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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 R&D 혁신안? 과기현장 "先철학 後절차"

과기부, 과제제안서 간소화·연차평가 폐지 등 담아
"피드백 제도 없고 절차 중심 혁신안 소통 부재 여전"
신정부는 연구개발 프로세스 혁신안을 14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통해 확정, 발표했다.<이미지=과학기술정보통신부>신정부는 연구개발 프로세스 혁신안을 14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통해 확정, 발표했다.<이미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이지 않는 무책임과 방임, 책임전가의 달인들이 넘쳐난다. 오늘 발표된 신정부의 R&D 프로세스 혁신방안도 10여년간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노력으로 어렵사리 부각됐지만 주요 개혁 아젠다는 실종됐다. 절차보다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출연연 연구자)

"국방과 공공부문 R&D 정책 난맥상도 백약이 무효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파편적 대안 속에 맴돌고 있다. 고장난 나팔수의 나라, 모두 다 고민없이 고만고만한 포럼에서 비슷한 소리만하고 흩어진다."(출연연 정책 전문가)

정부가 발표한 연구개발 프로세스 혁신안에 대한 연구현장의 반응은 "여전한 철학 부재"라는 목소리로 모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이하 과기부)는 14일 제31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통해 'R&D 과제 기획·선정·평가·보상 프로세스 혁신 방안(이하 R&D 혁신안)'을 심의·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연구개발 과제제안서(RFP) 양식 간소화(기획) ▲크라우드형 기획 활성화(기획) ▲과제 선정 평가위원 명단과 의견 사후 공개(선정) ▲성공과 실패 판정, 연차평가 폐지(평가) ▲연구개발 조기완료와 후속지원 도입(보상) ▲연구자 행정 업무 간소화(행정) 등.

연구개발 혁신안(이하 R&D 혁신안)은 연구자 중심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핵심 목표다. 프로젝트 중심에서 사람(연구자) 중심으로 전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된 연구환경에서 수준높은 연구성과 창출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부처내에 알프스(알앤디프로세스혁신) TF를 구성하고 3개월간의 활동을 통해 R&D 혁신안을 마련했다. 연구자와 전문가 의견 등 현장의견을 수렴해 사업 기획부터 과제선정, 평가, 보상 등 R&D 전 과정의 혁신 방안을 담았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R&D 혁신안에 의하면 우선 과제 기획 시 소수의 폐쇄적이고 세세한 기획에서 탈피, 다양한 연구자의 참여를 늘린다. 과기 현장에서는 그동안 기획을 너무 서둘러 소수의 전문가 집단만 참여하며 기획 의도조차 알수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과제제안서(RFP) 요건검토제를 도입해 필요한 경우에만 RFP를 작성하고 그 외에는 검토절차 후 공문과 사업안내서로 대체키로 했다.

구체적인 RFP 대신 양식도 간소화한다. 간소화된 표준안을 마련하고 사업별 핵심사항만 제시토록 했다. 산학연 전문가 여럿이 참여하는 크라우드형 기획이 활성화되고 미해결 문제는 경쟁형 R&D(토너먼트, 병렬형)를 확대해 우수연구자의 후속 연구 지원도 확대한다.

과제 선정의 공정성과 전문성도 강화한다. 그동안 짧은 평가기간과 좁은 인력풀로 발생했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연도 시작전 공고해 충분한 평가기간(2~4개월)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50억원 이상의 대형 국가 전략과제는 평가위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해 상호 견제가 가능토록 개선한다. 상피제 완화를 통해 우수 평가자 데이터를 구축, 평가의 전문성도 높인다. 평가위원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평가 기간도 늘리고 단기성과가 아닌 과정중심의 도와주는 평가체계로 전환된다. 이에따라 연차평가는 폐지되고 연구보고서로 대체한다. 보고서 자료는 빅데이터로 활용하게 된다.

기초연구는 최종평가시 성공과 실패 판정을 폐지하고  중간평가시 진행상황에 따라 연구비와 목표 조정을 가능토록 한다. 하위 10% 과제 강제탈락 조항은 삭제키로 했다. 최종평가 제외대상도 기존 1억5000만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 과제로 확대한다.

보상은 연구 목표 조기완료를 선언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잔여 기간과 연구비를 활용해 후속연구 기획을 허용하고 후속과제에 가점을 부여한다. 우수성과 창출시 후속연구를 확대하고 타분야 연구도 허용하는 보상체계도 마련된다.

학생연구원 등 연구성과 사업화에 기여한 모든 연구자가 공정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도 도입된다. 하지만 박사후 연구원(포닥) 등 계약직 연구원에게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지급하는 안은 권고 사항으로 도입여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연구자의 행정업무 최소화를 위해 연차협약이 아닌 다년도협약과 연구비 집행 도입 등 제도개선도 검토키로 했다. 또 1년에 2회 공모(상반기 70~80%, 하반기 20~30%)로 연구자 참여기회도 늘릴 계획이다.

연구자 중심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보장하는 대신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조치가 도입된다.

과기부는 11월부터 연구현장 설명회를 갖고 이행계획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께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공동관리규정)' 등에 주요 제도개선사항을 반영할 계획이다.

정병선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연구개발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연구자의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고 연구자가 원하고 강점있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면서 "창의와 자율성을 보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기현장 "연구개발은 절차보다 철학"

정부의 R&D 혁신안에 대한 과학기술계 현장 반응은 밝지않다.

연구개발 프로세스 혁신이 절차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또 연구개발 경험이 없는 관료가 철학없이 연구개발 프로세스 혁신을 절차와 조직, 툴을 정의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출연연 과기정책 분야 A 박사는 "연구개발 프로세스는 PM 기반의 나이스한 절차를 정의하는 것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라면서 "연구개발에 대한 혁신적 기획, 관리 등 프로세스는 절차에 있지 않고 조직문화와 리더십 수준에 따른 영향이 큰데 정부의 혁신안은 절차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변화가 없이 지금과 같은 인식과 체제에서는 답이 없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출연연 B 관계자는 연구개발 경험이 없는 관료에 의한 혁신안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피드백과 활용에 대한 내용 없이 연구자들이 주기적으로 뭔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더하면 좋은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상호적인 소통이 제대로 일어나려면 위계적 기능체계가 아닌 수평적 기능분화가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출연연에서 오랜기간 연구에 참여한 C 박사 역시 R&D 혁신안의 기본내용이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형 국책과제나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정부차원에서 사전에 기획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연구까지 검토하는 것은 이미 자율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사전 기획되고 검토된 R&D가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한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 성과가 사전기획과 검토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행처럼 기획, 선정, 평가, 보상 체계를 유지하는 한 연구과제와 연구비 수주 경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질타하며 "연구자는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고 평가와 보상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 체계 제도화보다 연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책분야 D 연구자는 국가 R&D 체계에 대해 개미 사무관과 개미 연구자의 아귀다툼 현장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위기에 둔감한 리더, 연구자, 관료의 무책임과 방임, 책임전가의 게임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 발표된 신정부의 R&D 프로세스 혁신안은 이미 나왔던 담론에서 달라진게 없다. 혁신 놀이에 그치고 있다"며 "위기에 둔감한 리더가 제공한 안온함에 정책 피드백 시스템도 고장났다. 고장난 나팔수들이 고만고만한 소리만 하고 흩어지는 나라"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그는 "그나마 관료들이 그런 소리를 주워 담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개미 사무관과 개미 연구자로는 국가 R&D 체계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위기 크기에 대비한 대안을 모색하고 주체들의 한계를 인지하며 전환적 방향 제시와 철학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공급을 결정할 리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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