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간다⑬] 스타트업 '호모미미쿠스', 현존하는 가장 방대한 자연모사 빅데이터 구축
보이지 않는 생물 모사, 우주 산업 진출 기대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지난 7월 바다에서 세 마리의 상어와 수영 대결을 펼쳤다. 상어와 따로 경기한 장면을 CG 합성한 이벤트였지만 큰 화제가 됐다. 펠프스는 1승2패로 인간으로선 유례없는 선전을 거뒀다. 상어에 버금가는 속도를 낸 그는 상어 피부와 꼬리지느러미를 본 뜬 수영복과 물갈퀴를 착용했다.
 

'자연에서 우리는 모방한다' 호모미미쿠스의 모토. <사진=호모미미쿠스 제공>
'자연에서 우리는 모방한다' 호모미미쿠스의 모토. <사진=호모미미쿠스 제공>
자연 속에서 생물의 특징을 잡아 과학기술에 접목하는 분야가 '자연모사'다. 자연모사를 활용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변 생태에 최적화를 이룬 놀라운 진화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규명돼 응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인간이 모사할 수 있는 생물은 극히 일부다.
 
최근 '호모미미쿠스'라는 스타트업이 자연모사 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탄탄한 데이터에 찾는 방식도 획기적이어서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고 협업의 손길을 내민다.
 
KAIST 문지캠퍼스의 한 공간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지 1년 된 이들은 NASA와의 협업도 전망하고 있다.
 
◆ 전 세계 자연모사를 익힌 인공지능, 미지의 데이터 찾는다
 
미미쿠스(Mimicus)는 라틴어로 '모방'이자 '위장문어'의 학명. 여기에 인간 'Homo'를 붙이면 '호모미미쿠스(흉내내는 인간)'가 된다. 이것으로 김선중 대표의 스타트업은 소개된다. 기술은 인공지능, 서비스는 자연에서 모방하고 싶은 대상을 찾아주는 탐색 웹사이트 'mimic.us'다.
 
이곳에 접속하면 '찾고 싶은 무엇'을 원료부터 공정, 제품·서비스까지 분류별로 묻는다. 추워진 날씨에도 모기가 보여 '방충'을 찾아 원료-엑서서리와 용품-해충방제 제품 경로를 따라갔다. 최종 후보군으로 생생한 5종의 동식물 사진이 나온다.
 
옥수수가 있기에 선택하니 '해충의 천적 유인물질 발생', '옥수수 활용 생태계 제어 프로그램' 등 해외 논문 초록이 검색된다. 그 분야 학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다.
 
또 다른 주제어에는 '야자나무 메뚜기거북 딱정벌레'나 바위에 붙어사는 작은 조개 '리밋' 등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이 등장한다. 알아서 찾아주는 자연도감이다.
 

mimic.us 에 접속해 분류를 따라가면 자연모사 메타데이터가 등장한다. <사진=호모미미쿠스제공>
mimic.us 에 접속해 분류를 따라가면 자연모사 메타데이터가 등장한다. <사진=호모미미쿠스제공>
웹사이트 mimic.us 는 가이드용으로 진짜는 따로 있다. 자연모사를 원하는 전문가용 시스템이다.
 
전문가용 시스템에는 2만1000여개의 자연모사 생물(속·Genera) 데이터가 들어있다. 사람이 한번이라도 응용해 본 전 세계 생체 데이터를 전수 조사했다. 전 세계에서 발행된 물리와 생물, 생태 사전도 통채로 담았다. 김 대표는 "이 과정은 지난한 수작업이 있었지만, 이런 선천적 데이터가 호모미미쿠스의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조사한 데이터로 나타난 생물체들의 관계 패턴은 ▲접착제와 담쟁이 넝쿨 사이 같은 '물리적' 관계 ▲담쟁이 넝쿨에 속하는 식물 같은 '생물학적' 관계 ▲숙취 해소제와 썩은 과일을 먹고사는 찌르레기의 소화효소 같은 '생태적' 관계 등 3가지 패턴으로 구분된다.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촉수를 인터넷에 드리우고, 실시간 새로운 데이터를 찾는다. 인터넷에 공개된 논문 초록과 제목을 수집하고 유사성을 추론한다. 대상이 주제에 맞는지 사례를 따진다. 중복 단어는 근본 의미를 추적해 연관성도 분석한다. 인공지능은 쉬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이렇게 매일 700개 종(Species)이 인공지능 자동 검색으로 추가되며 생태도감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비슷한 서비스로 구글 학술검색(Google Scholar)이 있다. 그런데 많이 찾는 결과만 반복 검색되는 한계가 있다. 그것이 총 생체 정보의 20%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린 그것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80%도 찾아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2017융합연구정책 펠로십 대상
2017융합연구정책 펠로십 대상
또한, '애스크네이처(asknature.org)'라는 자연모사 분야 민간 연구 블로그가 있지만 주로 물리적 정보 위주라, 생물·생태 영역까지 포함한 호모미미쿠스의 확장성이 돋보인다.
 
구글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덤덤하게 말하는 김 대표 뒤로 상장이 보였다. 지난 10월 18일 '과기부 융합연구정책 펠로십'에서 받은 '대상'이다. 법인등록은 2016년 11월. 창업한지 1년도 안 돼 수상이라니, 뛰어난 성과를 빨리 얻었다 싶었다. 알고 보니 김 대표의 창업은 학부생 시절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스피쉬'로 시작한 창업의 워밍업···박사논문 상용화로 스타트업!
 

2009년 당시 홍익대 기계과 졸업반이었던 김 대표는 'KTX 산천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을 했었다. 연구실에서 기차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산천어'처럼 공기를 가르고 빨리 달릴 수 있는 형상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새벽에 연구용 기차를 타고 실험하던 경험은 추억으로 남았다.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철도학회 대학생 설계공모전'에 도전했다. 팀은 '박스피쉬' 모양의 기차 디자인으로 출전했다. 박스피쉬는 말 그대로 박스처럼 네모지게 생긴 복어다. 돌고래 등 날렵한 동물을 놔두고 박스피쉬라니, 심사위원들은 의아해했다.
 
김 대표는 "박스피쉬의 몸통 형상은 빠른 유속을 흘려보내는데 효과적인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 바람을 맞서가는 기차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 우리팀이 은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성과에 학부 교수들은 "또 다른 자연모사는 없느냐"고 물었다. 답변을 찾자니 컴퓨터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학부 졸업 후 KAIST에서 전산설계(computational design)로 석박사 공부를 했다. 이 기간 동안 지금의 '호모미미쿠스' 알고리즘을 완성했다.
 
박사논문의 표제는 '생물학적 시스템 탐색을 위한 메타데이터 설계 및 추천 시스템 개발'. 논문은 스타트업 호모미미쿠스로 상용화 됐다. 김 대표에겐 학부 졸업반 시절부터 박사 졸업까지는 창업의 위밍업 시간이었다. 그만큼 자연모사 꿈은 깊었고 이론은 탄탄했다.
 
물론 혼자 달려온 것은 아니다. 다른 학교지만 청소년기부터 함께 한 친구와 학부시절 공모전을 준비하며 가상의 창업팀을 유지해 온 동료들이 있었다.

김 대표는 "하지만 2명의 동료는 연구개발에 참여하지 못했다. 다른 분야, 다른 학교 학생과 연구과제 하는 것을 교수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며 "현재 호모미미쿠스의 동료 4명은 컴퓨터와 물리, 디자인, 한의학 전공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고 말했다.

미국 IR 현장에서 창립멤버인 이원준 이사(좌)와 김선중 대표(우) <사진=호모미미쿠스 제공>
미국 IR 현장에서 창립멤버인 이원준 이사(좌)와 김선중 대표(우) <사진=호모미미쿠스 제공>
 
자연모사 분야 세계적 협업···NASA도 '빈말 아닌' 협력 대상
 
국내외에도 이미 자연모사 연구 그룹은 흔했다. 그러나 대부분 총 생태 데이터의 20%내에서 연구를 반복하는 한계를 보였다. 김 대표는 국내 곤충날개 연구자에게 "곤충 아닌 다른 생태모사를 생각해 봤냐"고 물었는데 "다른 쓸만한 게 있겠냐"는 되물음을 받았다. 각 분야마다 전공이 깊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해외 학계도 폐쇄적이었다. 김 대표의 논문은 자연모사 분야 어느 학회도 낯설어 했다. 그래서 논문을 자연모사가 아닌 컴퓨터 분야로 응모해 심사탈락을 피해야 할 정도였다.
 
학계와 달리 기업은 호모미미쿠스를 알아봤다. 마우스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국 디자인 업체 '아이데오(IDEO)'가 우수성을 인정하며 상용화를 제안,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독일 응용과학 협회인 '프라운호퍼(Fraunhofer fep)'·테슬라 협력업체 '브라이트랩(BriteLab)'·일본 헬스케어사 '인포컴(infocom)' 등과도 자연모사 공동 연구를 손 잡았다. 국내는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 등과 연구를 협력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은 창업 초기단계에서 시장성을 알아본 지원기관의 도움도 컸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임종태·이하 대전혁신센터)의 '6개월챌린지플랫폼사업'을 통해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특허들을 출원했다. 미국 유력 투자사 '노틸러스'와 '윌로스'도 주선돼 국가별 특허 대행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인형과 모형 등 소품들이 많다. 그 중에도 1m 높이의 로켓 모형이 공간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자연모사 분야를 연구하는 영국 생물학자가 있는데, NASA와 일한다. 현재까지 응용되는 자연모사 사례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라면, 앞으로는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균류 등이 남은 영역으로 이는 우주개발과 연관이 깊다"고 전망했다.

지구 전 생태를 품고 우주 생태까지 넘보는 '자연모사 왕국', 호모미미쿠스의 오래된 포부다.

김선중 호모미미쿠스 대표. 창업 기반인 논문과 자연도감의 아이디어 포켓몬, 자연을 보는 시선 스미소니언 박물관 액자 '원더', 그리고 우주진출의 로켓까지 의미있는 소품들이 사무실을 장식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김선중 호모미미쿠스 대표. 창업 기반인 논문과 자연도감의 아이디어 포켓몬, 자연을 보는 시선 스미소니언 박물관 액자 '원더', 그리고 우주진출의 로켓까지 의미있는 소품들이 사무실을 장식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호모미미쿠스가 미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데모데이 현장에서 생생한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호모미미쿠스 제공>
호모미미쿠스가 미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데모데이 현장에서 생생한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호모미미쿠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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