효과를 구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공성 물질 ‘MOF-74-IM’에서는 중수소가 조절된 구멍 내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내부에 있는 흡착 자리에 화학적으로 강하게 달라붙게 된다. 

이때 중수소 분리 인자는 수소 1개당 중수소 26개를 골라낸다는 의미인 최대 26을 나타냈다. 이는 기존 다공성 물질을 이용한 중수소 분리 연구에서 알려진 분리 인자는 동일 온도에서 최대 6보다 높은 수치다. 

문회리 교수는 "기존에도 양자체 효과를 이용해 중수소를 분리하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두 양자체 효과를 동시에 가진 분리 시스템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며 "지구상에서 귀한 자원인 중수소를 얻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우수과학연구센터(SRC), 핵융합기초연구사업, 신진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달 23일자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 속보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