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도 운동 경기처럼 '팀웍'으로 성과 빛냈다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고순도 '푸코스'···기술이전 통해 의약품 개발 '속도'
장용근 단장 "전략과 팀웍 효과, 다양한 시약 제공으로 연구자 활용 높일 것"
연구생들을 지도하는 장용근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단장의 모습. 평소 연구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해 나가고 있다.<사진=허경륜 기자>연구생들을 지도하는 장용근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단장의 모습. 평소 연구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해 나가고 있다.<사진=허경륜 기자>

운동 경기에서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개인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선수 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개인의 실력과 팀플레이가 조화를 이룰 때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기량과 팀플레이는 선수의 영역이다. 두 요소를 조화롭게 이끄는 역할은 감독이 맡는다. 때문에 감독의  능력 또한 중요하다. 어떤 선수를 언제, 어느 위치에 배치하고 어떤 임무를 통해 실력을 발휘하도록 할지는 감독의 몫이다. 즉 개인의 기량, 팀플레이에 감독의 전략이 더해져야 비로소 팀의 전술과 화력이 완성된다.  

연구분야에서도 용병술과 팀웍은 큰 시너지로 이어진다. 최근 연구자 개개인의 실력에 팀플레이, 연구단장의 리더십이 안정적 구도를 이루며 큰 성과로 이어져 주목받고 있다. 사례의 주인공은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장용근)이다.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은 갈조류 유래 후코이단 분말로부터 천연당물질인 '푸코스(Fucose)'를 고순도로 분리·정제하는데 성공했다. 순도 99% 이상 추출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의약품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 희귀성분 '푸코스', 항암부터 피부면역까지 '팔방미인'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이 최근 개발한 연구용 푸코스 시약을 바라보고 있는 장용근 단장의 모습.<사진=허경륜 기자>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이 최근 개발한 연구용 푸코스 시약을 바라보고 있는 장용근 단장의 모습.<사진=허경륜 기자>

푸코스는 우리 몸의 세포를 강화시키고 장 건강 향상·면역력 증가·항암·뇌 활성 향상 등 다양한 필수 효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름 개선 등 피부 면역 향상 효과도 뛰어나 화장품 원료로도 높은 활용 가능성을 갖는다.

또한 푸코스는 여러 당으로 이뤄진 다당류 후코이단(Fucoidan)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항암 성분을 다량 함유한 후코이단은 특히 갈조류에 많이 들어있고, 푸코스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푸코스의 함량이 많을수록 좋은 후코이단으로 분류되며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현재 푸코스 시약의 가격은 1g당 약 3만원 정도로 금값에 비견될 만큼 상당히 고가라 할 수 있다.

연구단이 개발한 연구용 푸코스 시약.아직까지는 시약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지만,  연구단은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사진=허경륜 기자>연구단이 개발한 연구용 푸코스 시약.아직까지는 시약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지만, 연구단은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사진=허경륜 기자>
후코이단에 들어있는 푸코스를 순수 분리하는 데는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미역귀나, 다시마 등 해조류에 함유된 후코이단에서 주성분인 푸코스를 유사한 성질의 다른 구성당들로부터 분리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고순도의 푸코스를 다량 추출에 성공했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연구팀은 3년여 간의 연구 끝에 푸코스를 고순도로 다량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장 단장은 "오랜 기간 연구현장에서 쌓아온 네트워킹과 통찰력, 감각 등이 활용돼 푸코스를 고순도로 추출할 수 있었다"며 "추출기술을 특허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순도의 푸코스를 활용한 시약·의약품·화장품 등은 미량의 천연물질이 함유된 기존 제품 대비 더욱 뛰어난 효능을 가질 것"이라면서 수익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 물질 발굴, 연구 적임자 연결 단숨에···본격 연구 '시동'

후코이단 분말. 연구단은 이것으로부터 푸코스를 추출해 냈다. <사진=차세대바이오 매스연구단 제공> 후코이단 분말. 연구단은 이것으로부터 푸코스를 추출해 냈다. <사진=차세대바이오 매스연구단 제공>
연구단은 3년 전 고순도 푸코스 추출을 위한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미세조류로부터 천연당성분을 분리해 내는 연구 과정에서 대부분의 미생물이 먹이로 먹지 않고 남긴 한 물질이 있었다. 푸코스였다.

연구단은 우선 푸코스를 추출할 대상 물질로 정했다. 갈조류 안에 다량 함유 돼있는 다당류 '후코이단(Fucoidan)' 안에 푸코스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 알려진 사실이었다.

연구단은 어떤 갈조류 식물에 많은 양의 후코이단이 들어있는지 분석한 결과, 미역의 뿌리부분인 '미역귀'라는 답을 얻었다.  

미역귀 분말로부터 푸코스를 고순도이면서 최대치로 분리해낼 묘수를 찾던 장 단장의 머릿속을 스쳐간 것은 '연속운전이 가능한 simulated moving bed 크로마토그래피 공정(이하 SMB  공정)'이었다. 이를 이용하면 연속적인 추출이 가능해 푸코스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어 장 단장은 SMB 공정의 권위자 문성용 한양대 교수를 떠올렸고, 문 교수에게 푸코스 분리·정제를 제안했다. 마침 연구대상 물질을 찾고 있던 문 교수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SMB 공정은 1970년대 초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공정 기술로서 석유화학제품, 정밀화학제품, 키랄성 의약품 등의 연속분리정제 과정에 효과적으로 적용돼 오고 있다. 

최근 들어 SMB 공정에 대한 고도의 설계 기법과 새로운 운용전략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부가 바이오화합물·의약품 등의 고순도 분리정제 과정에 대한 SMB 공정 응용의 성공 가능성, 대량생산에 기초한 산업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 단장은 "미역귀로부터 다량의 푸코스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이를 통해 충분히 사업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푸코스 추출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 99% 순도 푸코스 대량 추출 '성공'···끈기 있는 '전략+팀플레이' 결과물

이번 연구의 핵심기술 'SMB 정제공정' 권위자 문성용 한양대 교수(가운데)와 이번 연구를 함께 한 두 연구원의 모습.<사진=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이번 연구의 핵심기술 'SMB 정제공정' 권위자 문성용 한양대 교수(가운데)와 이번 연구를 함께 한 두 연구원의 모습.<사진=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

"아직 세계적으로 푸코스가 고순도로 다량 추출된 사례가 없었지만 SMB 공정이 그 해법이 될 거라는 확신은 가질 수 있었어요. 푸코스라는 물고기를 잡을 그물을 확보했으니 그물을 활용해 어떻게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했죠." 

연구단은 연구원을 문성용 교수에게 파견, 새로운 연구팀을 꾸려 '푸코스 고순도 추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호흡을 맞춰나갔다. 합동 연구팀은 후처리 과정에 속하는 SMB 공정을 활용해 추출 조건을 달리해가며 후코이단 시약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SMB 공정에 사용된 장비. 흡착제를 통해 특정 물질을 뽑아낸다.<사진=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SMB 공정에 사용된 장비. 흡착제를 통해 특정 물질을 뽑아낸다.<사진=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제공>
24시간 동안 20분 간격으로 샘플링을 해야 하는 연구로 밤을 새는 일이 이어졌다. 그렇게 연구한지 3년여만에 연구팀은 전처리 공정을 제외한 SMB 공정에서 99% 이상 순도의 푸코스를 전체량의 3% 손실만으로 얻는데 성공했다.

SMB 공정은 물질을 최종적으로 정제하는 후처리 공정에 속한다. 연구단은 현재 산을 이용한 당화를 통해 후코이단이 아닌 저렴한 갈조류로부터 직접 푸코스를 1차 추출하는 전처리 공정을 포함한 통합 공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생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단은 시약과 이후 개발될 의약품을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서도 수익성을 챙길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수익성과 상용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성용 교수는 "SMB 공정을 통해 고순도·고수율로 푸코스를 분리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며 "푸코스라는 아이템을 던져준 장용근 단장의 아이디어가 이번 성과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장 단장은 "새로운 연구과제를 도출하고, 그 과제를 가장 잘 풀 수 있을 만한 연구자에게 연결시켜 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 것 일뿐"이라며 "전처리 공정보다 훨씬 어렵고 까다로운 후처리 공정을 성공시킨 만큼, 또 다른 전략과 치밀한 팀플레이를 통해 최적의 전처리 공정도 획득해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 다양한 상업용 시약 개발 목표···"천연물질 지평 넓히는데 기여"

장용근 단장은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푸코스를 통해 고부가가치 의약품 개발에 한 걸음을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했다.<사진=허경륜 기자>장용근 단장은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푸코스를 통해 고부가가치 의약품 개발에 한 걸음을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했다.<사진=허경륜 기자>

연구단은 우선적으로 푸코스 시약에 한정된 통상실시권을 국내 바이오 기업에 이전했다. 푸코스 시약 생산·판매권을 갖게 된 이 기업은 동물·세포실험 등을 통해 푸코스가 가진 생리활성기전을 밝힘으로써 시약·의약품으로서의 가치 근거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이는 세계시장에 푸코스 제품을 내놓기에 앞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연구단은 이를 통해 누구에게나 신뢰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단은 지난 10월 국내 바이오기업과 기술이전협약을 체결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푸코스의 생리활성기전을 밝혀나갈 예정이다.<사진=허경륜 기자>연구단은 지난 10월 국내 바이오기업과 기술이전협약을 체결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푸코스의 생리활성기전을 밝혀나갈 예정이다.<사진=허경륜 기자>

장 단장은 "해외 유수 기업에 기술이전을 제안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잘못하면 기술을 빼앗기는 등 여러 위험성을 고려해 국내기업에 이전했다"며 "국내서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며 자체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춰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략을 소개했다.

또한 연구용 푸코스 시약은 천연물질 '후코실락토즈(fucosyllactose)' 생산 연구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후코실락토즈는 모유에 함유된 성분으로, 푸코스를 원료로 해 얻어진다. 뇌기능 향상, 주름 개선이 핵심적인 효능이다. 고부가가치 물질에 속하는 후코실락토즈를 선점하기 위한 연구도 현재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장 단장은 "푸코스 뿐만 아닌 다양한 고부가가치의 천연성분을 추출해 제품으로 생산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와 동시에 고부가가치 시약을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용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손쉽게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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