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을 둘러싼 사소하고 논쟁적인 역사
저자: 마샤 바투시액, 역은이: 이충호, 출판: 지상의책

◆ 현대 천체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주제인 블랙홀의 모든 것

저자: 마샤 바투시액, 역은이: 이충호, 출판: 지상의책 .<사진=YES24 제공>
저자: 마샤 바투시액, 역은이: 이충호, 출판: 지상의책 .<사진=YES24 제공>
매년 가을 '노벨상 철'이 돌아온다. 이 즈음 누군가는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들과 이 시대의 가치 있는 문학에 대해 판돈을 걸고 또 어느 나라에서는 언론마다 습관처럼 자국의 작가가 문학상을 탈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교적 과학 분야의 수상자들은 조용하게 발표되는 편인데, 2017년에도 노벨상의 과학 분야 수상자 발표는 이렇다 할 갑론을박 없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물리학상의 결과는 이미 한 해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점쳐온 바에서 크게 비껴나지 않았다.

주인공은 바로 라이너 바이스, 킵 손, 배리 배리시였다. LIGO에서 중력파 관측을 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 노벨상 위원회가 밝힌 선정의 변이다.

말하자면 학계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거야말로 노벨물리학상감'이라고 예상했을 정도로 역사적인 성과가 바로 '중력파 검출'이었던 것이다.

세계 물리학계의 동향을 알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도 아마 노벨 물리학상의 결과를 접하며 중력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본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블랙홀의 사생활' 저자인 마샤 바투시액은, 중력파란 '시공간의 구조 자체에 생긴 흔들림'이라고 설명한다.

이 흔들림은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의 회전, 블랙홀의 충돌 등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중력파의 검출이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왔었는데, 바로 그 기대가 마침내 LIGO 연구진들에 의해 실현된 것이다.

이들에 의해 발견된 중력파는 지구에서 약 13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거대한 두 블랙홀이 서로의 주위를 돌다가 충돌하고 마침내 합체되면서 내는 신호였다.

이렇게 블랙홀의 직접적인 증거가 밝혀지기까지의 역사가 바로 이 책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역사는 블랙홀의 특징, 블랙홀 연구에 필요했던 관련 이론의 발전상까지 자연스럽게 아우른다.

저자는 뉴턴이 중력과 행성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을 내놓은 후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절대 시간 개념과 절대 공간 개념을 허물고 마침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도입하게 되는 과정을 책의 앞부분에서 먼저 다룬다.

그 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발전, 전파천문학의 탄생에 따라 가시광선 이외의 영역도 포착할 수 있게 된 기술의 발달에 대해서도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또한 물리학자들에 의해 별의 생애에 대한 연구, 중력 붕괴라는 주제에 대한 탐구 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양자역학적 버전 블랙홀'의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 스티븐 호킹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놓으며 블랙홀이 품고 있었던 비밀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 '블랙홀의 사생활'은 블랙홀의 모든 것을 담아놓은 역사적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블랙홀의 직접적 증거에 열광할 만큼 블랙홀은 이 시대 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 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천체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에 다가가는 길은 이제 그다지 험난하지 않을 것이다.

블랙홀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호기심만큼, 아니면 그 이상으로 이론물리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다. 그런데 그 존재의 직접적인 증명은 최근에서야 블랙홀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저자 마샤 바투시액은 블랙홀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는 과정부터 중력파의 탐지가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현대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주제인 블랙홀을 알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추천하는 책이다. -곽보근 (세종대학교 물리천문학과 교수)

◆ 일반 상대성 이론과 천체물리학이 연결되는 과정의 정교한 기록

역사적인 중력파 검출 소식과 관련된 보도에서 중력파 앞에 수식어로 흔히 붙는 말이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예견했던"이라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직후인 1916년과 1918년에 중력파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책의 저자 마샤 바투시액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전하가 안테나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일 때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처럼 질량이 움직일 때 중력파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인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지게 만든 것도 바로 블랙홀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정교해지는 바탕에서 블랙홀 연구의 성과가 발전해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뉴턴의 절대 시간 및 절대 공간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도전하며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내놓았다. 그는 시공간을 광대한 고무천에 비유했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공간은 그저 텅 빈 상태가 펼쳐진 것이 아니고 끝없이 펼쳐진 고무천처럼 물리적 실체를 가진 것이다. 별이 이 고무천 위에 놓였다고 가정하면, 별의 질량이 클수록 쑥 꺼진 부분이 깊을 것이다.

또한 행성들은 움푹 팬 부분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관점에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힘으로 보기보다는 시공간에 생긴 굴곡이 빚어내는 결과로 보았다. 즉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중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강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후 이 이론에 주목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시공간의 곡률에 대한 관측과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모든 질량이 아주 작은 크기로 압축되었을 때 그 주위에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는 구형 공간, 즉 '사건의 지평선'이 생긴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서서히 블랙홀의 정체가 드러났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력 붕괴가 일어나는 천체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킨 학자들은 곧 일반 상대성 이론의 부활을 이끈 이들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블랙홀의 비밀은 천체물리학에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에 의해 밝혀진 셈이었다.

이 책 '블랙홀의 사생활'에는 이렇게 천문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우주가 실제로는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원들로 가득 찬 공간임을 알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서술되어 있다.

저자는 중력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우주의 세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중력 법칙을 확대한 아인슈타인의 업적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 이후의 학자들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며 블랙홀 연구의 바탕을 다진 과정에 대해서도 촘촘하게 추적해낸다.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발전을 둘러싼 과학사에 한층 더 쉽게 접근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저자의 글쓰기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의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우주에 정말로 존재하는 대상인지를 입증하기 위한 분투와 노력을 다해왔고, 그 존재의 간접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이 책에 담겨진 주옥같은 글들은 '블랙홀'이라는 신비로운 키워드 하나를 관통하여 기술한, 인류가 이룩해낸 지적 승리의 과정에 대한 역사이다. 독자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진실로 역사적인 순간을 살고 있음을 즐기고 기뻐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미래에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이제 '일반 상대론'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전도유망한 길 중 하나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중력의 시대'가 밝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총무간사,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저자)

◆블랙홀을 둘러싼 유명 물리학자들의 논픽션 드라마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블랙홀의 모습을 구현한 장면이 나온다. 원래 우리는 빛이 나오지 않는 블랙홀을 볼 수 없지만, 영화를 통해서나마 이제 블랙홀이 원반을 만들고 빛을 내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만 이 영화를 본 관객이 천만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하니 영화로 블랙홀의 생김새 정도는 확인한 이들이 상당수인 셈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블랙홀에 대한 이론을 이해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만하면 블랙홀은 이제 꽤나 대중적인 천체가 된 셈이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이 천체는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블랙홀'이라는 용어는 1964년에 처음 활자화되었고 공식적인 이름으로 정해진 때는 1967년이다. 블랙홀은 오히려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1783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존 미첼이 뉴턴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블랙홀 개념을 내놓은 이후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의 증거를 얻을 때까지 200년가량의 시간 동안, '기묘한 천체'를 둘러싸고 학자들은 크고 작은 논쟁을 벌였다.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고, 나아가 블랙홀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물리학 법칙을 발견하길 원하는 물리학자들마저 여럿이었다.
 
캐나다의 물리학자인 베르너 이스라엘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블랙홀의 역사와 대륙 이동의 역사 사이에는 흥미로운 유사점이 있다. 1916년 무렵에 이 두 가지 개념을 지지하는 증거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둘 다 비합리적 태도에 가까운 저항에 부닥쳐 거의 50년 동안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즉 물질의 영속성과 안정성에 관한 믿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블랙홀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반대와 저항을 맞닥뜨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관측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자들이 중력, 빛, 물질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감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퀘이사, 펄서, 강한 X선과 감마선 방출원 등의 발견을 통해 붕괴한 천체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어마어마하게 커진 중력과 회전 속도를 지닌 천체를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저자는 블랙홀 개념이 정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온 학자들의 논쟁과 물리학계의 뒷이야기를 소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찬드라세카르가 주장한 별의 극적인 붕괴 개념에 대해 아서 에딩턴이 "별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자연의 법칙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청중의 웃음을 산 일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오펜하이머가 블랙홀에 대한 최초의 현대적인 기술(記述)이라 할 수 있는 논문을 발표했음에도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 등을 저자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박진감 있게 풀어낸다.

블랙홀을 둘러싼 학계의 뒷이야기를 훔쳐보듯 읽는 동안 독자들은 중력, 시공간 개념, 별의 일생 등에 대해 어느새 심화 학습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급 물리학 지식을 동원하며 이해해야 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물포자(물리포기자)'의 전력을 지닌 독자라 할지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들이 카메오로 대거 등장하는"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블랙홀이 과학사 속에서 걸어간 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보자.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통해 블랙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물리 지식을 자연스레 상기하고 블랙홀의 존재가 인정받는 과정을 목격하다 보면 그야말로 '블랙홀의 모든 것'에 몇 발짝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블랙홀은 단지 SF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소재일 뿐 아니라,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 흥미진진한 연구 대상이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뛰어난 과학자들이 블랙홀을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블랙홀이 가진 그 기괴함에 대한 회피였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블랙홀 탐구 과정의 우여곡절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베일에 쌓여 있던 블랙홀의 적나라한 사생활을 속속들이 보게 될 것이다.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블랙홀 교향곡》 저자)

<글: 출판사 리뷰>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