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회, 25일부터 대전컨벤션센터서 가을총회 열어

"많은 개발도상국들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라이센시를 해결하고 시행착오를 보듬어줘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이 마지막 관문을 여는 나라가 곧 기술선진국입니다."(이정동 서울대 교수 '축적의 길' 강연 中)

화학공학회(회장 오장수)가 주최하는 '2017년도 화학공학회 가을총회 및 학술대회(국제 심포지엄)'가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는 화학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산·학·연 관계자들이 자리한다.

3000여 명의 화학 산업체와 대학 관계자들이 모이는 이번 행사에는 화학과 관련된 다양한 포스터 발표와 심포지엄이 준비됐다. 포스터 발표는 전국 화학공학관련 대학과 연구원에서 준비한 학술대회로 후보자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포스터 앞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포스터 발표장에는 화학관련 기업부스도 마련돼 기업과 연구자들의 소통도 이루어졌다. 

또 한국-대만 화학공학회 국제 심포지엄을 필두로 ▲고분자 가공기술 ▲미립자의 에너지기술 응용 ▲4차 산업혁명 바이오의약품 연구 개발 동향 심포지엄 등 다양한 심포지엄과 강연이 진행됐다.

이번 총회를 맞아 화학공학회가 지난해부터 개최한 '제2차 CEO 포럼'도 열렸다. 26일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이 포럼에서는 화학·정유 산업체 CEO와 화학 관련 기관장 및 임원들이 참석해 산·학·연 협력을 위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산업계와 학계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하고 각계 리더들 간의 교류를 가졌다.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약 140여 명의 학생들이 LG화학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의 연구단지를 견학하며 공학도의 꿈을 그려나갔다.

◆ 아이디어 중요치 않아, 스케일업은 필수조건

메인 이벤트는 '축적의 시간' 저자로 유명한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초청강연이었다. 강연장은 시작 전부터 이정동 교수를 보기 위한 인파로 가득찬 상태였다. 

KBS 스페셜에 출연해 '축적'을 강조한 바 있는 이정동 교수는 대한민국 산업계의 정체기가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라이센시(Licensee)와 라이센서(Licensor)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가 실행의 역할인 라이센시 능력은 뛰어나지만 개념을 설계하는 라이센서 능력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개념설계 역량을 키워 라이센서가 되지 못한다면 기업선진국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념설계를 위한 공식이 아이디어와 스케일업(Scale up)의 곱이라 주장했다. 두 가지가 융합돼야만 새로운 개념설계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이디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시행착오의 축적, 즉 스케일업이라 강조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수 천번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교수는 개념설계 탄생을 위해서는 세 가지 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적 목표 ▲네트워크 ▲시행착오 축적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교수는 "모두가 라이센시를 지속할 때 라이센서를 목표로 하는 도전 의지가 필요하다. 또 개념설계는 관계된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여 연구를 진행 해야한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성공할 때까지 스케일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참석한 기관장 및 리더들에게 이 3가지를 꼭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이 교수는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제도가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에게 오히려 개념설계를 방해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정책과 제도는 앞으로 주도적인 사업기획을 차단하고 기업선진국 도약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사건이 있었습니다. 실험 중 무인기가 추락해 5명의 연구원들이 각자 13억을 배상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리도 남의 것 따라하지 말고 직접 설계 해보자고 나선 엔지니어들에게 이와 같은 실패는 당연한 겁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경험이죠."

개념설계 과정에서 리더들의 변화도 요청했다. 그는 "개념설계 해보자! 물론 실수하면 안된다라는 말을 대부분의 기업에서 하고 있다. 실수없는 연구와 업무를 원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실수와 시행착오는 개념설계의 필수조건"이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기업선진국은 직원의 실수를 시행착오로 받아들이는 순간 시작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산업계와 학계 리더들에게 "직원들의 실수를 격려하고 위로함으로써 분위기를 바꿔줄 것"을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산·학·연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정동 교수를 필두로 한 다양한 강연으로 한껏 풍성해진 화학공학회 가을총회를 사진으로 담았다.

다양한 포스터 발표가 1층 전시장에서 진행됐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다양한 포스터 발표가 1층 전시장에서 진행됐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심사위원이 포스터 발표를 심사하고 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심사위원이 포스터 발표를 심사하고 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기업 홍보부스에서 많은 시민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기업 홍보부스에서 많은 시민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KAIST 학생이 자신의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KAIST 학생이 자신의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에기연으로 기관답사 간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화학공학회 제공>
에기연으로 기관답사 간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화학공학회 제공>

강연장은 이정동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강연장은 이정동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아이디어보다 스케일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정동 교수.<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아이디어보다 스케일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정동 교수.<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이정동 교수는 강연에 참석한 각계 리더들에게 라이센서로의 변화를 요구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이정동 교수는 강연에 참석한 각계 리더들에게 라이센서로의 변화를 요구했다.<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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