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원회, 건설재개 권고 ···현장 과학자 "원자력 안전 노력하며 소통 힘써야"
"전문가로서 역할 제대로 했는가 자성 필요"

"과학자들이 전문가로서 정보 제공, 설득, 국민 참여를 적극 요청해야 했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로서의 역할 보다 이권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과연 책임감 있는 과학자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국책연구기관 정책 전문가 A 박사)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공사 재개가 사실상 확정됐다. 시민참여단이 건설재개(59.5%)로 의견을 모아주고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하면서 탈원전을 추진했던 정부도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할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자력 분야 연구자와  관련 기관, 대학의 관련 학과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중단위기에 처했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 재개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안도감에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전문가로서 책임감 있게 대응했는지 질책과 함께 말이다.

시민참여단도 처음부터 건설재개에 찬성했던 것은 아니다. 공론화위원회에 의하면 8월말부터 9월초께 실시된 1차 조사에서는 건설재개 36.6%, 중단 27.6%, 유보 35.8%를 보이며 건설재개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원자력 지식을 습득하면서 유보 상태였던 20, 30대 시민참여단이 재개로 마음을 굳히며 3개월간 중단됐던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공사 재개가 힘을 받게 된 것이다.

국민의 상당수가 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다. 사고 발생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대량 인명피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국민에게는 당장의 연구, 산업보다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때문인지 원자력 발전 정책에 대한 공론조사는 완전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 모름 1.6%으로 축소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공론화 과정은 과학계의 앞으로 역할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로서 과학계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분야 연구자, 정책전문가 등의 이야기를 통해 전문가로서 향후 과학계의 역할을 정립해 보았다.

◆원자력 관계자들 환영···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원자력 관련 학회, 연구자 등은 이번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원자력 연구자 B 박사는 이번 결정이 원전 찬성과 반대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자리가 됐다고 평했다. 그는 "위원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 등이 처음에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참여했지만 교수, 학회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으로 판단·수용해서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탈원전을 막지 못했고, 필리핀도 원전을 짓다가 도중에 무산됐다"면서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공포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국 원전은 세계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쓰나미 등 재해재난 등에도 대응체계가 잘 구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원자력 안전을 돌아보고 과학계가 자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원자력 연구자 C 박사는 "원자력은 사실을 기반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번 과정을 통해 국민의 과학화를 하는 기회가 됐다"면서 "국민이 에너지에 대한 사실을 좀 더 공부해야 하며, 원자력계에서도 더 안전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대중화 노력이 필요하며, 국가 원수는 이번 사태와 같이 합의 과정을 지켜보는 한편 전문가 의견을 심도 깊게 듣고 책임감 있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자력 연구자 D 박사도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하고 시작한 불공정게임이라 한쪽으로 기울어진 형국에서 싸워야 했지만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줬다"라면서도 "과학으로 공포를 이길 수 있도록 앞으로 원자력 연구자들을 포함한 과학자들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믹스 정책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D 교수는 이번 공론화 과정에 대해 "충분하진 않지만 숙의과정을 통해 오류가 시정되고 사실이 확인된 상태에서 위원들의 올바른 판단이 나왔다"며 "앞으로 반대측에서 지적한 안전문제들을 제대로 반영해서 잘 건설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해외 원전 수주 등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나라 발전량의 30%는 원전인데, 이 상태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늘어나려면 석탄 화력발전량이 줄어들어야 하니,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를 통해 에너지믹스 정책을 정해보자"고 제안했다. 

또한, 단순히 국내에서 탈핵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웃 국가 등의 행보를 주시하며 전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원자력 협회장 F씨는 "지난 9월 중국 원자력 시설 관계자들이 한국의 탈핵 정책을 보면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황해권에 원자력 시설을 밀집해서 짓고 있는데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기류를 타고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원자력 안전 체계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 한편 주변 국가의 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등 관심 가져야"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 등도 공론화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접점 모색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대학 에너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공론화 위원회 결정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한만큼  이를 실천해야 하며, 이제는 위원회가 제시한 3가지 주요 조건을 차질없이 만족시킬 방안을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번 결정과 에너지 전환 정책은 별개의 문제로 신재생에너지 중심 정부정책은 영향을 받지 않을것으로 생각되지만 단기적으로 가스 발전이 계획보다 축소 될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자 K박사는 "원전은 당연히 가동돼야 하며, 원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국민들이 엄청난 부담을 떠 안아야 한다는 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가가 참여하면 강한 논리가 반영될 수 있어 배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출연연 연구자를 비롯한 전문가가 공론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며 방안을 고민했다.

또한, 그는 원전과 신재생이 공존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도 주민 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원전은 주민 수용성 때문에 격리구역을 두는데, 그 구역 안에 풍력 등의 시설을 놓게 되면 원전과 신재생 발전이 같은 구역 안에서 해결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학생 A씨는 "건설 재개 결정이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건설한다고 해서 탈원전정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바라보겠다"면서 "에너지 정책은 안보, 환경, 산업 경쟁력,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되어 있는 중대한 국가정책이기 때문에 다양한 학계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에너지경제 연구자 B 박사는 "시민참여단의 이번 건설 재개 결정은 공정율, 비용 발생 부분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이라면서 "하지만 원전을 축소하자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으며, 탈원전을 통한 신재생 에너지 확대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이 기속되어야 하는 만큼 그에 수반하는 기초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기존 에너지 수급, 공급 구조를 바꾸려면 여러 기술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는 만큼 과학자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일관성 있는 에너지 정책 추진과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정부 정책이 일관성 없이 추진되어 지역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면서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정책 방향이 결정되어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관계자들은 원자력 안전을 위한 자료를 공개해야 하며, 제3자의 객관적인 원자력 안전 검증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원자력 안전을 위한 민간환경감시기구, 과학자, 지자체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책연구원 정책 전문가 A 박사는 "공론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부끄러웠다"면서 "공론화를 진행하려면 참여자가 서로 이해하고 학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짧게 추진되면서 형식상 절차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각 이슈마다 공론화를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걱정된다"면서 "이번에는 운 좋게 넘어갔지만 과기계가 국민들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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