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D, 국내 거주 외국인 연구자 대상 '한국 R&D의 이해' 교육
기본 정책부터 연구문화 교육으로 적응 도와

미국, 독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연구자가 참석한 '한국 R&D의 이해' 교육과정. <사진=이원희 기자>
미국, 독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연구자가 참석한 '한국 R&D의 이해' 교육과정. <사진=이원희 기자>
고향을 떠나 낯선 타국에서 생활하는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코 알기 쉽지 않다. 우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보니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타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럼 국내 연구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연구자들은 어떨까? 이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외국인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국 사회 노동환경을 조사한 결과 언어, 음식, 사회관계 형성, 배우자 취업 순으로 어려움을 나타냈다.

특히 언어장벽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국내 연구비 지원과제를 신청할 때 필요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지 못해 신청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서울대에서 2010~2015년 간 임용된 외국인 교수 80명 중 30%는 언어장벽으로 인해 지도학생을 한 명도 두지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IT 기술 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등으로 국경 없는 연구와 협업이 늘면서 한국 문화는 물론 연구 환경을 알고자 하는 외국인 연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원장 조성찬)가 지난 19일 KIRD 대전교육센터에서 출연연 및 공공 연구기관 소속 외국인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 R&D의 이해' 과정이 인기를 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번 교육은 ▲한국 R&D 정책 및 프로세스 이해 ▲한국 조직문화 이해 및 출연연의 역할 ▲한국 문화 및 생활 적응 등으로 구성돼 익숙하지 않은 국내 R&D 환경 및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조화로운 조직 문화 형성과 공동연구를 돕고자 했다. 또 외국인 지원정책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함께 구성했으며, 교육도 영어로 진행해 언어로 인한 교육생의 어려움도 해소했다. 

한국문화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교육생들.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이원희 기자>
한국문화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교육생들.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이원희 기자>
첫 번째 세션 강연자로 나선 고영주 화학연 대외협력본부장은 한국 R&D 프로세스를 일목요연하게 짚었다. 과학기술계를 구성하고 있는 기관, 운영되는 체계, 이를 지원하는 정책 등 한국 과학기술계의 기본 이해도를 높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세션 강연자로 나선 김은기 고려대 교수는 문화적 측면에서의 접근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은 무엇인지, 한국인은 주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지 설명했다. 

특히 특정한 상황을 가정하거나 질문을 던짐으로써 참석자들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가 간 문화 차이를 좁혀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 외국인이어서 문제일까?

Martin Ziegler KAIST 부교수(위)와 Robert J. Mitchell UNIST 부교수(아래)는 이미 주변에 한국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Martin Ziegler KAIST 부교수(위)와 Robert J. Mitchell UNIST 부교수(아래)는 이미 주변에 한국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교육에 참여했던 마틴 지글러(Martin Ziegler) KAIST 전산학부 부교수는 한국 조직문화 강의 내용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마틴 부교수는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내가 외국인이어서 문제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오늘 다양한 상황을 재연하며 문화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인지, 문화에 상관없이 잘못한 일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AIST의 경우 연구자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정착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어 있어 연구와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독일에 있는 지인들을 비롯해 다른 외국인 연구자들에게 한국을 추천하고 있다(웃음)"라고 말했다.

한국 적응을 돕는 선배 외국인 연구자 입장에서의 조언도 돋보였다. 로버트 미첼(Robert J. Mitchell) UNIST 생명과학부 부교수는 '17년'이라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다. GIST와 KIST를 거쳐 한국 연구문화에 대해서도 고수다.

로버트 부교수는 "아직 한국 연구문화에 대해 모르는 점도 있고, 아는 내용도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다"라며 "특히 교육 내용 중 한국 과학기술계를 이루는 기관들을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연구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연구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는 "외국인 연구자는 작은 소모임, 교육부터 대규모 학회까지 다양한 참여를 통해 지속적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며 "이는 연구와 생활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딱딱한 강의 No!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로 전달력 높여

신경 써야할 것들이 더 많지만,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이 넘친다는 황지수 연구원. <사진=이원희 기자>
신경 써야할 것들이 더 많지만,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이 넘친다는 황지수 연구원. <사진=이원희 기자>
한국 R&D의 이해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진행한 황지수 글로벌협력팀 연구원에게 이번 교육은 남달랐다. 지난해 사전교육으로 진행됐던 교육이 올해 정규교육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 내용 요청이 가장 많았어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연구자가 함께 하다 보니 이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강의방식에서도 세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선호하는 외국인 연구자들 스타일에 맞춰 강연자들은 강의 중간중간 많이 묻고, 많이 답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또 딱딱하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한국 연구문화의 전달력과 이해도를 높이도록 했다.

황 연구원은 "우리 문화를 이해시키는 교육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기에 기획부터 섭외, 진행까지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많아 어렵지만, 그만큼 감사해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부족한 부분들을 계속 보완해 한 층 더 완성도 있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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