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
글: 천주욱 소장

1987년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작고, 바로 이건희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했다. 이건희 회장은 10년 넘게 부회장으로 있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그러나 회장에 취임하자 이건희 회장은 엄청난 말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회장이 제일 먼저 한 말 중 하나는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것.

"이대로 가면 삼성그룹은 몇 년 내 망한다. 2등도 망한다.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가 되려면 지금까지의 생각 제도 조직 제품 품질 기술 등 모든 것을 확 바꿔야 한다. 변해야 한다. 힘을 가진 임원이나 사장들은 가만히 있어도 월급 줄 테니 뭔가를 해보겠다는 사람 뒷 다리는 제발 잡자 마라. 이제부터는 사장보다 연봉이 많은 최고 전문가를 몇 명 영입했느냐로 사장을 평가할 것이다. 품질에 집중한 결과 판매가 감소하고 비용이 증가하여 적자가 나더라도 회장인 내가 책임질 테니 세계 최고 품질을 만들어야 한다. 10억개를 생산해도 불량품이 하나라도 나오면 그건 범죄다. LG전자는 아예 경쟁자로 생각도 하지 마라. 우리의 경쟁자는 인텔이고 소니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이회장은 상상하지도 못 했던 변화를 강력하게 밀어부쳤다. 변화에 미온적이거나 옛날 사고방식에 젖은 사장이나 고위임원을 하루 아침에 옷을 벗기는가 하면, 평소 엉뚱한 생각을 하던 간부를 임원으로 파격 승진시키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이런 강력한 리더십의 혁신드라이브에 의해서 삼성은 오늘 날 세계 최고기업이 된 것이다.

이제 중국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 중국은 ICT(정보통신기술 :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목표를 세워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벌써 한국은 경쟁상대로 생각 안 한다.

중국이 이렇게 한국을 추월하고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게 된 배경은 간단하다. 시진핑 주석은 정치 외교 국방 사회 및 거시경제에 집중하고, 리커창 총리는 실물경제 분야를 맡는다는 역할분담과 강력한 리더십의 혁신드라이브에 의한 것이다. 특히 리총리는 ICT분야와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분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와 함께 그 수단으로써 강력한 창업지원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총리는 선두에 서서 몇 년째 대중창업 만인창신(大衆創業 萬人創新)을 부르짖고 있다. 기존 제도나 규정에 얽매일 필요없다, 누구나 어떤 사업이든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다, 그리고 혁신해야 한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건희 회장과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고 권력자의 한 사람인 리총리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혁신을 드라이브한 결과, 지금 중국은 ICT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제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12년 중국에 짝퉁 우버인 디디다처(滴滴打車)와 콰이디다처(快的打车)라는 2개의 벤처회사가 등장했다.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자 택시기사들이 일거리가 없어진다면서 파업을 하고, 일부 지방에서는 폭력시위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리커창 총리는 차량공유사업을 불법화하려는 일부 지방의 규제화 시도를 봉쇄하면서까지 차량공유사업을 지원했다. 심지어 정부의 벤처펀드까지 투자하면서.  

2년 후 두 회사는 합병하여 디디추싱(滴滴出行)으로 대형화되면서 우버China까지 인수, 지금은 세계 최대 차량공유회사가 되었다. 금년 들어 디디추싱은 10년 내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실리콘밸리에 10억불을 투자, 자율주행차연구소까지 설립했다. 

한 마디로 리커창 총리는 중국판 이건희 회장이다. '국가 체제에 도전하지 않는 한 어떤 창업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기존시장 시장질서에 반하는 혁신적인 사업이라면 더 좋다, 무엇이든 일단 창업하라, 규제는 아예 없다, 사업이 커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사업을 안 하는 것보다는 사업을 벌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리총리 주장이다.

리총리는 자주 벤처회사를 방문하고, 벤처포럼이나 벤처CEO모임에 참석하여 기술동향과 애로사항을 파악하며 현장소리에 경청한다. 리총리의 이런 강력한 리더십과 현장중시 결과, 최근 중국에서는 매월 수 만개의 벤처창업이 생기고 있다.

몇 년 전 리총리는 '오증합일'이라고 해서 복잡한 창업신고서류를 사업자등록증, 기관등록코드, 세무등록증, 사회보험등록증, 통계등록증 등 다섯 가지 신고서류로 통합했다. 금년 초에는 사업자등록증 하나로 통합하는 ‘다증합일(多證合一)’제도를 도입했다.

창업하는데 사업자등록증 한 장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리총리의 이런 강력한 혁신드라이브에 의해서 지금 거대 중국은 모든 면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앞질러 세계 최고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창업카페 3W를 방문하여 벤처창업자들과 대화하는 리커창 총리.<사진=천주욱의 창의력연구소 제공>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창업카페 3W를 방문하여 벤처창업자들과 대화하는 리커창 총리.<사진=천주욱의 창의력연구소 제공>

지방 방문 열차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리커창 총리(아래에 플라스틱 반찬통들이 보인다)<사진=천주욱의 창의력연구소 제공>
지방 방문 열차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리커창 총리(아래에 플라스틱 반찬통들이 보인다)<사진=천주욱의 창의력연구소 제공>

또 하나, 지난 11월 11일 광군제 하루에 알리바바는 28조원의 전자상거래 판매를 했다.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경이적인 금액이다. 그런데 이런 알리바바의 놀라운 성과를 들여다보면, 무슨 사업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리커창 총리의 혁신드라이브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알리바바는 고객의 간편한 대금지불을 위하여 벌써 몇 년 전 핀테크 금융사업인 알리페이(ALIPAY, 支付宝)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말이다. 그 결과 이번 28조원 매출의 90%가 알리페이 등 온라인으로 결제되었다는 것이다.

알리페이는 이제 세계 최대의 핀테크 금융그룹(Ant financial: 蚂蚁金服)으로 발전했다. 유통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알리바바그룹의 신유통 중 하나인 무인편의점 TAOCAFE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 많은 규제에 묶여서 은행마저도 핀테크 진출이 늦었을 뿐 아니라, 알리바바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무인 편의점이나 물류사업에 진출한다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물론이고 기존 유통업체들과 수 많은 시민단체들의 시위 때문에 아예 그런 시도 자체도 하지 못 할텐데 말이다. 
 

<참고자료>

-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창출
- 쏘카와 렌트카회사
- 현대자동차가 위험하다
- 지금 우리 기업들은 이런 사내벤처가 필요하다
- 알기 쉬운 4차산업혁명 해설
- 이건희 회장 이야기(1) : 이건희회장의 성격과 경영
- 이건희 회장 이야기(4) : 신경영을 따라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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