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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성의 티타임]"기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

A: "선배님, 나뭇잎이 점점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죠? 아침이면 이제 꽤 쌀쌀한 것 같아요."
B: "이때쯤에 감기 걸리기 딱 좋지. 비타민C 섭취하러 따뜻한 유자차 한 잔 어때?"

A: "최근에 인터넷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10년 뒤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겠죠?"
B: "그렇겠지. 대학 시절 내가 사용하던 그 커다란 컴퓨터를 떠올려 볼 때, 그 시절에 지금 내가 사용하는 이 스마트폰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
A: "해마다 더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이 나오는 것처럼, 매년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하겠죠?"
B: "인공지능 기술로 더 편해지기는 하겠지만, 스마트폰의 경우처럼 새로운 사회 문제도 생기겠지."
A: "스마트폰을 베스트 프렌드로 삼는 것 말이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요. 스마트폰으로 즐길거리가 참 많아요.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말이에요."

B: "정 박사님 알지? 스마트폰 이야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며칠 전에 정 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 정 박사님께서 메일함에 쌓여있는 이메일들을 보니 요즘에는 사람이 일을 주는지 기계가 일을 주는지 혼동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A: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기계처럼 일해야만 될 것 같은 중압감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것 아닐까요? 얼마 안된 저도 연구원 생활을 해보니 할 일들이 너무 많이 갑자기 생겨나요."
B: "그것도 그렇긴 한데, 정 박사님은 기계라는 인터페이스에 대해 말씀하시더라고. 요즘에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컴퓨터가 끼어있잖아. 내게 이메일 보낼 때 내 모습이 떠오르니?"

A: "그게요, 우습게도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이메일 하나를 보낼 때도 선배님 생각을 하고 보내는지 확인해보려고 갑자기 저에게 물어보시는 것이지요?"
B: “하핫, 그것을 의도한 것은 아닌데, 나를 생각한다니 기분은 좋구먼. 그래, 내가 그 동안 티-타임 때마다 지불한 찻값이 제 역할을 하는구만. 예를 들어, 연구소에서 많은 분들이 단순히 내용 전달만 된 이메일을 보면 짜증을 내시잖아. 왜 그럴까?"
A: "그건 한두해 있던 불만거리도 아니잖아요. 그 메일을 전달받은 분들이 연구만으로도 바쁠텐데 그 메일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일을 처리해야하고 또 복잡한 조직의 규정에 맞지 않으면 수차례 반복하며 그 일을 다시해야할테니까요. 그런 것이라면, 누구라도 싫겠지요."

B: "그런데 왜 바뀌지 않을까? 왜 바꿀 수 없을까?"
A: "글쎄요. 다들 일이 많고 바빠서일까요?"
B: "나도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 박사님 말씀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메일을 보내주는 컴퓨터라는 기계가 그 중간에 있어서 전달하는 사람이 전달받을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고 일차적인 인터페이스인 컴퓨터에게 일을 주듯 하게 되는 것 같다는 거야. 자신의 할 말만, 자신의 의도만 전달하고 전송 버튼을 누르면 내가 할 일은 끝난 것처럼 느껴지잖아. 상대방이 나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이메일-전달자가 되기 더 쉬울 것 같아. 조심해야겠지?"
A: "엇, 그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럼, 아무 때나 알림메시지가 뜨는 단체채팅방 같은 것도 정말 급할 상황을 제외하고는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에 일을 주듯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기계는 잠도 자지 않고 쉬지도 않으니까요."
B: "늦은 밤에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거나 주말 가족 행사 중인 사람을 불러서 직접 얼굴을 보고 일을 주기는 어렵지."

A: "기계는 일방적 관계에 있는 인간의 도우미잖아요. 그래서, 스마트폰에 익숙한 저희 모두가 자연스럽게 일을 전달하고 시키는 것이 익숙해지기도 한 것 같아요. 습관처럼 자기도 모르게요."
B: "그래서 나도 앞으로 더 신경 쓰려고 해."
A: "아, 그런데, 이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소통 문제이기도 하겠는데요. 중간에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없으면 전체적으로 불편해지잖아요. 그런데, 컴퓨터를 쓰지 않을 수는 없고.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달하면 도처에 컴퓨터가 있을텐데, 연구원으로서 할 일도 너무 많고 쉼도 부족하지만 저희가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면 많이 노력해야겠어요."

기계 발달로 인간의 삶은 윤택해졌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컴퓨팅 기계 장치를 사용해 연구에 몰입한다. 어느때는 그 체력도 기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관계마저 기계 안에서 이뤄지며 직접 교류하고 공감하는 문화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과학자가 연구개발에 시간을 쏟을수록 인류와 사회에 공헌하게 된다.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연구개발에 앞서 도구로 쓰고 있는 기계 건너편에 열심히 일하고 있을 동료 과학자들이 있음을 따뜻한 마음으로 기억하자.

◆방준성 박사는
방준성 박사방준성 박사
방준성 박사는 연구원의 이슈를 젊은 과학자의 입장을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코너명을 '티-타임'이라고 한 이유가 분명합니다. 선후배 사이의 갈등이 있을 수 있는 소재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개하고자 위함입니다.

또 실제로 필자의 글을 보는 선후배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티-타임을 갖고 소통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글 중간에 나올 질문과 답변은 다른 연구원들도 생각해 보고 되짚어 보기를 원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방준성 박사는 2013년부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2016년부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과학자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이번 전문가 필진에 적극 참여키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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