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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재가동 초읽기 "올해 가능할까"

원안위 27일 전체회의에 안건···올해 안에 가동될지 주목
하나로 관련 산업계·과학계·의료계 피해 막중
가동 중단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사진=윤병철 기자>가동 중단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사진=윤병철 기자>

3년 넘게 멈춰 섰던 국내 유일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가 재가동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재개가 본격화 되면서 보강공사를 마친 하나로 재가동 요구에도 힘을 받고 있다.  

하나로 가동여부 권한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환·이하 원안위)는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하나로 내진검사 결과보고 및 향후 계획'을 다룰 예정이다. 이어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성게용)가 11월 초 정기검사를 진행해 그 결과가 나온 후, 원안위는 최종적으로 '하나로 가동'을 결정한다.

앞서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이하 원자력연)은 하나로 제어실에서 원안위와 KINS, 대전 원자력 시민검증단 등이 참여한 가운데 8차례에 걸쳐 하나로에 대한 종합누설률시험(ILRT)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49개 항목 중 가동 전 시행해야하는 48개 항목의 검사를 완료한 것이다. 하나로 안전을 점검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도 지난달 보강공사의 내진 설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나로 관련 3년간 725억원 손실 추정··· 국제적 명성 상처

하나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로와는 달리 의료용,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와 중성자를 생산한다. 이를 생산하던 하나로 가동이 제지되자, 하나로를 통해 실험과 제조를 하던 산업계·과학계·의료계 등이 입은 피해가 막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로 가동중단과 함께 리튬 배터리 소재, 수소자동차와 연료전지, 자동차용 강판 개발 등 중성자를 이용한 연구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또 소아 희귀암 등을 치료하는 표적 항암제 원료인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도 중단돼 국내 생산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하나로 측은 3년간 가동이 중단된 하나로 연관 산업계·의료계 피해액을 650억원, 중성자 핵변환 도핑 반도체 생산 중단으로 75억원의 손해를 추정했다. 이는 기회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20년간 입자 연구를 하나로에서 해 온 김만원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하나로를 통해 정말 뛰어난 연구 성과들이 나왔다"며 "지난 7월 국제중성자학회에서 멈춰있는 하나로라도 보겠다고 회원들 대다수가 원자력연을 찾았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실험기구를 가동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멈추게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최호영 하나로 운전실장은 "1995년 하나로가 가동되고 20년 동안 잘 가동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하나로를 활용해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몰려왔다"며 "하나로가 멈춘 3년 동안 국내 연구진이 프로젝트를 들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산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와 비파괴 검사 장비를 제조하는 호진산업기연 박춘득 전무는 "하나로를 활용해 동위원소를 만들고 10억원 규모의 수출도 매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체 제조를 못하니 매년 20억원의 원재료를 수입하게 됐다. 매년 30억 원의 손실이 쌓인다"며 "수입 비용도 문제지만, 반감기 때문에 공급을 제 때 맞추지 못해 사업운영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 우여곡절 겪은 하나로 벽면 보강공사와 시민 검증···국민 이해 구하는 성장통 교훈

핵분열 시 나오는 중성자는 전자기파보다 파장이 짧고 감마선보다 투과력이 좋다. 이런 특성으로 다양한 응용 연구개발을 하자고 만든 연구로가 하나로다. 1985년부터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설계 건조해 열출력 30MW급의 고성능 연구로를 만들어 냈다. 1995년 가동이래로 지금까지 누적 8000명의 연구자들이 하나로를 이용해 각종 연구를 해 왔다.

하나로를 활용한 연구는 중성자빔을 쏴 각종 물질 내부를 들여다 보는 '비파괴 검사'와 '잔류응력 검사'가 대표적이다. 또한 각종 동위원소를 만들어 내 암 진단이나 표적 치료제 제조에도 쓰인다. 이밖에도 물질구조 연구나 전력 반도체 생산, 각종 시료 분석에 쓰인다. 특히, 2009년부터 가동된 냉중성자 실험시설은 세계 5위권의 입지를 갖고 있다.

이런 하나로가 멈춘 시작은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가동을 일시 멈췄다. 그런데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 일환으로 하나로 건물의 내진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되며 교육과학기술부(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진평가를 요구했다. 평가 결과 원자로를 둘러싼 외부건물의 벽체 일부(벽체 면전 4.8%)에서 내진기준에 미달하는 구역이 발생해 내진보강을 결정했다. 

이후 원자력연은 하나로 건물 벽체 내진보강을 위한 비보강체 실험, 외벽 천공작업, 무수축 그라우트 타설, 하이브리드 트러스 설치 등을 통해 보강공사에 들어갔다. 공사 중 벽체 보강 중 발생한 구멍 1800개가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6년에 완공 계획이었던 공사는 원안위는 물론 방사선 누출을 의심하는 시민단체 요구에도 응하느라 매 단계마다 검증을 거치며 지연됐다. 올해 4월 공사를 겨우 마쳤지만, 새로 생긴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의 요구에 응해 48개 검증을 통과하느라 반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연은 중저준위 핵폐기물 무단방출 사건과 기압계 교정주기 준비 미숙 등의 모습으로 시민 불안감을 낮추지 못했다. 9월에는 '핵처리실험저지를 위한 30km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삼중수소' 과다누출 의혹도 논란이 됐다. 하나로 측은 "실제 방출량은 법령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1000분의 1 수준으로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오수열 하나로 이용연구단장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성장통"으로 지난 공백을 비유했다. 그는 "전문가도 실수하기 쉬운 방사능 단위 등 국민에게 전달해 드리기 어려운 점들을 확인했다"며 "덕분에 국민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나로 재가동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객관적으로 올해 내 재가동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낙관하는 측이 우세한 반면 "그 동안 분위기를 보고 결정을 미뤄온 원안위다. 내년을 넘길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하는 측도 있다.  

최호영 하나로 운전실장은 "재가동을 위한 충분 조건을 맞춘 상태로, 재가동 명령이 나면 하나로가 바로 가동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원자력연은 25일 대구에서 '중성자 분야 국제심포지움'을 열고 하나로의 중성자 산란장치 연구성과를 선보였다. 하재주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추후 하나로가 재가동되면 국내외 관련 기업과 대학들의 이용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나로의 각 섹터들이 연구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병철 기자>하나로의 각 섹터들이 연구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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